자신 뜻대로 살겠다며 월든 숲에서 생활하던 소로는 1846년 7월 수선을 맡긴 구두를 찾으러 콩코드 읍내에 나갔다가 체포돼 감옥에 갇혔다. 6년간 인두세(人頭稅, 개인당 무조건 매기는 세금)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지가 미납 세금을 대납해 28세 청년은 하룻밤 옥살이를 치르고 다음 날 풀려났다.
소로는 노예제도와 멕시코전쟁(1846~1848년, 미국이 멕시코를 침공해 텍사스주를 포함한 일부 영토를 탈취했다)에 반대하면서 조세 저항으로 맞섰다. 이 짧은 옥살이는 소로가 또 다른 명저 ‘시민의 불복종’(1849년)을 펴내는 데 도화선이 됐다. 원래 책명은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 소로 사후에 ‘시민의 불복종’으로 굳어졌다.
이 책은 ‘월든’처럼 출간 직후 빛을 보지 못했다. 19세기 말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언급한 뒤 주목받았다. 20세기 초 마하트마 간디도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으로 소개했다. 점령군 나치에 대항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 대원과 영국 노동운동가에겐 행동 강령서였다.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에게 용기를 준 책으로 알려지면서 명성을 확보했다.
‘시민의 불복종’은 소로가 대중 연설한 내용을 옮긴 까닭에 분량은 적지만 운율은 격정에 넘친다. 그는 국가권력(법률)이 지존이던 당시, 개인 자유와 양심을 수호한 투사였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우리는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다”고 역설했다. 국가가 부당하게 개인을 억압할 때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지만 말고 뭐라도 행동하시오”라고 소리쳤다. “사람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아래에서 의인이 있을 곳은 감옥이다.”
근현대 시민은 소로가 심은 인권 묘목을 키우는 중이다. 국가가 개인을 공정하게 대하고 존경하는 시대를 앞당기려고 역사 수레바퀴를 함께 밀어 나갔다. 2016~2017년 한국민이 주도한 촛불혁명, 2019년 홍콩 우산 시위가 그랬다. 시민항쟁 역사 굽이에 선 이들은 소로가 보였던 결기를 떠올린다. “나는 이 세상에 누구에게 강요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 쉬고 살아간다.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보자.”서부국 국장 겸 교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