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파일러 출신 심리학과 교수
- 미디어 선정적 묘사 문제 지적
- 일반인 잔인성 연구 결과 담아
- 치유 대상으로 보고 관리 강조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비밀의 숲2’ ‘앨리스’와 최근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악의 꽃’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모두가 각각의 이유로 감정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외부세계와 공감을 못하는 황시목 검사(조승우),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스스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규정한 도현수 금속공예가(이준기),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 등. 이들이 미디어에 자주 호출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정 상실이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캐릭터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 결코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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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동화 작가가 주인공인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한 장면. tvN 제공 |
‘우리 옆집에는 사이코패스가 산다’는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의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범죄 현장 경험과 역사적 사례, 국외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사이코패스와 관련돼 제기되는 여러 궁금증에 답을 내놓는다. 또 사이코패스의 실체를 바로 인식할 것을 주문하고,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에 대한 대처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대중매체가 가상의 허구에 근거해 사이코패스를 선정적으로 그려낸다고 본다. ‘한니발’ 시리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검은 집’ 등 무수히 많은 국내외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사이코패스를 일반 범죄자와는 다르게 ‘뭔가 특별’하게 묘사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대인관계에서 냉정함과 대담함, 보통 이상의 지능지수, 향후 폭력 가능성, 연쇄 살인과 같은 악마성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일부는 정신 병리적이지 않거나 기대보다 훨씬 더 적응적 특징을 갖고 생활한다는 점에서 ‘성공적 사이코패스’로 불리기도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의 뇌신경과학자 나카노 노부코 등의 연구가는 최근까지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인물로 스티브 잡스, 도널드 트럼프, 빌 클린턴, 히틀러, 무솔리니, 체 게바라, 알렉산더 대왕 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워낙 뜻밖의 주장이라 쉽게 동조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특성은 그들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어 가는데 무조건 걸림돌인 것은 아니며, 그들 나름대로 ‘영민함’을 갖고 생존해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부분마다 결점과 흠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소시오패스와 비사회성·반사회성 성격장애,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을 풀어내고, 연쇄살인 성범죄 등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의 특징을 사례로 들어가며 분석한다. 유영철 정두영 오원춘 강호순 정남규 등의 연쇄살인범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졌다. 잔혹한 범행수법이나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진술서 등을 보면 섬뜩할 정도다.
그렇다고 사이코패스가 우리와 다른 외계인은 아니다. 우리는 사이코패시라는 성격적 요인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이런 특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적응적 수준에서 나타나 일부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비열하고 잔인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처벌은 피해 가는 유형의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한 번쯤 마주쳤던 직장 동료나 이웃일 수도 있다.
사이코패스를 치유할 수 없다는 학자도 있으나 저자는 그들을 치유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본다. 악의 씨앗을 갖고 태어난 아이의 사례를 통해 가정폭력과 학대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이 유력한 치유방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