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와 중국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태평양을 오가며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적 교류 ‘트랜스퍼시픽 실험’ 현장을 다룬 책이다. 이 실험을 통해 중국 학생은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는 중국 투자자를 찾았다. 양국 관계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은 백악관에서 가정집으로,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학부모 모임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교육·기술·영화·녹색투자·부동산·정치 등 여섯 영역에 걸쳐 펼쳐지는 두 초강대국 간 민간교류 현장을 취재했다. 미국에 투자·일자리 증가, 대학 재정 충족, 문화적 결합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10년 전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가 중국을 어떻게 바꿀까’를 기대했다. 중국인이 구글·페이스북·트위터·스냅챗·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경험해 중국의 민주화가 앞당겨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유의 전도사는 요즘 중국공산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페이스북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외국으로 전송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구글도 완벽한 검열 기능이 포함된 검색 프로그램을 출시해서 또다시 중국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금은 ‘중국이 실리콘밸리를 어떻게 바꿀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처럼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도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내용으로 영화의 스토리를 재구성함으로써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접근하려 한다. 정치적 자유가 없는 나라는 혁신이 불가능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국민은 성공적인 문화 산업을 창조할 수 없다는 미국인의 신념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부자 중국인은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어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여 집값을 폭등시키기도 했다. 이민자를 포용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던 미국 민주당 지지자도 이제는 ‘모든 이민자를 환영해야 하나’를 자문하고 있다.
책에는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경험한 유학생·기업가·투자자·이민자들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양국 간 교류로 인한 ‘미국의 변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비중 있게 담겼다. 중국은 레닌주의 정치체제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그리고 언론과 문화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배합된 형태로 굴러가고 있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인과 동행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국가 간 교류에 ‘실험’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붙인 듯하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