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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9> 광주 계절 한정식

완도 전복·무안 낙지·나로도 문어…남도 바다가 한 상에 다 올랐네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0-10-06 19:52:2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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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의 중심
- 광주로 이주한
- 인근 지역 사람들

- 각 고향서 나는
- 제철 산해진미
- 한 상에 올려
- ‘계절한정식’ 완성

- 서해바다 수산물
- 호남평야 농산물
- 각종 발효 김치 등
- 한 자리서 맛 봐

- 음식 문화 더불어
- 기질까지 어우러진
- 남도음식의 총체

광주광역시. 흔히들 광주를 ‘예향(藝鄕)의 도시’ ‘미향(味鄕)의 도시’라 부른다. 남도의 아름다운 판소리 가락과 일필휘지의 서화가들이 대를 이어 오늘에 이르고, 맛의 고장인 남도의 중심지로서 남도의 풍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이곳에서 집대성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가의 음식으로 최고의 정점을 찍는 지역이 경기와 더불어 남도이니 더 일러 무엇 하겠는가?
광주로 이주한 인근 지역민들이 제철에 맞춰 광주에서 고향 음식을 한데 모아 차려 놓은 ‘계절한정식’ 밥상. 30여 가지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예부터 광주는 남도의 중심지로서 경제, 행정, 교육, 문화의 거점도시였다. 그 때문에 남도의 각 지역 사람들이 이주, 정착해 생활하는 곳이기도 하다. 남도의 각 지역 음식 또한 한데 모이는데, 남도 지역의 특산 식재료와 더불어 그들의 음식문화까지 고스란히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는 곳이 광주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신선하고 풍부한 식재료가 생산되는 남도지방의 특징에 따라 광주는 계절마다 집산되는 다종다양한 식재료로 독특한 남도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중 지역의 음식을 광주에 넉넉히 풀어놓고, 품고 수용한 대표적인 음식문화가 바로 광주의 계절밥상이다. 광주로 이주한 지역민들이 고향의 음식을 제철에 맞춰 광주에서 한데 모아 차려놓은 밥상으로, 이를 광주에서는 ‘계절한정식’이라 부르고 있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측에 따르면 “광주 계절한정식은 한마디로 전라도 음식을 앉은자리에서 모두 맛볼 수 있는 상차림”이라며 “남도 특유의 갖은 양념과 다양한 젓갈, 맛깔 나는 반찬으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내는 밥상으로, 30가지가 넘는 산해진미가 한 상 위에 차려진다”고 설명한다.

낙지숙회무침.
광주 계절한정식은 남도의 특질을 잘 내포하고 있는데 우선 남도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천연 자연환경과 풍부한 지역 특산물, 그리고 남도의 토호 가문에서 대대로 이어오며 빚어내는 훌륭한 음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계절에 따라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는 계절한정식의 주축이 된다. 호남평야와 나주평야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농산물, 서남해안의 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다양한 수산물, 청정 지리산과 섬진강 유역의 산채 및 민물 식재료 등이 계절에 따라 한 밥상에 함께 오르는 것이다.

광주 계절한정식은 밥상 위의 음식이 계절에 따라 바뀐다. 마치 계절이 옷을 갈아입듯 울긋불긋 밥상 위가 변화무상하고 시끌벅적 요란하다. 그날그날 올라오는 식재료로 바로바로 조리하기에, 밥상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음식이 올라올지 모르는 특징도 있다. 그러하기에 밥상으로 차례차례 오르는 음식을 일별하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홍어.
“봄에는 병어 새꼬막 낙지 맛조개 주꾸미 등이, 여름에는 민어 대하 전어 문어, 가을부터는 낙지 굴 참꼬막, 겨울에는 매생이 홍어삼합 등을 주로 음식 재료로 씁니다.” 광주 계절한정식 전문식당 ‘섬진강계절한정식’ 최영순(63) 대표의 말이다. 이들 전문식당 대부분은 식재료의 상당 부분을 시장을 안 거치고 산지에서 직접 조달하고 있단다. 최 대표만 해도 ‘문어는 나로도’ ‘황석어는 목포’ ‘낙지는 무안’ ‘전복은 완도’ 등지에서 직송하는 식이다. ‘계절음식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단다.

광주 계절밥상이 ‘남도음식의 총체’라고 말하는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는 “특히 해산물과 장(醬)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광주 계절밥상”이라며 “특히 저장음식으로서 감태지, 묵은지, 홍갓김치, 고무마순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깻잎김치 등 김치의 종류가 다양한 것 또한 계절밥상의 특징”이라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발효에 관한 천혜의 환경으로 발효음식의 비중이 큰 것 또한 광주 계절한정식의 특징 중 하나. 그러하기에 계절한정식에서 양념젓갈의 비중은 크다. 김치 류가 발달한 남도에서의 젓갈문화는 광주 계절한정식의 기반이자 밑거름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광주 계절한정식에서 짚어야 할 또 한 부분은 토호 가문의 가문음식과 유배 온 중앙 사대부 집안의 음식. 이들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지금의 품격 있는 남도 음식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되었다는 것.

문어숙회.
광주에서 가을의 계절밥상을 받는다. 음식 가짓수가 많아 밥상 형편에 따라 음식이 차례차례 순서대로 오른다. 먹은 음식으로 그릇이 비면 빈 그릇을 치우고 갓 조리한 음식으로 상을 채우는 방식이다. 식전주로 막걸리를 한잔하도록 대하구이와 광어회, 전어회무침과 서대조림 등이 나온다. 곧이어 소고기 생고기, 문어숙회, 전복구이 등이 속속 상에 오른다. 처음부터 오르는 음식이 예사롭지 않다. 술꾼들에게는 이건 숫제 밥상이 아니고 거방진 술상이다. 광주 향토음식 중 하나인 소고기 생고기는 대구의 뭉티기와 쌍벽을 이루는 음식. 막걸리 한 잔에 생고기 한 점 먹으니 진한 고기 냄새와 풍성한 육즙이 쫀득한 식감과 함께 입안에서 돌고 돈다. 숙성 잘 된 광어회는 감칠맛이 넘쳐나고, 막걸리 식초로 무쳐낸 전어회무침은 들큼하면서도 새콤달콤하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생선회 구이 숙회 등이 한 차례 지나고, 맛이 진한 튀김, 생선구이 등이 상에 오른다. 소고기 육전, 생선전, 전어구이, 황석어구이와 튀김…. 모두 고소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전복구이와 낙지숙회무침, 맛조개무침 등도 잇달아 올라온다. 올깃쫄깃 잘 익힌 식감들이 제대로다. 마지막으로 남도의 잔치음식, 홍어삼합과 광주 토속음식인 돼지찌개, 갈치조림과 다양한 김치들이 그 대미를 장식한다.

남도 각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제철에 풍성하게 한상 차려 먹는 음식, 광주 계절한정식. 앞서 언급했지만, 광주는 남도의 각 지역 사람들이 이주하여 정착한 곳이다. 때문에 남도 지역의 특산 식재료와 더불어 남도의 음식 문화까지 어우러져 발현되는데, 이것이 바로 광주의 계절한정식이다. 광주의 음식인문학적 통찰로 ‘남도음식의 총체’로 꽃피운 대표적인 음식 차림이 바로 광주의 계절한정식인 것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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