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숨 가쁜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 지인들과의 ‘노란 창 대화’ 화두는 ‘어떻게 하면 나훈아 공연 방송을 다시 보기 할 수 있느냐’다. 연휴 기간 방송된 ‘나훈아, 15년 만의 TV 출연’을 놓친 사람들은 이구동성 아우성치지만, 결론은 ‘불가능’이다. KBS가 다시 보기 서비스를 하지 않을 뿐더러 통상 5억여 원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지는 나훈아가 노 개런티로 출연한 조건이 재방송은 없을 것, 광고 삽입 금지, 자신이 했던 말을 편집하지 않을 것이었다고 알려지면서 안 그래도 높았던 나훈아 프리미엄이 상한가로 치솟는다.
아쉽게 필자도 이 공연을 못 봤다. 방송을 본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나훈아는 나훈아였다. 2시간30분을 열정적으로 노래했고 말미에는 코로나19와 어지러운 시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작심하고, 그간의 침묵을 깨고 나온 듯한 그는 감동을 넘어, 국민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기득권층이 해주지 못했던 위로와 치유의 힘을 보여준 듯하다.
그가 국민 가수를 넘어 가황(歌皇)으로 불리는 중요한 이유는 수많은 곡을 직접 만들고 작사한 음악인이라는 데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2600여 곡 중 800여 곡을 나훈아는 직접 작사·작곡했다. 신곡 ‘테스 형’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신세를 털어놓는 넋두리 같은 가사가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든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사랑은 또 왜 이래,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가보니 천국은 있던가요?” 득도한 경지에 이른 철학자에게 슬며시 투정 부리듯 쏟아놓는 가사에 대중은 공감하고, 이 슬픈 시대에 위로를 받는다. 찢어지고 피가 난 상처를 봉합하고 약을 발라 낫도록 치료할 수는 있다. 치유는 마음과 영혼의 병을 고치고 어루만진다.
드론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광경을 잡아내고,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화면으로 대화하는 초연결 사회에 살지만 우리는 과연 무엇과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배신당한 지 오래지만 이제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가수의 노래 한 소절에서 찾아본다. “세월은 또 왜 이래, 투정해보지만 결국 살다 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