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 칼 세이건이 정리한
- 우주와 지구와 인류의 기원
- “현 인류와 외계 생명체 모두
- 우주의 재에서 비롯된 물질”
- 강대국 힘 합쳐 외계인 찾고
- 천문학 연구·탐사 함께해야
- 지구 평화 올 수 있다고 주장
- 우주관광시대 성큼 온 지금
- 꼭 읽어봐야 할 ‘우주 안내서’
별은 명문장을 낳는다.
민족 시인 윤동주(1917~1945).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법을 일러준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1840~1897).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도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고 해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든다.
우주 속 별들이 가까이 모여 흐르는 강이 은하(銀河)다. ‘희미한 달밤보다 엷은 별빛인데도 그 어떤 보름달이 뜬 하늘보다 은하수는 환했던’ 밤하늘 아래 드러난 여인 콧날이 어떤지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는 언어로 보여줬다. 별 하나가 가슴을 데운다. 하늘은 무한히 넓은 원고지. 그리스신화 속 은하수는 교통사고 현장이다.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에게 전차를 빌려 탄 아들 파에톤이 너무 높이 날다가 그만 하늘을 찢어 놓은 흔적.
이번엔 과학이라는 눈으로 밤하늘을 본다. 24년 전 생긴, 작지만 영롱하게 빛나는 별 하나가 보인다. 칼 세이건이다. 그가 1980년 펴낸 ‘코스모스’는 지금도 독자 머릿속에 ‘빅뱅’을 일으킨다. 대중이 우주에 관심을 두는 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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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
광활한 우주 속 인간은 존귀하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 보이지만) 무작위로 우주 한구석을 찍었을 때 그곳이 행성이나 그 주변일 확률은 10의 마이너스 33승이다. 행성인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티끌보다 작지만 하나뿐인 귀한 존재다. 그런 지구에 사는 모든 개인 역시 이 우주에서 하나뿐이다.”
지구는 46억여 년 전 티끌과 성간(星間) 기체가 응축된 구름 속에서 태어났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지구상 첫 생명체는 원시 바다에서 37억여 년 전 출현했다. 현생 인류는 360만 년 전 탄자니아 북부지역에 발자국을 남겼다. 100억~200억 년 전 눈부신 빅뱅으로 우주 역사가 시작됐다. 소립자를 포함한 우주 물질이 퍼져나가면서 식었다. 주변은 암흑천지. 10억 년 후 수소와 헬륨을 중심으로 한 우주 물질이 뭉치며 은하단을 빚었다. 여기엔 숱한 은하 항성 행성이 자리 잡았다. 행성 지구에 드디어 인류가 나타났다. “재에서 비롯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해 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기원을 우주 대폭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하게 되다니, 이것이 우주 대서사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류 고향은 우주이고, 우리는 재에서 태어났다. 우주는 모든 이에게 어머니다. 우주 탐사는 인류가 고향을 찾아가는 장구한 오디세이. 이 여행에서 또 다른 우주민(宇宙民)을 인식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한다. 외계 생명체는 관심 대상이다. 지난 4월 미 국방성은 UFO(미확인비행물체)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NASA(미 항공우주국)가 촬영한 UFO 영상은 SF 영화 장면 같다. 한국 퇴역 공군 장성도 현역 시절 훈련 중 UFO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세이건은 일찌감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우주 생성 과정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주엔 지구형 행성이 아주 많다 →그곳에서도 지구처럼 생명 현상이 전개된다 →생명체가 출현해 진화한다는 논리.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지구 은하계에 속한 별은 4000여억 개. 이 중 지구 같은 행성을 거느린 태양이 하나뿐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행성을 동반한 별이 존재할 비율을 1/3로 잡으면 행성계는 1300여억 개. 이 행성계에 태양계처럼 행성이 평균 10개가 운행한다고 가정하자. 은하수 은하계에만 행성이 1조3000여억 개. 이 가운데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행성은 3000억 개, 문명사회가 존재할 행성은 수백만 개다. 다른 수많은 은하계까지 고려한다면 외계 생명체가 활동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인과 똑같을 확률은 0%이지만(지구와 동일한 행성이 존재할 확률이 0%이므로) 구성 물질은 같다(그들과 지구인은 같은 우주 물질에서 빚어졌으므로). 우주 진화상 지구인과 외계인은 형제자매다.
저자는 강조한다. “외계 생명체는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을 이해하면 우리 인류를 더 잘 아는 길이 열린다.” 선진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란다. 평화를 존중하지 않는 생명체는 결국 스스로 파멸해 고등 문명과 개체를 유지할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인이 외계인에 가지는 두려움 불신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는다. 국가 간 전쟁, 살인, 인종 차별,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를 만들어온 지구인이 외계인도 그럴 거라 지레짐작한다는 설명이다.
천문학(우주학) 연구와 관찰은 지구 안전과도 직결된다. 가령, 혜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는데,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이 타국 공격으로 오인한다면 세계는 자멸 위험에 빠진다. 각국이 혜성에 관한 정보를 공유·연구하며 지구 평화를 지킨다면 일석이조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주에서 지구인이 이주할 ‘제2 지구’를 찾자고 역설한다. 오늘날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행성은 상호 충돌에서 살아남은, 우주에서 자연 선택된 천체. 지구 역시 그런 운 좋은 행성 중 하나지만 혜성 충돌 같은 다양한 위험 요소로 떠나야 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우리가 외계인이 될 차례다. 지구와 닮은 화성을 지구화하면 가능한 일이다. 화성에 인공 수로가 조성됐다고 믿었던 퍼시벌 로웰이 꾸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자.”
우주 탐사에 미래가 달렸다. 미국 민간 회사가 우주여행시대를 열겠다며 셔틀 우주선 계획에 불을 댕겼다. 세계열강이 벌이는 우주 개발 경쟁에 한국도 가세했다. 최근엔 달 탐사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강대국들이 채운 핵과 로켓 개발 제한 족쇄도 풀려야 한다. 저자는 우주 탐사를 인류 공동과제라 했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은 우주 개발 필요성을 내놨다. 이곳 대기엔 지구 대기압보다 300배 강한 힘이 작용한다. 지구상에선 인공으로도 구현할 수 없는 엄청난 대기압으로 기체 수소 원자핵에서 전자가 튕겨 나온다. 그 결과 목성 대기 속 수소는 금속성 액체로 변한다. 지구 밖에서만 존재하는 이 물질은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 막강한 소재를 인류가 얻는다면 지구 전자공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룰 게 분명하다.
‘코스모스’엔 지구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저자 목소리가 울린다. 지구에서 이산화탄소와 황산기체 배출량이 자꾸 늘어나 온실효과가 확대되면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진다. 금성에서는 이런 현상이 초기부터 발생했다. 지금 금성은 어떤가. 지표면이 가동 중인 오븐 내부보다 뜨겁고, 대기 중에는 황산 구름이 자욱한 ‘지옥’으로 변했다. 금성은 함부로 다뤄진 지구가 받아들 가혹한 미래다. “알고 보면 지구는 참으로 작고 연약한 존재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뤄야 한다.” 우주 쓰레기 증대도 큰 문제. 무분별한 우주 탐사는 화를 부른다.
보츠와나 공화국 칼라하리사막에 사는 쿵족은 은하수를 ‘밤하늘 등뼈’라 불렀다. 고대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천체라면서 인간이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우주에는 지구상 모든 해변에 깔린 모래알보다 많은 별이 존재한다. 지구가 속한 은하수 은하계에는 1000억 개 행성계가 인류를 기다린다. 그중 100만 행성에 지구인보다 고등한 생명체가 산다. 그들이 다가온다.
서부국 기자 boo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