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날로그 시대 리더십으론 부족
- 알고리즘 장악하는 CEO가 성공
- ‘불확실성 기꺼이 받아들여라’ 등
- 디지털 리더 10가지 덕목 강조

2017년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베트남계 미국 의사가 강제로 끌려 나왔다. 돈을 내고 티켓을 사서 정당하게 비행기에 탔는데 끔찍한 폭행까지 당하며 비행기 통로 바닥을 질질 끌려 나오는 사진이 SNS를 타고 퍼졌다. 비난이 폭주했고, 주가는 급락해 결국 회장이 사과 성명을 내고 거액의 합의금을 내야 했다.

범인은 알고리즘이었다. 좌석 점유율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은 노쇼 비율을 예측해 그만큼 초과 예매하도록 했다. 예측이 어긋나면 일정 금액의 보상금으로 기내에서 내리게 할 승객이 항상 존재한다고 가정했지만 좌석을 포기하지 않는 승객이 나타나면서 알고리즘 설계에 문제가 드러났다. 이는 알고리즘의 잘못일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잘못일까? 반면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알고리즘이라는 무기를 사용해 단기간에 누구도 넘보지 못할 세계 최정상의 기업이 됐다.

이 책은 미래학자이자 컨설팅업체 투모로우 최고경영자인 저자가 알고리즘 혁명의 시대, 리더의 성공요건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초 단위로 그 양을 측정하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능력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난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이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지금, 성공하는 리더가 되려면 알고리즘 리더십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가 위계조직의 사다리를 오르면서 성장했다면,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는 유기적인 생태계와 흡사하게 상호 연결된 전체성에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및 비행기 엔진 제조·판매 회사로 유명한 영국 롤스로이스는 사업구조를 바꿔 항공기 운항시간에 따라 엔진 요금을 부과하는 가입형 모델을 개발해 도입했다. 운항 중인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오류를 파악·예측하고, 유지보수를 효율화해 연료 소비를 최적화했다. 잦은 엔진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던 항공사들은 이 서비스를 반겼으며, 롤스로이스는 제조업체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업체로 변신했다.

이 같은 진화가 가능하게 된 것은 알고리즘 덕분이다. 롤스로이스가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같이 수익 증대를 위해 생산 원가만 절감하는 방식으로만 알고리즘을 활용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낡은 경영 방식에 알고리즘을 끼워 넣을 것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사고를 할 것인지에 따라 두 회사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라졌다.

저자는 다양한 규칙과 역학관계가 지배하는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미래부터 되짚어나가라 ▷10퍼센트가 아닌 10배를 목표로 하라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일하지 말고 일을 디자인하라 ▷답이 X이면 Y라고 물어라 ▷목적을 좇다 보면 이익은 따라온다 등이다.

아울러 알고리즘 리더는 기존 고객이 아닌 미래 고객에 집중하며, 유추가 아닌 제1 원칙으로 문제를 분석하며, 결과를 얻고 있는가보다는 올바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가 등을 끊임없이 고찰하라고 강조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알고리즘 리더는 아날로그 시대 전임자들과는 사고와 행동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