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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탄의 정글 |
# 강력한 여성 서사·대담한 여성 감독 돋보여
■ 박가언-아메리카 대륙(美 제외)
동남아시아와 함께 코로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영화 시장이다. 서로 국경을 넘나들며 제작하는 지역인데 차단이 생기다 보니 완성이 늦어져 25회 BIFF를 찾지 못하게 된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매년 다수의 작품을 출품해왔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같은 경우 올해는 영화가 한 편도 없다. 그 가운데서 여성 서사가 강한 작품 몇 편이 눈에 띈다. 우선 칸 2020에 선정된 ‘암모나이트’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윈슬렛과 시얼샤 로넌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동성애 로맨스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6관왕을 차지한 ‘리슨’은 강제 입양당한 자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포르투갈 이민 가정을 통해 영국 사회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비춘다. 멕시코의 ‘비탄의 정글’은 여성 감독의 대담함이 돋보인다. 제국주의 시대 중남미 정글을 배경으로 여성이 남성에 의해 도구화됐을 때 벌어지는 일을 잘 묘사한다. 젊은 관객층의 공감을 살 만한 영화로는 SNS 중독을 다룬 칠레의 ‘베로니카’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그린 캐나다의 ‘나디아, 나빌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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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쟁 |
# 선댄스 사로잡은 ‘미나리’, 윤여정·한예리 출연
■ 남동철-미국, 북·동유럽
미국의 경우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개봉을 미루는 영화가 많아졌다. 이에 유명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을 꼼꼼히 챙기고자 했다. 그중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관객상을 받은 ‘미나리’가 눈길을 끌었다. 재미교포 리 아이작 정이 메가폰을 잡고 윤여정·한예리·스티븐 연이 출연했다. 두 남자의 사랑을 통해 국경과 성별에 관한 장벽을 이야기하는 ‘너를 데리고 갈게’ 역시 선댄스에서 2관왕을 했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은 ‘몬스터 주식회사’를 재미있게 본 관객에게 반가울 듯하다. 동유럽은 굴곡진 현대사와 관련한 작품이 많다. 1960년대 소련에서 벌어진 노동자 학살 사건을 다룬 거장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친애하는 동지들’,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다 성인이 된 후 소련 붕괴와 라트비아의 독립을 경험한 일제 부르코프스카 야콥슨의 경험이 담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쟁’, 리투아니아 대표 감독 샤루나스 바르타스의 영화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조국의 현실을 그린 ‘황혼 속에서’ 등이 있다. 각각 베니스, 안시, 칸의 선택을 받았다. 북유럽에서는 칸영화제 수상자 토마스 빈터베르크의 신작 ‘어나더 라운드’, 유소년부터 무한경쟁에 노출되는 프로 스포츠계에서 성장한 축구선수 이야기 ‘타이거즈’ 등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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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 승차! |
# 스무 살 감독의 등장…보석 같은 영화 ‘열여섯 봄’
■ 서승희-남·서유럽, 아프리카
유명 영화제 축소·연기로 인해 기대작 개봉이 내년으로 늦춰졌지만, 그만큼 젊은 감독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작품을 낸 감독들이 중견 못지않은 실력으로 다양한 내용을 다룬 작품을 선보여 시네마의 미래가 밝다. 토론토·베니스영화제 초청작이자 코트디아부르의 정치·사회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왕들의 그날 밤’, 모로코가 지닌 사회적 트라우마까지 말하는 몽환적인 로맨스 드라마 ‘카사블랑카 록앤롤’, 프랑스에서 인지도 높은 기욤 브락의 작품으로 인종·경제적 차별을 지적해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을 받은 ‘전원, 승차!’, 부케르마 형제가 만든 늑대인간 공포영화이자 칸 2020 선정작인 ‘테디’ 등이 있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도 대단한 작품이다. 1920년에 출간된 알프레드 되불린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1980년대 TV시리즈를 또다시 각색한 영화다. 소설이 출간될 당시와 현재 독일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투 이후 여성이 주체적으로 그려진 영화도 많다. 자신의 소신을 따르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비스트’, 스무 살 감독이 만든 보석처럼 예쁜 영화 ‘열여섯 봄’을 주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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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아이들 |
# 부산 대표하는 박배일 다큐 감독 신작 기대
■ 강소원-다큐멘터리
작품 수준이 작년보다 향상됐고 큰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이 많다. 우선 극영화에 비해 다큐는 거장 감독 수가 적은 편인데, 이들이 올해 대거 신작을 공개해 관객을 흥분하게 한다. 아이콘 섹션에만 지아장커의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하라 카즈오의 ‘미나마타 만다라’,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시티홀’, 오손 웰즈의 ‘호페/웰즈’ 등 4개 작품이 포함됐다. ‘호페/웰즈’는 오손 웰즈 사후에 발견된 다큐 거장들의 대화록을 엮은 작품이라서 모두의 기대를 받는다. 올해는 도전적이며 새로운 형식과 신선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하고자 했다. 그 가운데 ISIS에 들어가 ‘분노의 폭탄’으로 길러진 아이들을 다루는 ‘밤의 아이들’, 베를린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작 ‘피폭의 연대’ 등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 작품은 한 해에 다큐와 극영화 2편이 초청되는 진기록을 세운 윤재호 감독의 ‘송해1927’이 눈길을 끈다. 국민 MC 송해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감독 박배일의 신작 ‘사상’, 가난한 청년 영화감독이 20년 전의 어느 유망한 청년감독에게 보내는 오마주 ‘셀프-포트레이트 2020’도 관심을 모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