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유난히도 비가 많았던 여름이 가고 발아래 낙엽이 스친다. 여자는 옷장 정리를 하면서 나이 든다고 하는데, 쌀쌀해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오늘 아침엔 목까지 올라오는 니트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음악을 들을 시간이 많아지면서 문득 가을날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쓸쓸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생각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거쳐 ‘동물원’이라는 그룹으로 나타났다가 어느 날 불쑥 떠나버린 그 사람. 치열했던 10대에 김광석을 만났고, 열광했다. 짧았던 첫사랑처럼 그를 보내야 했던 20대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라면 김광석의 이름만 들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채감과 동시에 청춘의 편린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의 노래 중에서 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그날들’을 가장 좋아한다. 비교적 후기 발표곡에 속하는 이 노래들은 초창기의 풋풋함보다는 깊어진 감성과 음악적 고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노래 다음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이 아프고도 슬프다.
초가을로 접어들던 어느 날 1층 베란다에서 마주한 작은 동박새의 죽음을 기억한다. 윤기 나는 초록 털을 뒤덮은 가녀린 몸매는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팔딱거리는 작은 심장을 가지고 날아다녔을 그 작은 새는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렇게 눈을 감고 세상과 작별하고 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쓴 류근 시인 역시 한 마리 작은 동박새처럼 떠나버린 여인을 생각하며 소주 한 잔 놓고 울면서 써 내려 갔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다는 말들도 묻어버리기…’. 몇 소절만 들어도 울컥한 그 목소리, 이렇게 노래는 남아 가을만 오면 김광석이란 존재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가끔 생각해본다. 대중과 함께 나이 들며 오래오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레전드일까, 우리의 마음에 아쉬움과 그리움을 던져주고 영원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 레전드 일까. 어쩌면 김광석을 통해 나의 청춘 속에 박제된 첫사랑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