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역사는 BIFF의 것’이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남포동 상영관에 쥐가 나오는 사고가 터졌다. 제5회, 제12회, 제16회, 제18회, 제20회…. 폭우 또는 태풍이 덮쳐 한바탕 큰 소동을 겪은 해의 목록이다. 제8회 때는 북한영화 상영 파문, 제19회부터 몇 년간은 ‘다이빙벨 사건’이 덮쳤다. 그 우여곡절 속에도 개·폐막식을 열지 않은 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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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관객들이 개막작 ‘칠중주 : 홍콩이야기’가 상영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코로나19는 제25회 BIFF(21일~오는 30일) 개·폐막식마저 ‘먹어’버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BIFF는 개·폐막식을 열지 않는다. 사상 초유다. 부대행사, 파티도 없다. 해마다 BIFF를 찾던 2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용 기자실·비디오룸도 없다. ‘대면’의 기회와 계기를 없애고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대면)’ 방식을 택했다.
21일 오후 BIFF 개최장소인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은 조용했다. ‘안전한 부산국제영화제 관람 에티켓’ 펼침막이 먼저 사람을 반겼다. 스타의 레드 카펫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의 장사진은 안 보였다. 처음 맞닥뜨린 영화제 스태프는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QR코드 인증하고, 체온 재겠습니다.” 영화제 담당 기자로 10년 넘게 BIFF 현장을 취재했던 처지에서 돌아보면, 이런 첫인사 또한 난생처음이다.
BIFF는 대면과 만남을 전제로 한 영화의 바다, 시네마 천국이었다. 제21회 때 일본 스타 아오이 유우는 “일본에서 영화 촬영 중인데 동료들이 BIFF라면 꼭 다녀오라고 말해줘 올 수 있었다”며 관객에게 인사했고, 제22회 때 미국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은 부산의 다큐멘터리 감독 박배일의 ‘소성리’를 직접 관람했다. 제20회 때 중국 영화사 하이룬이 연 파티는 조니 토, 펑샤오강, 지아장커, 이정재 등 스타와 거장이 가득 참가해 어마어마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올해는 이 모든 게 사라졌다. 개최의 대전제이자 정체성이었던 대면과 만남이 없어진 BIFF. 누가 봐도 비상상황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이 속에 ‘전환점’이 숨어 숨 쉰다. BIFF 측은 “영화의전당 각 상영관 좌석의 25%만 관객을 받고 관객과의 대화(GV)는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며 “이렇게라도 영화제를 여는 것은 힘들어하는 세계 영화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승아 BIFF 부집행위원장은 “올해 거장과 대작은 많이 초청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틈을 젊은 영화인의 신작이 채우는 것을 보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하기 힘든 상황, 비대면 영화제의 새 길을 개척하든, 코로나19 이후 영화제의 회복과 새 출발의 길을 내든, 한국에서 그 임무는 어차피 맏형인 BIFF의 몫이다. 지난 세월 수없이 그렇게 해온 것처럼, 사상 초유의 길을 택한 올해 BIFF를 응원하며 희망을 거는 이유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