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작한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은 ‘경연이라는 특성상 단명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5년째 일요 예능으로 순항 중이다. ‘복면가왕’은 1980~90년대 예능 왕국의 자존심을 지켰던 MBC가 2010년 이후 다른 방송국에 주도권을 뺏긴 뒤 음식 먹방, 스타 관찰, 여행 예능 등 뭘 해도 부진을 면치 못한 시기 파일럿으로 기획됐다. 처음 기획안을 본 제작진은 가면을 쓰고 노래할 가수 섭외의 지속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렸다. 음악성은 인정받았지만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적었던 가수들의 재발견, 중고 신인 뮤지션 재조명, 추억 속 가수 소환….
그러다 그간 노래 좀 한다는 고수들이 한 바퀴를 돌아 두세 번씩 출연하며 신선함이 떨어지는구나 했는데, 지난주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20대 초반이던 1989년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하면서 등장한 진시몬이다. 1989년 강변가요제에서는 지금도 가수 겸 보컬 트레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는 박선주가 ‘귀로’라는 명곡으로 은상을 받았다. 진시몬은 그해 입상에 그쳤지만, 곧바로 가요계에 데뷔해 노래 잘하는 똘망똘망한 신인 등장을 알렸다.
작은 체구, 선한 눈매, 세례명 시몬이란 이름이 인상 깊던 이 가수가 반가웠던 이유가 있다. 하이 톤의 비음을 내며 노래하던 그는 김범룡의 제안으로 트롯 가수로 전향했다. 사실 나만 잘 몰랐을 뿐 ‘보약 같은 친구’ ‘너나나나’같이 사랑받는 노래의 작곡·작사가로 진시몬은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그 사실이 고마웠던 것이다. 진시몬의 애절한 호소력이 돋보이는 ‘애원’은 임재범의 ‘고해’에 비견될 만큼 성인 가요계에서 이미 사랑받고 있다. 그의 노래를 부르고 리메이크하는 트롯 후배들 덕분인지 ‘사랑의 콜센터’ ‘복면가왕’처럼 무대에 설 기회도 많아졌다.
가요계의 달라진 판도가 왕년의 실력자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연예계에서 재능과 성실을 뛰어넘는 덕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성이다. 영탁, 김호중 같은 여러 트롯 가수 후배가 가장 편하고 인성 좋은 선배로 꼽는 가수,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보약 같은 명곡을 탄생시킨, 늦게 피었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진시몬, 이 가수의 앞길을 응원한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