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판소리의 문화콘텐츠화’로 석사논문을 쓴 대학원 졸업 동기가 최근 야심 차게 시작한 유튜브 계정이 벌써 구독자 3000명을 넘겼다. ‘청춘 소리꾼 김희재’로 활동하는 그 동기는 명창 조통달에게서 판소리를 사사하고 몇 해 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나 홀로 판소리 버스킹을 당차게 해냈다.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하나둘 대중의 관심과 무대에 목말라 트롯으로 떠날 때 그녀는 판소리 판에 더 머물고 싶다며 열심히 현대음악과 판소리의 융합을 시도하며 세상과 소통 중이다.
어떻게 구독자가 확 늘었느냐는 질문에 이 젊은 소리꾼, 대답하기를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인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와 ‘어류도감’을 분석해 올린 판소리 영상 덕에 그럴 것”이라고 겸손히 답한다. ‘별주부전’의 ‘수궁가’ 대목을 재해석한 ‘범 내려온다’와 ‘어류도감’의 이날치 밴드를 내세운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은 유튜브 2000만 뷰, SNS 2억 뷰라는 기록으로 화제다. 특히 부산 홍보영상인 ‘어류도감' 편은 물안경을 쓴 멤버들이 감천문화마을과 광안리를 휘젓고 다니며 오징어,가오리, 서대, 준멸치 등 판소리 랩을 신명 나게 읊어댄다. 흥이 폭발하고 구성진 가락에 어깨가 들썩인다. 한류 스타들이 등장해 한국을 방문하라고 권유하는 익숙한 홍보 영상 대신 요즘 말로 ‘힙(Hip)’하고 중독성 있는 추임새와 가락으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이날치 밴드의 정체가 궁금해져 찾아보니, 오호라. 그렇지! 1990년대 록 그룹 시나위 출신 강기영(‘달파란’ 활동)과 어어부 밴드를 결성했던 장영규가 중심에 있다. 수많은 영화음악과 창극, 국악 프로젝트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조선 시대 8대 명창 ‘이날치’에서 이름을 따온 이 밴드는 7명 중 4명이 판소리 전문가다. 이들은 주류를 해체하고 한국적 음악의 정체성을 파고들어 과감하게 믹싱하고 실험하는 파격적 시도를 내세운다.
이날치의 존재를 알려준, 갓 서른을 넘긴 청년 소리꾼 김희재에게도 고맙다. 나긋나긋 설명하다가 장구와 북을 치며 걸쭉하게 ‘어류도감’ 오리지널 판소리 원곡을 완창하는 그녀.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걷는 모습, 최고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