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BIFF)의 창설을 주도하고 전성기를 이끌다가 지난 2017년 프랑스 칸 출장 중 별세한 고(故) 김지석. 그를 기리는 책 ‘김쌤은 출장중’ 2편이 발간됐다. 부집행위원장과 수석 프로그래머를 겸하며, 좋은 영화를 찾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빈 그의 인생을 기리는 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문판과 영문판이 나왔다.
2편에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그가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다니며 부산판 영화제를 꿈꾸던 시기의 에피소드와 여러 고민이 생생히 담겼다. 그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보며 영화제는 관객 감독 평론가가 만나 영화를 즐기는 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훗날 BIFF의 성공 요인인 GV로 이어졌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홍콩국제영화제를 방문해 그곳의 어려운 사정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로 인해 BIFF에 주어진 기회를 감지하고 미묘하게 들떠하는 순간도 공감이 간다.
이 책에는 BIFF 창설이라는 험난하고 대단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해낸 김지석의 젊은 시절이, 당시의 셀 수 없이 많은 ‘만남’ 속에 녹아있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한 항구도시 출신의 시네필이 이름조차 낯선 아시아 각국의 영화와 조우하는 순간들이 뭉클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