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화하는 속에 대규모 집합 공연이 열린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풍경. 10월 마지막 밤을 맞아 하늘·파랑·노랑색 옷을 입은 응원객이 하나둘 모였다. 임영웅 영탁 장민호 등의 부울경 팬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지난 8월 이후 중단된 ‘미스터 트롯’ 공연이 부산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표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공연의 현장 판매분을 사려는 긴 줄이 늘어섰다. 휠체어와 보행 카트를 밀고 나온 백발 어르신부터 형형색색 다양한 팬이 수차례 연기된 공연을 보려고 기다렸다. 지난 8월 열린 서울 콘서트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누나 왔다!’란 펼침막을 든 누나 팬이 진을 쳤다. 응원 하면 부산, 열정 하면 부산 아닌교. 떴다, 누나 부대, 기다리라. 누나들이 간다.
안동 출신 영탁은 등장부터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로 나훈아의 ‘아이라예’를 찰지게 소화했다. 노래 중간 라틴댄스도 곁들이며 살랑살랑 몸을 흔들고 “부산 아가씨, 마! 윽수로 이쁘네~”라며 여심 저격 멘트로 박수를 받았다. 훌쩍 커버린 정동원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 애절한 가창력을 선보였고 “용호동이 낳은 스타”로 자신을 소개한 김희재는 부산해군작전사령부 시절을 회상했다. 그간 방송에 많이 노출된 노래보다 지역 특색을 고려한 새로운 곡들이 신선했다. 이들의 무대를 담기엔 음향과 무대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고, 가장 저렴한 2층 A석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S석 플라스틱 임시의자에서 불평이 터져 나온 점은 아쉬웠다. 부산에 대형 공연을 올릴 제대로 된 무대가 없다는 점은 관객을 참 씁쓸하게 한다.
임영웅은 세대별로 손을 들어보게 하는 이벤트를 했다. 50, 60대 여성 관객의 호응이 압도적으로 컸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빈둥지 증후군을 문화생활로 극복하며 새 라이프 스타일에 투자하는 58세대의 등장, 이런 뉴 실버 팬덤의 막강한 지지가 2020년 트롯 열풍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트롯이 거의 한 세기 만에 본연의 기능을 회복했듯 한국 대중문화계 역시 실버 팬덤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이제 오빠 대신 누나, 엄마, 할매 부대다. “누나 한번 믿어 봐~너만 바라보리라~”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