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 ’ 담백하면서도 아련하고, 아련한 듯하면서 따뜻하다. 장범준의 노래는 늘 그렇다. 일기장에 끄적이듯 쓴, 속마음을 들킨 듯한 노래. 그렇게 장범준은 이 시대 청춘을 매료시켰다.
벚꽃 피는 춘삼월만 되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노래 ‘벚꽃 엔딩’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여수 밤바다’에 이어 2019년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까지 삼연타를 쳤다. 이 힘든 시기에 벚꽃연금에 이어 샴푸연금으로 갈아탔다는 우스개까지 들린다. 연애마저 힘든 일상이 된 지금, 그는 초라하지만 그 자리에서 흔들리는 꽃들처럼 버티는 청춘을 노래한다.
장범준은 웹툰 작가를 꿈꾸며 버스킹을 즐기던 학생이었다. 노래로 성공하려면 꼭 홍대 앞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대신 소도시 거리를 고집했을 만큼 음악적 소신도 명확했다.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자.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매일 노래 연습을 하는 모습은 또래 남자라면 겪었을 경험담이다. ‘그땐 내가 좀 못생겨서 흑흑’ 같은 가사는 웃기고도 슬프다. 그런 남자의 심리를 대변한 덕분일까. 장범준은 남자 팬이 많다. ‘히든싱어 6’ 출연 당시 375명이라는 많은 모창 능력자가 지원했고, 탈락자 29명이 불러준 단체 송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 장범준이 보여준 대중성의 미학은 이런 것이다.
장범준 노래를 듣다 보면 1980년대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떠오른다. 80년대의 우울을 걷어낸 2000년대 담백한 일상과 사랑은 시대의 아픔에서 개인의 아픔으로 시점을 옮겨간다. 전자음과 후크송에 지친 귀를 쓰다듬고, 말하듯 읊조리는 가사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꿰매준다. 담백하다가도, 귀에 꽂히는 한방이 있고, 아련한가 싶다가 뜨겁다. 어설프지만, 풋풋해서 아름다운, 실수투성이지만 존재 자체로 선물인 청춘을 이처럼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이것이 90년대 이별의 아픔과 외사랑을 노래한 윤종신, 존재 성찰과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 이적을 잇는 이 시대 최고 싱어송라이터로 장범준을 꼽을 수 있는 이유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