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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6>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놀드 하우저(1892~1978)

선사시대 사냥꾼은 예술가였다…수만 년 문학·예술사를 읽는 ‘지도’

  • 서부국 세상관찰자
  •  |   입력 : 2020-11-05 19:02:0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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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기 주술의식 담긴 동굴벽화
- 수렵→정착 변화가 예술사 영향

- 중세 궁정 음유시인 난해한 표현
- 서민 출신 시인과 다름 과시해

- 르네상스 시대 매너리즘 미술
- 정치·사회 위기 처한 현실 반영
- “작가는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 여백 남겨야 매력적 작품 탄생”

인류가 남긴 첫 회화는? 스페인 알타미라동굴 채색 벽화도 그 중 하나일 터이다. 벽화 천장에 말 돼지 사슴 그림이 보인다. 구석기시대인 1만5000~1만 년 전 이런 걸작이! 비슷한 시기, 프랑스 라스코동굴 벽화도 마찬가지다. 선사시대에 원시인 화가가 개인전을 열었을까? 수천 년 흐른 뒤인 신석기시대. 이번엔 혼란이 몰려온다. 바위에 그린 인체 소묘가 유치원생 낙서 같다. 몸통은 직선, 팔다리는 각각 방향이 반대인 반원으로 그렸다. 신석기시대 그림이 왜 앞 시기보다 못할까. 이런 소박한(?) 질문이 떠오른다.
   
매너리즘 화가인 틴토레토가 그린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Crucifixion 1565년)’. 예수 수난 과정은 시점과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화가는 이를 연속한 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아놀드 하우저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이하 ‘문예사’) 1권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에서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림을 그린 구석기인은 능숙한 사냥꾼. 평소 관찰한 동물을 동굴 벽에 그려 마음으로 소유· 통제하려 했다. 주술(呪術) 의식이다. 벽화가 사진처럼 생생한 이유는? 주술이 효력을 내려면 최대한 실체와 닮도록 그려야 하지 않겠는가. 구석기인이 동물 그림을 잘 안 보이는 동굴 구석에 그리고, 그림이 겹치는 까닭도 이제 이해된다. 선사시대 그리기는 생존에 필요한 재화를 얻으려는 방편. ‘붓질’은 경제 행위였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4권
신석기시대 회화가 기하·추상·간략화로 돌아선 배경은? 신석기인이 떠돌이 수렵 생활을 접고 정착해 식량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신석기인은 인간 육체와 정신을 분리할 줄 알았다. 사물 정령설인 애니미즘을 믿었다. (신석기부터) 사회 환경은 인류 사고를 바꾸고 예술을 변화시켰다. 저자가 독특한 눈으로 예술을 조망해 얻은 대주제다.

이 고전은 구석기시대~‘영화의 시대’(20세기 초) 서양 문예 흐름을 통사(通史)로 고찰했다. 관점에 창의가 넘친다. 서양 문예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예술가 개인인가, 정체(政體) 종교 생산수단 같은 외부 요인인가, 이들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미학·유물사관·인문주의라는 세 시선으로 사고 균형을 잡고 서양 문화예술이 가진 민낯을 그려냈다.

미술을 보는 눈도 키워준다. 이집트 인물상은 왜 항상 정면을 보일까(‘정면성 원리’). 고대 오리엔트 예술작품에서 자주 본다. 작품 제작을 의뢰한 이나 감상자를 존경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당시 부조나 회화 같은 예술작품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한 계층은 왕이나 고관대작. 예술가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형식이 필요했다.

서양 중세 편에선 ‘기사(騎士)’ 얘기가 흥미롭다. 당대 기사는 그렇게 ‘멋진’ 전사가 아니었다. 세습 군인 출신이 많았다. 제후나 대지주가 고용한 호위 무사로 피고용인이었다가 땅을 얻거나 재산을 불려 신분이 격상되기도 했으나 주류에는 끼지 못했다. 그 결과 상류 귀족에 대한 열패감이 몸에 배었고, 후한 보수를 좇아 거처를 옮기기 일쑤였다.

기도 도량인 유럽 그리스도교 수도원은 뜻밖에도 중요한 사회 기능을 담당했다. 조직 노동을 처음 알렸고, 중세 산업 탄생을 거들었다. 이즈음 시인 계층도 분화됐다. 지금도 난해한 시 구절은 머리를 갸웃하게 하는데 중세 궁정 음유시인들이 그런 면에서 원조. 서민 출신 시인과 다름을 과시하고자 일부러 애매하고 어려운 표현을 썼다고 한다.

2권은 15~17세기 ‘르네상스·매너리즘·바로크’ 편. 중세와 근대는 르네상스(원뜻은 재탄생)로 연결된다. 르네상스 발원지는 이탈리아. 경제 사회 부문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십자군 원정이 시작됐고, 중세 길드에 맞서 자유경제가 발달했다. 15세기엔 시민·귀족 궁정 예술로 양분됐고 자연주의가 대세. 16세기 서양 예술 중심지는 로마였고 고전주의가 융성했다.

르네상스 편에서는 ‘예술 후원 대명사’ 메디치 가문을 만난다. 예술가가 길드라는 조직에 편입되고, 예술 감상 계층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예술계를 수호하는 인문주의자가 나타났다. 예술 활동이 사회경제와 시장과 결합하고, 전문·과학·분화·다원·자율화하기 시작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표현 속 매너리즘과 르네상스와 연결되는 서양 문예사조로서 매너리즘은 각각 의미가 다른 단어. 하우저는 매너리즘 미술 작품 특징을 꿈에 비유하면서 현대 초현실주의를 떠올렸다. 파르미자니노(1503~1540)가 미완으로 남긴 ‘긴 목의 마돈나’나 틴토레토(1518~1594) 작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가 그렇다. 그레코, 브뢰헬도 매너리즘 계열 화가다. 현대 회화 중 연상(聯想) 묘사, 카프카 소설 속 몽환과 환상, 조이스 소설이 보인 의식 흐름, 영화 영상 속 자유로운 공간 처리를 떠올리게 한다. 기성 작품을 재해석해 닮은 듯 낯선 창작품을 선보였다. 정치 경제에서 위기에 처한 16세기 유럽 현실이 문예에 반영된 결과. 프랑스·스페인이 이탈리아를 정복하는 바람에 유럽에서 400여 년간 정치 갈등이 이어졌다. 경제에선 근대 자본주의가 싹을 피웠고, 가톨릭 종교 개혁이 시작됐다. 소용돌이치는 시대는 여러 예술 장르에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마키아벨리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같은 사상가나 문인 역시 매너리즘 세례자.

17세기 문예사조인 바로크는 유럽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양식 면에서 더는 통일성을 갖지 않게 됐다. 신흥 경제 세력인 부르주아는 바로크 미술품을 재산으로 수집했다. 궁정 미술은 분업화하고, 예술 비평 아카데미가 자리 잡았다. 안니발레 카라치 작 ‘그리스도를 애도하는 성모 마리아’ 같은 가톨릭교회 명화가 탄생했다.

로코코 고전주의 낭만주의(3권)는 17~19세기 중엽 3대 문예사조. 프랑스에서는 대혁명 이후 시민 예술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왕권은 무너졌다. 문화예술에서 주축이던 궁정 문화가 쇠퇴했다. 권력을 추구하고 의식하는 절대주의는 바로크 고전주의를 대표했는데 이게 해체됐다는 뜻. 로코코는 우아하고 친근을 좇는 새로운 예술 경향.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부문 신흥 계층인 부르주아지가 문화예술 부문 수요자로 막강한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세습 귀족은 물러가고, 문화예술계는 새로운 독자와 관객을 맞았다. 와토 부셰 샤르댕 같은 화가에 이어 문학에선 18세기 말 지식계를 강타한 루소를 기억해야 했다.

로코코는 계몽주의 도움으로 문예 역사상 찬란한 ‘빛의 세기’를 열었다. 시민 연극을 중심으로 한 계급 투쟁이 이 시대 문화예술사 키워드. 저자는 유럽 각국에서 전개된 계몽주의를 설명하면서 특히 세계문학에 기여한 정도는 미미하면서도 그 의미를 처음 파악했던 독일 계몽주의에 점수를 더 줬다. 음악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근대 개념이 싹튼 낭만주의 시대를 이끈 주역. 토마스 만은 바그너 음악을 통해 예술 의미를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4권은 ‘자연·인상주의, 영화’ 편. 자연주의 편에선 문학사가이기도 한 저자의 ‘문학 창작론’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독자와 함께 창작할 소재를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을 독자에게 말하지 않아 독자가 짐작하고 생각하는 여백을 남겨 놓을 때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 탄생한다.”

   
때로는 권력을 선전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인류사를 풍요하게 꾸며온 예술인. 완벽한 창작 자유를 꿈꿔왔지만, 지금도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운명 공동체인가. 저자는 이렇게 외치며 책을 마무리했다. “예술은 만인이 누릴 공유 자산이며 더 많은 대중에 확대되도록 민주화를 쟁취해야 한다.”

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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