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상이란 명칭의 상은 처음
- 한 발짝 더 나아가도록 노력
- 다양한 경험들 글에 녹여낼 것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이고 매사 긍정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상을 받으니 다시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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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으로 최계락문학상을 받은 신정민 시인. 전민철 기자 |
아동문학가 최계락을 기리는 상을 받은 데 대한 소감을 물자 신정민 시인은 말했다. “최계락 선생의 작품은 동심에서 시작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렇게 나이가 든 다음에 최계락 문학상을 받으면서 새삼스럽게 내 안에 있는 동심이란 것에 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일종의 초심과도 비슷한 거겠죠. 처음 글을 쓸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돌아보고 지금의 내 모습도 점검하게 됐어요.”
올초 수상한 요산창작지원금을 비롯해 여러 창작기금을 받아온 신 시인은 ‘문학상’이란 명칭의 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시집은 내려놓는다고 해야 하나, 편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작법을 한 번 시도해봤는데 좋게들 봐주셨어요. 한편으론 좋은 시를 쓰시는 분들 정말 많은데, 대신 받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신 시인은 자신의 시를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양다리를 걸친 정도’라고 표현한다. “나는 ‘현실에 발 딛고 있는 것’에 늘 감동받지만,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갇히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그것을 박차고 나와야 하죠. 그래서 일부러 모더니즘 쪽으로 나를 내모는 편이에요. 그 덕에 작품의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은 것 같아요.”
그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있다. 자신의 삶에 관한 산문집을 내는 것이다. “예술창작을 하려면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일부러 많은 것을 겪어보려고 했어요. 산티아고, 차마고도를 걷기도 하고 마라톤 수영 권투도 배웠어요. 저의 모든 경험에서 얻은 이야기를 녹여내서 ‘한 여자가 이 정도 나이가 되도록 살면서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살아보니 세상이 이랬다, 이런 것이 소중했다’ 하는 얘기를 쓰고 싶어요.”
요즘 요산문학관에서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정리해야 할 수많은 책을 보며 ‘사람은 가고 없는데 책은 남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생각이 그에게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신정민 시인 자선시(自選詩)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
성체조배 하러 가는 길
온 몸에 황금을 칠한 어둠속에서 찢긴 잠의 절단면을 걷고 있던
사람 하나가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에겐 그 벚나무 어딘가에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셀 수 없는 꽃잎이 되려고
그가 걸어 들어간 벚나무 아래서
내 안에 내리고 있는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질 나쁜 종이에 연필심 긁히는 소리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랐던 건
사람들이 집을 떠난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도 가로수로 서 있을 사람
혹여 누군가 활과 화살을 만들기 위해
이 나무를 베어낸다 할지라도
바람에 흩날리는 우수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화려한 시절
짧아서 아름다웠던 생
바구니를 메고 있는 새벽이 벚나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약력>
1961년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외 4권. 한국작가회의·부산작가회의 회원. 2020년 요산창작지원금 외 다수 창작기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