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넷플릭스는 쾌재를 부른다. 한국 토종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제공) 업체들보다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점 외에도 광고 없는 시스템을 지향하며, K-드라마에 파격적인 제작 지원을 감행한 이 거대한 공룡이 뉴미디어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셈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가 발표한 아시아 국가별 K-드라마 순위가 흥미롭다. 국가별로 뚜렷이 차이 난다. 왕정 국가이며 군부 영향력이 강한 태국은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인기 있고, 싱가포르나 대만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김수현, ‘청춘기록’의 박보검이 우세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지인에게서 요즘 ‘사랑의 불시착’에 푹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빈 출연작을 모두 섭렵하는 중이란다.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남자와 남한 여성이라는 이질적인 세계가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이 포인트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남과 북의 우정을 그렸다면 ‘사랑의 불시착’은 과감하게 남녀관계로 발전시킨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기간 일본 드라마 오타쿠들은 적극적인 여성과 변화하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로맨스 공식을 따르면서 복고 전략을 쓴 이 드라마 속 판타지를 즐겼다.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외계인, 인어 같은 비인간계 이물과 인간의 소통을 보여준 박지은 작가는 이번에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의 충돌, 예기치 못한 세계로의 편입을 통해 박지은식 판타지를 구축한다.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전문가 이승희 박사는 일본 내 ‘사랑의 불시착’ 인기 비결은 손예진이 보여준 적극적인 여성상과 함께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일본인에게 익숙한 ‘만자이(漫才)’ 문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화를 잊고 사는 현대인에게 ‘찰지게’ 감기는 말장난의 재미를 보여준 것이다. 20년이라는 세월 속에 박제된 초코파이를 뛰어넘는 우정도 있다. 북한 여성도 다 쓴다는 아랫동네 ‘그리움’이란 이름의 ‘동동구루무’는 ‘관계 맺기’를 돌아보게 한다.
‘사랑의 불시착’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는 것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