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이 7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2013년 ‘고독의 의미’ 이후 6번째 솔로 앨범이다. 1995년 패닉으로 데뷔했으니 데뷔 25년을 맞은 그도 ‘중진 가수’가 됐다. 이십 대 시절, 그의 패기 어린 노래만큼 치열했던 청춘을 보냈던 동세대로서, 여전히 내게 이적의 음악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만파식적처럼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7년을 고민한 음악적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앨범 안에는 올해 6월 발표한 싱글 ‘당연한 것들’도 있다. 너무 당연한 것을 못 하게 된 시간을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노래 한 소절로 희망을 꿈꾸는 것뿐일까. 네 번째 곡 ‘돌팔매’는 패닉 시절로의 회귀다. 김진표가 듣자마자 “‘왼손잡이’의 25년 후 버전”이냐고 물었을 만큼 ‘돌팔매’는 20대 패닉의 정제된 모습으로 타인과 연대하는 상생 가치를 노래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숨’이다. 사막을 걷다가 만난 오아시스처럼, 숨 쉬게 하는 이 노래는 경전 글귀처럼 숭고미마저 내뿜는다.
이적의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몇 해 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떠오른다. 노랫말이 문학 범주에 들어가느냐는 논란은 여전하지만, 문학의 기능 중 하나가 치유라면 이적의 노랫말은 치유 기능을 넘어 놀라운 대중적 효용을 보여준다. 나는 그 기준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에 있다고 주장한다. 90년대 가수들이 사랑을 노래할 때 이적은 실향민, 취업난, 학대 등 사회문제를 제기했다. 달팽이 뿔 머리를 하고 비닐 옷을 입고 ‘아이돌스러운’ 듀오로 등장했던 이적은 패닉과 카니발, 긱스를 오가며 사회문제, 자아성찰, 사랑 철학을 노래하며 성장하고, 위로하며 우리를 변화시켰다. 노래 속 시대정신이 이적을 시대를 대변하는 아티스트로 만든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이적이 보여준 슬프고도 웅장했던 공연을 기억한다. 이 시대 대중 가수의 할 일은 무엇일까. 침묵하지 않는 것,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고 우리 눈물을 닦아 주는 것. 그런 것 아닐까. ‘아직 내겐 너라는 선물이 있으니… 다시 손을 내밀어 단단하게 잡고서 한 걸음씩 내디뎌가…’. 그의 노랫말이 중독성 있게, 아주 깊숙이 귓가에 울리는 가을이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