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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21세기 한국학 <13> 고대사의 두 흐름② 북부여 ~ 신라

고대사, 여러 부족 아우르고 끊임없이 이동 … 단일민족 허구성 주장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11-22 18:56:2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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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사군 애초 요서 지역 있었다가
- 고조선·고구려 판도 변화 따라
- 한반도로 밀려 왔다는 해석 타당

- 일연, 고구려는 부여 계통이며
- 한반도 아닌 요동에 있었다 주장
- 변한백제도 역사·지리적 연결
- 진한은 중국인이 피해온 곳이며
- 이후 신라에 편입됐다고 밝혀

- 한민족 선조들 여러 곳서 기원
- 민족주의 틀로 이해해선 안 돼

지난주 살펴본 고대사의 한 흐름, 곧 고조선에서 오가야까지는 현재 주류 학계에서 주장하는 바와 다른 점이 많다. 특히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고 하는 주장과는 아주 다르다. ‘삼국유사’가 정확한 역사지리를 서술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현재의 고고학적 성과는 ‘삼국유사’의 지리 정보가 타당함을 알려준다. 비파형 동검과 고인돌 유적지가 분포된 지역을 한 번 보라. 지난주(제12회)에 실은 지도와 거의 일치한다.

낙랑, 임둔, 현도, 진번 따위 한사군은 애초 요서 지역에 있다가 고조선과 고구려 판도 변화에 따라 한반도로 떠밀려 왔다고 해석해야 타당하다.

‘삼국유사’의 ‘낙랑국’ 편에서 ‘국사(國史)’의 기록을 인용한 대목도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 “혁거세 30년(기원전 28)에 낙랑 사람들이 와서 몸을 맡겼다”고 한 것과 “제3대 노례왕(弩禮王) 4년(27)에 고구려 제3대 무휼왕이 낙랑을 쳐서 멸망시키니, 그 나라 사람들이 대방 사람들과 함께 신라에 몸을 맡겼다”고 한 대목이다. 요컨대 고조선에서 오가야까지 한국 고대사가 지리적 이동을 한 것처럼 낙랑이나 대방 사람도 그 흐름에 따라 한반도로 들어온 유민(流民)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한사군이 한반도에 설치된 것으로 보는 견해는 ‘삼국유사’의 지리적 정보뿐 아니라 최근의 고고학적 성과와도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 고대사의 또 다른 흐름, 곧 북부여에서 신라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살펴본다.
   
강화도 오상리 북방식 고인돌. 고인돌과 비파형 동검 분포 지역은 고조선~오가야의 고대사 흐름과 거의 겹친다.
■북부여에서 고구려로

‘삼국유사’에 ‘고조선’에서 ‘오가야’로 이어지던 흐름이 ‘오가야’ 다음 ‘북부여(北扶餘)’에서 갑자기 바뀐다. 북부여는 지금 중국의 동북지방에 흐르는 송화강(松花江) 일대에 위치한 나라였다. ‘삼국유사’ 속 ‘북부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기(古記)’에서 말했다. ‘전한 선제(宣帝) 신작(神爵) 3년 임술년(기원전 58) 4월 8일에 천제의 아들이 흘승골성(訖升骨城)【대요(大遼)의 의주(醫州) 경계에 있다】에 다섯 마리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와 도읍을 세우고 왕이라 일컬었으며, 국호를 북부여라 했다. 스스로 해모수(解慕漱)라는 이름으로 일컬었고, 아들을 낳자 부루(扶婁)라 하며 해(解)를 성씨로 삼았다. 왕은 나중에 상제의 명령으로 동부여로 도읍을 옮겼다. 동명제(東明帝)가 북부여를 이어서 일어나 졸본주(卒本州)에 도읍을 세우고 졸본부여가 되었으니, 바로 고구려의 시작이다.’”

천제의 아들이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와 북부여를 세웠다는 내용은 ‘고조선’에서 ‘고기’를 인용해 단군이 조선을 건국했다고 한 것과 통한다. 매우 신이한 내용으로, 그 자체로는 믿기 어렵다. 그런데 정확한 연대와 ‘흘승골성’이라는 지명을 제시하고 주석도 덧붙였다. 위치는 중국 요녕성(遼寧省) 환인현(桓因縣) 동북쪽의 오녀산성(五女山城)으로 비정된다.

‘북부여’는 해부루가 동부여로 옮긴 일과 동명제가 졸본주에 도읍을 세운 일을 차례로 거론해 동부여와 고구려의 기사가 뒤에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해부루가 도읍을 옮기고 그 뒤 고구려가 일어났다고 한 것에 맞게 먼저 ‘동부여’가 서술되고 ‘고구려’가 이어진다. ‘동부여’는 서두에 도읍을 동해 가의 가섭원(迦葉原)으로 옮긴 사실이 나오고, 중간에는 금와왕 탄생 이야기가 이어지며, “지황 3년 임오년(22)에 고구려왕 무휼이 동부여를 쳐서 왕 대소를 죽이니, 나라가 없어졌다”는 대목으로 끝맺는다.
   
■고구려에서 신라까지

‘삼국유사’의 ‘북부여’와 ‘동부여’ 기사를 통해 고구려가 두 나라를 모두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구려’ 편이 이어서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 또한 “고구려는 곧 졸본부여다. 지금의 화주(和州)라 하기도 하고 또 성주(成州)라 하기도 하는데, 모두 잘못되었다. 졸본주는 요동 경계에 있었다”는 지리적 정보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일연은 고구려가 한반도의 화주와 성주가 아니라 요동에 있었음을 분명하게 밝힌 뒤 동명왕 탄생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고구려’ 뒤에 ‘변한백제(卞韓百濟)’를 두었는데, 제목 곁에 “남부여(南扶餘)라고도 한다”는 주석을 붙여 역시 부여 계통임을 밝혔다.

“‘신당서’와 ‘구당서’에서는 ‘변한의 후손들이 낙랑 땅에 있었다’고 했고, ‘후한서’에서는 ‘변한은 남쪽에 있고 마한은 서쪽에 있으며 진한은 동쪽에 있다’고 했다. 최치원은 ‘변한은 백제다’라고 했다. ‘본기’를 살펴보면, 온조가 일어난 때는 홍가 4년 갑진년(기원전 17)이니, 이는 곧 혁거세와 동명의 시대보다 40여 년이나 뒤다. 그런데 ‘당서’에서 ‘변한의 후손들이 낙랑 땅에 있었다’고 한 것은 온조의 계통이 동명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는 주몽의 아들인 온조가 배다른 태자를 피해 무리를 이끌고 남쪽으로 피해 온 일이 자세하게 나온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일연이 그 이야기는 생략한 채 ‘변한’과 ‘백제’의 관계 및 지리적 정보에 관해서만 서술한 것은 흥미롭다.

그러면 그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기이’편 말미의 ‘남부여전백제북부여(南扶餘前百濟北扶餘)’에 나온다. 이는 다음에 다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한백제’가 동명왕과 온조의 관계를 통해 부여 및 고구려와 역사지리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뒤의 ‘진한’과 ‘우사절유택(又四節遊宅)’과도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진한’의 서두는 다음과 같다.

“‘후한서’에 나온다. ‘진한의 늙은이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중국) 진(秦)나라에서 달아난 사람들이 한국으로 오자 마한이 동쪽 경계의 땅을 떼어서 서로 도(徒)라고 불렀는데, 진나라 말과 비슷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진한(秦韓)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열두 개의 작은 나라들이 있었으며, 각각 만 호로써 나라라 일컬었다. 또 최치원은 ‘진한은 본래 연나라 사람들이 피해서 온 곳이다. 그래서 ’도수‘라는 이름을 가져다가 사는 고을을 일컬어 ‘사도’니 ‘점도’니 했다’고 하였다.【신라 사람들의 방언에 ‘탁’은 ‘도’로 읽혔다】”

진한이 중국의 진나라 또는 연나라 사람들이 피해 온 곳이며, 나중에 신라에 편입됐음을 알려준다. 이는 대륙이나 북방 지역 사람이 동남쪽으로 이주해 왔음을 알려주며, ‘변한백제’ 내용과도 통한다. 진한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신라로 수렴된다는 것은 위 기사에 이어 “신라가 가장 흥성하던 때에 서울은 17만 8936호, 1360방, 55리였다”는 내용이 나오고 ‘우사절유택’을 거쳐 ‘신라시조혁거세왕’까지 이어진다는 점, ‘신라시조혁거세왕’이 “진한의 땅에는 옛날에 여섯 마을이 었었다”로 시작된다는 사실 등에서 확인된다.

■단일민족은 허구다

   
고조선에서 오가야까지, 또 북부여에서 신라까지 고대사 두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 고대사는 기본적으로 대륙에서 해양으로, 북방에서 남방으로 이동한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래도록 우리 사고를 지배해 온 ‘단일민족’의 기원이 허구임을 알려준다. 한민족 선조들은 여러 곳에서 기원했을 뿐 아니라 여러 부족과 유민까지 아우르면서 나라를 일으키고 존속시켜왔으며, 끊임없이 지리적 이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삼국유사’를 ‘민족주의’라는 좁은 틀 속에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정천구 고전학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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