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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영의 '사람&세상' <3> 교통공학·교통계획 분야 전문가 정헌영 부산대 교수

“김해 산 절취 문제 빼놓고 가덕 꼴찌(2016년 ADPi 입지 용역) 결론…위정자 있었다”

  •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20-11-24 19:39:48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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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김해안
- 법 근거한 안전검토 없이 수립
- 당시 결과보고서도 공개 안 해
- 위험성 이번 검증서 드러난 것

- 가덕, 이착륙 안전·24시간 운항
- 인천공항 집중된 항공화물 분산
- 철도 연계한 물류 시너지 기대
- 경제·균형발전 등 필요성 명확

- 정치적 이용 장기간 갈등 원인
- 정치권, 지역 간 입지 갈등 봉합
- 예타 간략화 등 신속 추진 절실
- 협력·상생 위한 협치 이뤄져야

김해신공항(기존 김해공항 확장안) 문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근본적인 검토 필요’라는 결론을 공표하면서 김해신공항 계획은 4년 만에 백지화로 귀결된 상태다. 그런데도 수도권 언론이나 야당 등에서는 검증결과에 계속 딴지를 거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교통공학 및 교통계획 분야 전문가인 부산대 정헌영(도시공학과) 교수는 할 말이 많았다. 지난 23일 그를 만나 이번 검증위 결정의 배경과 의미, 주요 쟁점, 과제 등을 짚었다. 정 교수는 이 사안을 20년 가까이 연구해 온 학자로, 현재 ‘24시간 안전한 신공항 촉구 교수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정헌영 부산대 교수가 지난 23일 연구실에서 김해신공항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4시간 안전한 신공항 촉구 교수회’ 공동대표인 그는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으로 하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 항공기 이·착륙이 자유롭고, 장거리 직항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우선, 이번 검증위의 결론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은 안전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이·착륙에 위험한 산악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항공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없다는 지형적 취약점이다. 국토부의 논리로는 ‘조종사가 비행기를 잘 조종해 이·착륙하면 된다, 계기비행절차를 잘 수립해 운영하면 된다’는 식인데, 그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한 행위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입지 용역에서 김해신공항이 최적의 방안으로 결정되었는데?

▶주변 산악 장애물 요소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본계획에 전제되고, 산 절취 등의 비용이 포함되면 김해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은 훨씬 낮아지게 된다. 그때 가덕도가 김해공항 확장과 밀양에 이어 꼴찌로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처음에는 ADPi의 결과보고서가 공개되지도 않았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야 보고서를 입수해 하나씩 살펴보니, 안전과 소음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이어져 온 근본 원인은?

▶위정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했다. 돌이켜 보면, 부산 울산 경남의 새 공항 건설 추진은 2002년 4월 김해 돗대산 여객기 추락 참사(129명 사망) 이후 본격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안전한 공항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이에 따라 당시 건설교통부가 여러 차례 검토한 끝에, 기존 김해공항 내에서는 더 확장할 공간이 없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해공항이 아닌 새로운 입지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나.

▶정부가 부산은 물론 경남·북 일대 여러 곳을 조사한 결과, 입지 후보로 최종 압축된 것이 가덕도와 밀양이었다. 그때 이명박 정부가 과감하게 결정했더라면, 신공항 문제가 이토록 길게 끌어오지 않았고, 지금쯤은 이미 새 공항이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두 곳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며 무산시켰다. 추락 참사로 인해 안전 공항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일이 경제성 논리에 묻힌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경제성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안전성 그 자체를 가지고 (입지를) 정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ADPi 용역으로 결정된 김해신공항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실정법을 지키지 않고 수립됐다는 점이다. 항공법이나 공항시설법 등에 근거한 안전성 검토가 없었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고 위험한 공항이 됐다. 다시 말해, 항공기 진출입 과정에 산악 장애물 존치를 전제로 마련되다 보니, 법령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 점이 이번에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이 아직 고시되지 않은 상태여서, 고시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장애물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 산을 깎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 말이 안 된다. 분명히 고시 이전에 기본계획이 완료되어야 한다. 공항을 건설할 때는 관계법령에 따라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특히, 항공기는 착륙할 때 3도 각도로 내려오게 돼 있다. 세계 공통이다. 그런데 산악 장애물을 피해 6도 등의 높은 각도로 내려오면 그만큼 위험하다. 착륙지점에 닿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날 우려도 있다. 높은 각도에서 착륙하다 강풍이 불면 더 위험하다. 만일 그로 인해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수도권 언론 등은 결국 산악 장애물 문제 하나 때문에 김해신공항이 뒤집혔다고 비판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고, 이·착륙이 위험하면 공항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김해신공항 계획대로 하면, 과연 대형 기종이 안정적으로 뜨고 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대형 기종은 많은 기름 적재 등으로 무게가 무거운데, 김해신공항은 활주로 길이(3.2㎞)가 짧고 주변 장애물로 인해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위험할 수 있다. 동남아 등의 단거리 노선은 문제가 없겠으나, 미주 유럽 등의 장거리 직항노선은 어렵다는 말이다.

-검증위가 미래 수요를 무리하게 잡았고, 코로나 시대 동남권에 인천 같은 24시간 관문공항이 필요하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20년 전에 비하면 김해공항 국제선 승객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향후 수요 증가를 내다봐야 한다. 공항 건설에 확장성 고려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 간사이의 경우 기존 해상 공항보다 더 깊은 곳에 4㎞짜리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들었다. 동남권에는 1000만 명 이상의 국내 수요가 있고, 중국 인도 등의 수요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춤하기는 해도,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해외 여행 등의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용 혹은 득표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역대 정권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선거·정치 프레임으로 몰고 갔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과 연계될 사항은 절대 아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재보선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 시기에 걸리지 않는 국책사업이 어디 있겠나.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다고 억지로 우기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계획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이다.

-신공항을 두고 지역 간 갈등이 재연되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은 밀양을 지지했지만, 경북 군위에 대구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으로 이미 결정났다. 경남은 가덕도에 손을 들었다. 특히 경남도지사 시절 가덕에 반대했던 홍준표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덕으로 입장이 바뀐 것 같다. 김해신공항이 부적합으로 판정이 났으니, 가덕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

-가덕도를 최적지로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착륙이 안전하다. 24시간 항공기가 자유롭게 운항되고, 장거리 직항노선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지역에 전자 정보 통신 등의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국내외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특히 부산신항과 철도를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부산뿐 아니라 동남권과 대구·경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인천공항이 국내 항공화물의 9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구조다. 여객도 여객이지만, 세계적으로 후진국을 제외하고 국가 전체 항공화물이 우리처럼 한 개 공항에 집중된 곳은 없다. 적어도 지방공항에 40~50%의 비중이 돌아가야 마땅하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과제는?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에 인정되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돌고 돌다가 결국 원위치한 꼴이다. 이런 소모적인 정책이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 만큼,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줄여서 빨리 진행해야 한다. 사전·예비타당성 조사 등은 간략하게 하면 될 것으로 본다. 이제는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을 접고 부울경과 대구·경북 등이 협력해 상생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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