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롱·성폭력 없는 환경 위해
- 폭력적·노출 장면 사전 고지 등
- 연극 제작 전 과정 주의점 망라
2018년 일어난 문화예술계의 ‘미투(Me Too) 운동’ 이후 부산 연극계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표준 규정이 전국에서 처음 제정돼 관심을 모은다. 부산문화재단은 최근 진행된 ‘아시아 문화다양성 포럼 주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연극살롱-세이프 온 스테이지(이하 S.O.S)’에서 이 같은 표준 규정을 처음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S.O.S는 부산에 기반을 둔 연극인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 만들었다. 2018년 미투운동을 통해 연극계에서 예술적 완성도를 빌미로 위계적인 연출방식과 연기지도가 용인되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신체 접촉이나 폭력이 정당화되는 문화가 있음이 공론화됐다. 대표적으로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상습적으로 극단 단원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터져 나왔고, 그는 지난해 징역 7년 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S.O.S는 ‘안전’ ‘존중’ ‘소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극 제작 과정에 모두가 안전하고 성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S.O.S는 국내 연극계에서는 처음 제정된 성희롱·성폭력 예방 표준 규정이다. 각 극단은 자율적으로 S.O.S를 채택해, 극단 사정에 맞게 규정을 변형해 사용하면 된다.
S.O.S는 연극 제작 과정을 프리프로덕션, 오디션, 계약, 연습, 리허설, 분장실, 공연, 뒤풀이로 나눠 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조항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S.O.S를 보면 프리프로덕션에서는 연극 제작 주체가 작품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 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작품에 포함된 성적 표현 및 폭력적인 장면을 오디션 공고에 사전 고지해야 한다. 계약서에 성희롱·성폭력 조항을 명시하고, 제작 규모와 형태에 맞게 모든 구성원이 지킬 S.O.S를 정한다. 오디션 과정에서는 상호 존댓말을 사용하고 사적인 질문을 지양하며 주최자와 참여자 단둘이 진행하는 개별 오디션은 지양한다.
연습에서는 1회 이상 모든 구성원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듣고, 연극적 역량을 끌어낸다는 명목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폭언하지 않는다. 성적인 노출 장면이 있다면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을 사전 고지해야 한다. 분장실은 성별에 따라 분리하고, 협소하다면 간이 칸막이나 휴대용 가림막을 권장하며 야외공연이라면 분리된 휴대용 간이 탈의실 사용을 의무화한다.
분장실에선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평가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 뒤풀이에서는 술을 억지로 권하거나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위계적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고, 성적 농담이나 외모에 대한 품평을 하지 않아야 한다.
S.O.S는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자료마당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