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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3> 영도다리 장소성과 대중가요

애환 들었다 놨다…노랫말 단골소재로 실향민 울려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0-11-29 19:00:0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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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가족 절절한 만남의 장소
- 굴곡진 부산 근현대사의 상징
- 윤일로 ‘추억의 영도다리’ 등
- 50년대 대중가요에 잇단 등장

부산 영도의 역사는 한국인이 겪은 현대사의 시련과 같은 맥락을 지닌다. 19세기 후반부터 일본과 러시아가 줄곧 영도를 그들의 조차지(租借地)로 만들기 위해 탐을 내다가 기어이 일제의 관할로 들어갔다. 일본은 영도에 종마장을 설치하고 대륙침략에 필요한 군마를 사육 조련하는 일에 열을 올렸다. 군수물자 보급기지로서 영도는 매우 긴요한 요충지였다. 영도란 지명의 유래는 절영도(絶影島)에서 왔는데, 이곳 종마장에서 자란 말은 바람처럼 빨리 달려서 제 그림자조차 따르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근거한다.
1966년 옛 영도다리의 마지막 도개모습. ‘항도 부산’의 명물이자 피란민 애환의 상징인 이 다리를 소재로 한 가요가 많이도 만들어졌다.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영도는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군사적 요새로 바뀌어갔다. 영선동과 봉래산에는 군마조련장, 청학동에는 곡사포 부대, 태종산에는 관동군 훈련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영도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숫자도 점차 늘어나고, 선박으로만 실어 나르던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교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영도와 부산 남항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1934년, 착공 2년 반 만에 완성하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교량의 일부 구간을 전기 작동으로 들어 올리는 도개(跳開)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들어 올린 영도다리의 일부 구간으로 크고 작은 선박들이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도개교는 전국에서 최초의 일이었다. 이 교량은 일약 화제의 초점이 되어 준공식이 열리던 날 무려 6만 명가량의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 영도다리, 기약없는 약속의 장소

지난 2013년 복원 개통된 새 영도대교. 국제신문 DB
6.25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으로 진격했던 동부전선의 국군과 미군이 중공군 기습에 밀려 다급하게 내려올 때 흥남부두에서 미군수송선을 타고 10만 명가량의 월남피란민이 부산과 거제 등으로 남하해 왔다. 이때 이산된 가족들은 헤어지면서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한 마디만 주고받으며 기약 없는 작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영도다리는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가 되었고, 가족을 못 찾아 애를 태우는 피란민들을 대상으로 점을 봐주는 무속인들도 다리 부근으로 몰려들어 이른바 ‘점바치 골목’을 이루었던 것이다. 찾는 가족의 이름을 적은 미군 시레이션(전투식량) 종이박스에 구멍을 뚫어 그것을 목에 걸고 온종일 영도다리 부근을 샌드위치맨처럼 터벅터벅 헤매 다니던 실향민들. 영도다리는 전쟁과 더불어 애환과 망향의 장소로 바뀌었다.

그리하여 부산이라는 공간의 장소성은 전쟁과 더불어 특별한 의미를 산출하고 있다. 70만 명 피란민이 피눈물의 시간을 보내고 떠난 곳, 허겁지겁 쫓겨 내려온 정부가 임시수도를 설치하고 1023일 동안 머물다 떠난 곳, 도미도, 미도파, 빅토리, 스타레코드 등 전쟁 시기에 설립된 레코드회사를 통해 다수의 전쟁, 피란관련 대중가요들을 발표하면서 1950년대 한국대중음악사의 중심을 온통 맨몸으로 떠메고 가던 곳이기도 하다.

■ 1950년대 대중가요 소재로 자주 등장

‘추억의 영도다리’ 음반과 가수 윤일로(오른쪽 사진).
이후 대중가요 중 영도다리가 노랫말에 등장하는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그 까닭은 영도대교가 부산근현대사의 상징으로 우뚝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굳세어라 금순아’(현인), ‘함경도 사나이’(손인호), ‘고향의 그림자’(남인수), ‘경상도 아가씨’(박재홍), ‘부산행진곡’(방운아), ‘고달픈 청춘’(안정애), ‘손금 보는 내력’(박재홍), ‘영도다리 비가’(박재홍), ‘끊어진 영도다리’(박재홍), ‘이별의 부산항’(손인호), ‘여수의 부산항구’(손인호), ‘부산은 내 고향’(손인호), ‘추억의 영도다리’(윤일로), ‘눈물의 영도다리’(백야성), ‘울고 넘는 영도다리’(시민철), ‘이별의 영도다리’(이상열), ‘들지 않는 영도다리’(여운), ‘잠들은 영도다리’(이성남), ‘사랑의 영도다리’(진성), ‘다시 걷는 영도교’(최라성), ‘부산사나이’(김진) 등등 부지기수이다. 이 가운데서 우리는 영도다리 테마 노래 가운데 가장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추억의 영도다리’(이철수 작사, 이재현 작곡, 윤일로 노래, 1958) 한 편을 음미해보기로 한다.



울었네 소리쳤네 몸부림쳤네/ 안개 낀 부산 항구 옛 추억만 새롭구나/ 몰아치는 바람결에 발길이 가로 막혀/ 영도다리 난간 잡고 나는 울었네

울었네 소리쳤네 몸부림쳤네/ 차디찬 부산 항구 조각달이 기우는데/ 누굴 찾아 헤매이나 어데로 가야하나/ 영도다리 난간 잡고 나는 울었네

울었네 소리쳤네 몸부림쳤네/ 눈물진 부산 항구 이슬비만 나리는데/ 매디매디 사무치는 그 옛날 과거사가/ 오늘 밤도 애처로이 나를 울리네



작중화자는 전쟁시절 피란민으로 부산에 내려와 3년 세월을 보내고 환도 이후 떠난 실향민이다. 그는 눈물의 시절을 추억하면서 영도다리를 먼저 찾아왔다. 피란생활의 쓰라린 추억을 떠올리노라니 당시의 아픔과 절박하던 심정이 왈칵 떠올라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소외와 방황, 절규와 비애로 흠뻑 젖은 채 눈물 짓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영도다리는 가장 힘든 전쟁 시기 피란민들의 지치고 피로한 삶을 잠시나마 기대고 의지하는 의탁(依託)의 장소였다. 다리의 상징성은 고통의 이쪽에서 극복의 피안으로 건너가는 장소성(場所性)을 지닌다. 서산대사 휴정스님이 썼다는 ‘회심곡(回心曲)’에는 사람이 살아생전 쌓아야 할 여러 공덕 중 월천공덕(越川功德)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약한 자를 업어서 하천을 건네 주었거나 나룻배, 혹은 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강이나 바다를 건너다닐 수 있도록 도와준 공덕을 말한다.

어쩌면 영도다리는 1950년대 초반 부산 피란시절 실향난민들이 가장 힘들 때 찾아와 마음의 평안을 얻고 돌아가는 그런 장소는 아니었을까? 이 또한 월천공덕의 훌륭한 기능으로 떠오를 수 있었을 터이니 영도다리의 공력은 크고 대단했다 할 것이다.

영도대교는 1934년 식민지시대에 개통되어 32년 동안 유지되다가 1966년에 도개기능을 중단했었다. 그 후 47년 세월이 지나 2013년 영도대교는 다시 확장 복원되고 도개기능도 부활시켜 부산의 명물로 되돌아왔다. 2009년에는 영도대교가 희망으로 가는 길임을 상징적으로 그린 영화 ‘영도다리’도 개봉된 바 있고, 1993년부터는 ‘영도다리축제’도 해마다 열려서 그 빛나는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시인·가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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