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안 팔리던 집이 지난주 거래됐다. 집은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맞나 보다. 10년간 정든 집이지만, 은행 이자만 고스란히 갚다 내 것이 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게 우리 집이냐 은행 집이지” 했던 얘기는 10년 맞벌이해온 우리 부부에게도 슬프지만 반박 못 할 현실이 됐다.
장기 불황, 청년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 등. 한국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부동산값 폭등을 비롯해 심각한 문제가 여전하다. 방송 콘텐츠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여가를 즐기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대신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살 공간을 해결하고, 최소비용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중고거래, 나눔을 통해 상생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MBC ‘구해줘, 홈즈’, JTBC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 같은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상황에 맞는 새집을 마련하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로 소개되는 집은 역시나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부산 영도에 그렇게 예쁜 집이 많다는 것을 방송으로 알았으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 하지만 방송에서 거래가가 두루뭉술하게 제시돼 실제로 방문했다가 좌절하고 돌아온 경험도 있다. 왠지 가격 대비 괜찮은 집을 보면 무리해서라도 저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찾는 것이 아닌, 집의 상황에 내 조건을 끼워 맞춘다.
1990년대 태어난 세대도 이제 직장에 자리 잡고 가정을 꾸리는 인생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부모가 IMF 고충을 겪은 세대라 소비·지출에 합리적이란 특징을 가진 Z세대.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영끌 세대란 것이다. 어쩌다 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집 마련을 하게 됐을까.
2, 3년 전 유행한 욜로(You Only Live Once)족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이는 영끌 세대와 그들을 부추기는 방송을 보면 씁쓸하다. 집은 지친 영혼의 안식을 위한 소중한 공간이 돼야 하는데, 왜 영혼과 삶을 저당 잡혀 살아가야 하는지 물음이 생긴다.
우리 부부는 부산 변두리 마당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과연 대출 갚고 집 판 돈으로 가능할는지. TV는 이 질문엔 답을 안 주겠지.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