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95> 이시은 소설가의 소설집 ‘고래 365’

낯설고 과격한 교도소 세계 … ‘삶’에 갇혀 있는 건 우리도 같더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06 19:47:5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소설가이자 현직 교도관인 그녀
-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 데뷔 10년 만에 첫 소설집 펴내

- 교도소에 수감된 인간들의 군상
-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생히 기록
- 죄와 속죄·갱생의 가능성도 물어

소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 낸 하나의 세계이다. 그래서 소설은 세계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을 본다. 소설 속 인간군상을 보면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만날 때 소설은 더 흥미롭다. 이시은의 소설집 ‘고래 365’를 그런 기분으로 읽었다.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필자에게 교도소는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경한 공간이다. 면회를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접견실 안에서도 답답하고 두려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 안에는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자나 부패한 권력층의 이야기 말고,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범죄나 교도소를 다룬 몇몇 드라마도 보았고 심지어 예능의 소재가 된 감방생활도 보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고래 365’는 교도소라는 낯선 세계를 생생하게 열어준다. 교도소라는 공간의 특수성보다 눈에 띄는 건 살아 있는 인물들이다. 소설에는 교도소에 수용된 사람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목도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소설이다. 이시은 소설가는 또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이다. 현직교도관이 교도소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시은 소설가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났다.
   
교도소라는 낯선 세계를 소재로 소설 ‘고래 365’를 쓴 이시은 작가. 현직 교도관이기도 한 그를 강원도 춘천 소양강변의 카페에서 만났다.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이시은 소설가를 만나러 간 날, 춘천은 흐렸다. 작가와 함께 다니는 춘천은 흐린 하늘과 물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소양강댐에도, 강에도, 산에도 안개가 자욱했다. 강원도의 늦가을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물과 안개의 도시’ 춘천은 제대로 보았다.

이시은은 경북 청송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춘천에서 살고 있다. 2010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손’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문학충전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등단한 지 10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어요. 늦었지요. 등단 전에는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작품을 응모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거든요.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지만 당선소식이 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점을 치러 갔지요.” 점을 치러 갔다는 고백에 귀가 솔깃했다.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이름을 바꾸라더군요. 이름도 지어주었죠. 그 이름을 받고 바로 등단했습니다.” 굳이 본명을 묻지 않았다. 그는 그냥 소설가 이시은이다.

“저는 소설을 쓰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았습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 성장했고, 소설이 저를 위로했지요. 등단 이후에 소설가로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저의 직업이 교도관이라는 걸 알고 나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나의 직업일 뿐입니다.”

그는 ‘수용자’라는 말을 사용했다. ‘재소자’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수용자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었다. “교도소라는 공간에 수용돼 있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수용자들을 바라봅니다. 혹시 위험한 상황이 발행하지 않을까 보는 거지요. 그것을 ‘계호’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어떤 삶의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떤 죄목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는지 알기 전에 그 사람을 보면 평범한 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죠.” 사람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세심히 바라보는 것. 교도관의 시선으로 보고 만난 세계와 사람들은 소설가의 손에서 작품과 작중인물이 되었다.

■‘죄’와 ‘속죄’

   
고래 365- 이시은 지음/ 북인
높고 견고한 교도소의 담장은 이시은이 말하는 ‘수용자’와 ‘일반인’을 구분한다. 그들은 어쩌다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되었을까. 알고 보면 사연과 이유가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벼랑 끝까지 내몰렸거나, 막다른 상황에서 인간 내부에 잠재한 악이 폭발했거나, 통제할 수 없는 불운이 찾아왔거나…. 범죄자가 되기까지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을 것이다.

표제작 ‘고래 365’에는 불운한 남자가 있다. 고래잡이를 꿈꿨으나, 상업 포경 금지로 꿈이 좌절됐다. 남자는 조리사로 살았다. 영양탕집, 중국집, 삼계탕집, 만둣집까지, 남자의 삶은 뜨거운 불에 내던져졌다. 불 가까이에서 일한 탓인지 남자는 불임판정을 받았고, 아이를 열망하던 아내는 돌아섰다. 종교에 빠진 아내는 딴사람으로 변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 아내는 쓰레기만두 사건을 꾸며내 허위 고발로 남편을 감옥으로 보냈다. 고래잡이가 되고 싶었던 남자는 도리어 작살에 찔린 고래가 되고 말았다. 마음으로 피를 흘리는 남자는 감옥에서도 취사장에서 조리사로 일했다. 남자는 손만 뻗으면 칼을 쥘 수 있다. 이시은은 소설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을 다루면서 ‘속죄’의 가능성을 묻는다. 억울함과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고, 엉망이 되어버린 삶을 딛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에는 과격한 언어가 툭툭 튀어나온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작가가 바라본 여러 삶의 내력들이 그려지기에 그렇다. 그 언어들과 삶이 교도소 밖에 있는 필자를 긴장시킨다. 교도소 안에 사람이 있었구나. 그 당연한 사실을 마치 처음으로 알게 된 기분이었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공간을 읽는 것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만나게 한다. 소설집 ‘고래 365’는 교도소에 갇히기 전에도, 갇힌 후에도 굴곡진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교도소 밖에 있는 우리는 갇혀있지 않는 것일까. 우리 역시 ‘삶’에 갇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마칠 때쯤 비가 내렸다. 눈에 보이는 식당의 간판이 온통 닭갈비와 막국수로 이어지는데도, 작가는 가장 맛있는 막국수집을 찾아다녔다. 춘천에 있는 동안 내내 필자를 가만히 바라보는 작가의 보살핌 ‘계호’를 받은 기분이다.

책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감성터치] 초보 운전, 초보 마음 /강이라
  2. 2[사설] 가덕신공항, 이제부턴 조속한 개항에 전력 모아야
  3. 3[도청도설] 공깃밥과 즉석밥
  4. 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9> 부산항 애환 담은 ‘아메리카 마도로스’
  5. 5[세상읽기] 정당한 대가 지불한 뒤 즐기는 문화예술 /김미희
  6. 6올해 최계락 50주기…시 동요곡집 나왔다
  7. 7[사설] 미래차 부품단지 조성, 부산형 일자리 모델 자리잡길
  8. 8[서상균 그림창] 실수와 짜증
  9. 9[이 한편의 시조] 간이역 /김일우
  10. 10가덕신공항 28조원 억지주장 당장 멈춰라
  1. 1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최종 단계 돌입
  2. 2홍준표, 이재명 향해 "양아치 같은 행동" 비판
  3. 3천안함 최원일 함장 28일 전역...대령 명예진급
  4. 4이낙연 대표 "동남권 메가시티 본격화될 것"
  5. 5가덕신공항 특별법 드디어 국회 통과... 돌이킬 수 없는 국책 사업 내딛는다
  6. 6문 대통령 가덕 찾아 신공항 쐐기…부전역·신항서 메가시티 힘싣기
  7. 7국힘 부산의원들 “문재인 대통령, 가덕 재 뿌리는 국토장관 경질을”
  8. 8박형준 “확실히 이길 후보” 이언주 “큰 약점 없는 사람” 박성훈 “세대교체 이뤄야”
  9. 9‘부정 청약 모르고 주택 구매’ 소명하면 구제한다
  10. 10여당 후보 합동토론회서 야당 박형준 난타 “MB 불법사찰 진상 밝히고 사죄해야”
  1. 120조 쏟아부었지만…멀어져 가는 中 반도체의 '자급자족'
  2. 2[최현진의 수소경제]정부, 수소 관련 규제 없앤다
  3. 3세계 톱3 미래차 부품단지 조성…4300명 일자리 만든다
  4. 4연금 복권 720 제43회
  5. 5동백전, 기존 운영사 KT와 계약 한 달 연장
  6. 6대기업 47% “상반기 대졸신입 뽑는다”
  7. 7부산 경제계 "가덕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통과 환영"
  8. 8“그림 한 점 들이세요” 예술작품 파는 백화점
  9. 9도시공원·GB 내 수소충전소 허용
  10. 10코스피 3000선 회복
  1. 1부산 신규 확진자 16명…사흘 만에 두자리대
  2. 2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전자 신고…부전여전 시민의식
  3. 3'특별법 제정' 가덕신공항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4. 4코로나19 확진자 이틀만에 300명대로… 수도권 비율 80% 넘어
  5. 5만덕터널 지난 오토바이 도랑 아래로 추락, 운전자 사망
  6. 6감천사거리 인근 도로서 60대 여성 차에 치여 숨져
  7. 7경남도, 창원 진해구 웅천·남산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8. 8법원, 3·1절 9인 차량시위 허용…대규모집회 불허
  9. 9도로 낙하물 탓 2중 추돌사고, 발화까지 이어져
  10. 10경남·전남, 동서화합·지역균형발전 상징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촉구
  1. 1부산 아이파크, 홈 개막전서 0 대 3 완패
  2. 2기성용 개막전 뒤 기자회견 자처...자비는 없을 것
  3. 3쑥쑥 크는 ‘내일의 거인’…주전 경쟁 후끈
  4. 4기성용 성폭행 의혹 반박…“결코 그런 일 없었다”
  5. 5부산시설공단 1승 선착…“삼척서 끝낸다”
  6. 6BNK 포워드 구슬, ‘식스우먼상’ 수상
  7. 7부산시설공단 통합우승 '우뚝'...절대 1강 면모 과시
  8. 8추신수 vs 스트레일리 ‘창과 방패’ 누가 셀까
  9. 9우즈, 제네시스 몰다 전복사고 다리 부상
  10. 10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무산되나
최원준의 음식 사람
경주 시장백반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김보한 시인의 시집 ‘하늘재에서 천왕봉까지’
리뷰 [전체보기]
두 막장 대모 귀환…‘마라맛’ 전개 여전한데 스토리 헐거워
돌아온 임성한, 몰아치는 대사 여전…막장의 서곡일까
새 책 [전체보기]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미야자키 마사카츠, 옮긴이 장하나) 外
K바이오 트렌드 2021(김병호·우영탁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중국 하늘과 지상 잇는 다섯 산
현직 판사가 말하는 법관의 양심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몽돌하루 /서숙금
달팽이 /황순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송중기
CGV 조성진 전략지원담당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K 무비·드라마 성공비결은 한국적 서사와 홍보전략
극장서 봤으면 더 좋았을 ‘승리호’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K-무비서 사라져가는 영상 문법들
우주서 화려한 영상미 얻고 연출력을 잃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9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8일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2월 25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2월 24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2월 25일(음력 1월 14일)
오늘의 운세- 2021년 2월 24일(음력 1월 13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윤스테이’를 보면 드는 생각
학교폭력 사건으로 시끌한 TV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愼終若始
潔者有不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살면서 참고할 처세 비결서인 ‘손자병법’
“열심히 일한 것으로 먹고살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