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가 독살” 소문만 무성하다
- ‘왕실서 두개골 보관’ 기록 나와
- 수십년 지나서야 고국으로 전달

데카르트는 ‘방법서설’ 1부에서 “운이 많이 따랐다”고 장담했고, 마지막 문장을 통해 여가를 누리길 소망한다고 밝혔지만, 운명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스웨덴에서 병사한 데다 고국 프랑스로 이장된 유해는 머리가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큰 소동이 벌어졌다. 데카르트 두개골은 스웨덴에서 경매 물품으로 등장한 뒤 가까스로 본국으로 회수돼 현재 파리 인류박물관에 보존(사진)됐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1649년 가을 데카르트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나타났다. 크리스티나 여왕이 개인 강의를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데카르트는 강의 대가로 여왕 지원을 받아 스웨덴에서 편안히 연구하려는 속셈이었다.

	스웨덴 크리스티나 여왕(오른쪽 두 번째)을 가르치는 데카르트(오른쪽).

여왕은 국사를 보지 않는 새벽에 강의해주길 원했다. 문제는 데카르트가 아이 때부터 늦잠을 자지 않으면 제대로 힘을 못 쓰는 허약 체질이었다는 점. 게다가 스웨덴 새벽은 끔찍이 추웠다. 일주일 3회, 새벽 5시 철학을 강의했다. 데카르트는 2주일 만에 감기에 걸렸고 1주일 뒤 폐렴으로 스톡홀름에서 1650년 2월 11일 54세 일기로 숨졌다. 당시 가톨릭 신부가 데카르트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스톡홀름 묘지에 묻혔다.

데카르트 시신은 1666년에야 프랑스로 옮겨져 매장됐다. 1792년 파리 팡테옹(영예사원)에 묻으려고 관을 열어보니 머리가 없었다. 두개골이 사라진 데카르트 시신은 팡테옹으로 못 가고 교회에 다시 안장됐다.

두개골은 8년 뒤 경매시장에 나타났다. 두개골 이마에 ‘1666년 프랑스로 시신을 이장할 때 스톡홀름 근위대장이 두개골을 빼내 스웨덴 내에서 보관해 왔다’란 문장이 적혔다. 스웨덴 학자가 이를 사들여 프랑스에 기증했다.

두개골은 왜 사라졌을까. 크리스티나 여왕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데 급진 사상을 설파하는 데카르트가 걸림돌이어서 신부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머리엔 독살 증거가 남는 탓에 후환을 없애기 위해 두개골을 빼돌렸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2010년 10월엔 독일 학자가 문서를 연구한 결과 데카르트는 비소가 묻은 영성체 빵을 먹고 숨졌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선 해골에 대한 터부가 동양보다 약하다. 그렇더라도 ‘생각으로 인간 존재’를 증명한 철학자에게 머리를 돌려주지 않고 전시하는 건 너무 거칠다. 서부국 세상관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