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글로벌 팬들에게서 K-콘텐츠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월 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이 시작이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킹덤2’는 전편보다 더 쫄깃해진 조선 좀비 탄생을 알리며 해외 ‘트래디셔널 코스튬(Traditional costume)’ 사이트에서 좀비 사냥 필수품인 ‘갓’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9월 초 들려온 BTS의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 소식은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우수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인에게서 인정받은 것을 넘어 즐길거리로서 K-콘텐츠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K-드라마는 올해 코로나 위협 속에서도 SF 판타지, 사회고발, 현실풍자 리얼리티 등 다양하게 제작됐고 ‘집콕’이 일상이 된 시청자에게 변화된 일상을 소재로 따뜻한 위안과 감동을 선사했다. 코로나 장기화 상황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속 한국 콘텐츠 소비를 늘렸다. K-콘텐츠에 고자세를 유지하던 일본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 3분기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는 아·태 지역이 46%를 차지한다. 그중 일본과 한국 가입자 수가 1, 2위를 차지하는데 그동안 혐한류(嫌韓流)와 무반응을 유지하며 주춤했던 일본의 한국 드라마 소비가 올해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일본 젊은 세대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유효하다.
‘방송작가가 뽑은 2020 방송가 10대 뉴스’에서 김명호 작가는 과거 ‘겨울연가’ ‘대장금’으로 대표된 일본 내 한류 드라마 2세대 소비층의 특징이 50, 60대였다면 4세대로 분류되는 오늘날 소비층 특징은 20, 30대 젊은 세대라고 말한다.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주된 소비층인 MZ(Millenium + Z)세대가 20, 30대인 것처럼 일본에서도 젊은 층이 남북 로맨스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청춘의 도전기에 열광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 나아가 전 세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한일 관계가 이렇게 문화와 콘텐츠의 힘으로 해빙기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