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31> 2020년 K-콘텐츠 결산 ② 영화

‘기생충’으로 시작해 ‘미나리’로 꽃피우다

  • 장은진 대중문화평론가
  •  |   입력 : 2020-12-23 19:47:0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기생충’이 이렇게 만루홈런을 칠 줄 몰랐다. ‘옥자’ 이후 엄청난 시나리오가 나왔다는 카더라 소문이 돌기는 했다. 봉준호의 신작은 그렇게 또 한 번 봉테일의 진가를 보여줬다. 포스터부터 본 팬들은 ‘결국 누구 하나 죽어나가나 보다’며 상상력을 발동했고, 녹색 잔디가 주는 평안함과 대비되던 송강호·최우식의 검정 테이핑의 불안함은 결국 ‘냄새’로 구분되는 우리 사회 계급 차이를 드러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날, 혹시 절판될 새라 잽싸게 각본집과 스토리보드 북을 샀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영화 장면과 놀랍게 맞아떨어지는 스토리보드가 정말 인상 깊다. 이렇게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리며 시대 우울을 놓치지 않는 감독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지난 3월부터 영화계·극장가는 얼어버렸다. 2019년 누적 관객 수 500만을 넘은 영화가 ‘극한직업’을 비롯해 10편이나 있었지만, 올해는 0편이다. 그나마 ‘남산의 부장들’‘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가 주연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480만을 기록했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마니아 입소문에 380만 명이 관람해 선전했다.

영화제작사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배우들의 해외촬영은 줄줄이 무산됐다. 넷플릭스는 배우에게 큰돈이 나가는 작품 대신 CG나 특수효과 VFX에 돈을 쓰더라도 1차적 흥행이 검증된, 웹툰 원작의 판타지를 선택한다. 충격적인 소식도 있었다. 타향에서 코로나 합병증으로 숨진 김기덕 감독의 쓸쓸한 말로에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을 등지지 말고 결자해지했으면 우리는 한국영화사에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남긴 한 감독을 이렇게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한겨울에 동네 미나리밭을 얼려 임시 스케이트장을 만들곤 했다. 그 스케이트장을 우린 미나리꽝이라 불렀다. 얼음을 뚫고 나오는 미나리의 힘을 그리려 했을까?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은 봄 미나리 같은 힘으로 미국 내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LA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윤여정의 주름과 비음 섞인 목소리에서 묘하게 잘 숙성되어가는 와인이 떠오른다. 당당하고 멋진 메릴 스트립처럼.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국힘 "北 지뢰 안치우면 우리 군이 치우겠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