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뉴스를 보았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CJ E&M이 선정한 ‘10인의 비저너리’(Visionery)다. ‘비저너리’의 사전적 의미에는 선지자(先知者), 예언자란 뜻이 있는데 ‘선견(先見)’도 내포돼 있다. 대중문화계 속성을 보면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누가 먼저 점유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어물쩍거리다 타이밍을 놓쳐 대박 기회를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웹툰, 웹소설 같은 장르가 사랑받는 요즘 콘텐츠 사업가는 재빨리 원작자를 찾아내 IP(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비저너리는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 속에서 그런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로서 선견지명을 가진 ‘선각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0인의 비저너리 중 올해 초 아카데미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부터, ‘킹덤’의 김은희 작가, ‘사랑의 불시착’의 박지은 작가, 트렌드를 재해석하는 탁월함을 보여준 김태호 PD, ‘응답과 슬기로운’ 시리즈로 복고 드라마를 안착시킨 신원호 PD가 있다. 파격적인 이야기와 신선한 인물을 발굴한 사람들이다. 수감된 이들의 사연, 남녀북남의 초월적 사랑 등 이들에게 금기란 식상함과 타협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국민 MC로서 신뢰와 겸손을 잃지 않는 유재석과 영화 ‘기생충’으로 다시 존재감을 입증한 송강호도 이름을 올렸다.
CJ E&M은 문화평론가와 트렌드 분석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엔터테인먼트계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인물’을 선정했다. 김은희는 조선판 좀비 서사라는 모험을 과감하게 내세우며 그 안에 현재 한국 사회 모습까지 담아 시대정신을 표출했다. 남녀북남 사랑을 더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꿈꾸게 한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 또한 창조성으로 박수받았다. 하지만 10명 중 대다수가 콘텐츠 거대 기업 CJ E&M이나 tvN에서 만든 드라마·영화의 작가, PD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들 덕분에 울고 웃었던 한 해였다. 2021년에도 대중과 소통하는 비저너리들이 탄생하기를.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