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심사기준은 치열한 사회의식과 진솔한 삶의 현장이 녹아있는지, 관념이 아닌 구체성을 담아내었는지, 이미지의 텐션이 탁월한 지에 중점을 두었다. 작품은 예년과 엇비슷한 편수였으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둡고 초조한 형태의 가족사가 더러 눈에 띄었다. 최종으로 ‘연명’ ‘내일은 쉽니다’ ‘변신을 하다’ ‘벗고 싶은 봄’을 남겼다. ‘연명’은 쇠약한 노인과 만개를 앞둔 목련과의 교감이 시선을 끄는 반면, 각 장의 느슨함과 서술적인 표현이 아쉬웠다. ‘내일은 쉽니다’는 경쾌한 말의 유희가 살려낸 리듬감이 남달랐으나 종장의 허술한 맺음이 흠결이었다. ‘변신을 하다’는 노가리에서 명태로 변해가는 과정의 감정이입이 감동을 이끌어냈으나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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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은 심사위원(왼쪽), 전연희 심사위원 |
조규하의 ‘벗고 싶은 봄’ 은 보고 들은 일상의 잡동사니를 끌어와 시조의 자리에 앉힐 줄 아는 시각을 높이 샀다. 첫수 초장을 독립적으로 끌어내지 못함이 걸렸으나 전염병바이러스와 마스크라는 초유의 사태를 짚어가며 정치사회를 발랄하게 견인하는 보법이 신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 끼’와 ‘맨입’의 상관관계, ‘입을 벗’고 ‘입을 맞’춘다는 이중적 의미도 잘 살려냈다. 함께 투고한 서정성 짙은 ‘분수’와 삶의 현장을 담은 ‘시력검사’의 완성도가 오늘의 영광을 뒷받침해 주었다.
정치인들은 정치가 생물이라고들 말한다. 변화의 양상이 다양하다는 것,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 이전에 시가 그렇다. 어디로 튈지 빤히 보인다면 얼마나 싱겁겠는가. 밟혔는데 매번 꿈틀거리기만 한다면 지렁이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밟히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밟은 발에 대차게 대응도 해야 시각이 열리고 새로운 시조가 되는 것이된다. 신인의 패기야말로 신춘의 생명이다. 선배들의 눈길이 머문 곳에 기웃대지 말고, 그 너머까지 시공을 증폭시키길 바란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남은 자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이승은·전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