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에서 올라온 작품은 10편이었다. 이중 최종 본심 대상으로 ‘잭나이프’ ‘닥터 백’ 그리고 ‘얼음 창고’였다. ‘잭나이프’는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부모를 매개로 한 가족 서사 유형이다. 이 경우 소설의 본령인 윤리(moral)를 다루는 작가의 관점과 태도, 새로운 인물(관계)을 창조하는 안목과 기술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 소설은 그 지점을 어느 정도 성취하고 있으나, 중반 이후부터 문장과 서사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약화되는 한계가 있었다. ‘닥터 백’은 호주 멜버른을 무대로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흘러들어온 한국인 체류자들의 유동적인 삶의 한 시기를 닥터 백이라는 인물과 타로 가게를 중심으로 펼친다. 인물과 공간에 대한 작가의 장악력으로 세부 구성에서 독자의 신뢰와 신비감을 확보했으나 결정적으로 서사 전환의 시간 운용이 불균질하여 맥락적으로 혼선을 빚는 단점을 노출했다.
‘얼음 창고’는 얼음처럼 녹아버리고 사라지는 덧없음과 삶의 패배 속에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새로운 상권을 도모하기 위해 낡은 상가 건물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건설하는 것과 허물어 없애는 것의 대치 상황과 그 끝을 그리고 있는데, 이러한 구도에서 승자는 정해져 있고, 서사의 흐름도 짐작 가능하다. 이런 흐름에서 어떤 새로움, 어떤 특징을 찾을 수 있을까. ‘얼음 창고’는 지문과 대사 운용에서 작가의 절제력이 뛰어나고, 소재를 주제로 관철시키는 집중력이 확실하다. 자칫 구태의연하게 흐를 인물과 공간이 작가의 오랜 관찰에서 도려낸 듯 적확하게 묘사되어 행위와 장면이 선명하고 진실하다. 소설가의 자질이 과학자의 관찰력을 전제로 한다는 것, 자칫 간과하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응모자분들께 격려의 마음을, 당선자에게 축하와 정진의 말을 전한다.
▶본심 심사위원=조갑상 함정임 소설가
▶예심 심사위원=이미욱 소설가, 강희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