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장 윌리엄 와일러 초기작부터
- ‘갇힌 여인’ 주제로 한 작품까지
- ‘영화 속 시인’ 섹션도 함께 열려
오래된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질 만큼 신작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오랫동안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는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 속 주인공과 상황이 나와는 아주 다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을 깨달을 때 오는 감동이 더욱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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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베카’.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오는 21일까지 기획전 ‘오래된 극장 2020’을 개최한다. 이번 오래된 극장2020에선 할리우드의 거장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초기 명작을 소개하는 ‘젊은 윌리엄 와일러’ 섹션을 준비했다.
와일러 감독은 그 이름보다는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벤허’ ‘로마의 휴일’은 들어봤을 법하다. 이번에 그의 초기 명작 6편을 만나볼 수 있다.
와일러 감독은 희곡이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영화화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탄탄한 서사 구조와 치밀한 공간 구성을 통한 정교한 연출력으로 심도 깊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완벽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전쟁,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갱스터 등 모든 장르의 영화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은 감독마다 선호하거나 잘 연출하는 장르가 있지만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년 부부의 위기를 정교하게 묘사한 심리드라마 ‘공작부인(1936)’, 인간의 탐욕을 섬뜩하게 그린 ‘작은 여우들(1941)’, 전쟁에서 돌아온 세 참전용사가 맞닥뜨리게 되는 삶에 대한 고뇌를 통찰력 있게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등 6편이 상영된다.
여러 작품 중 이승진(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팀장은 ‘제저벨’(1938)을 추천했다. 제저벨은 성경 속 방탕한 여성의 이름이다. 미국 남부 귀족인 그녀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여성으로 당시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과는 달랐다. 그녀를 연기하는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력으로 캐릭터는 더욱 생동감을 얻었다. 특히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섹션에는 ‘갇힌 여인’이라는 주제로 6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영화들로 부유한 신사와 결혼했지만 사별한 전처의 그림자 속에서 살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린 ‘레베카(1940)’, 탐욕과 사랑, 은밀한 가학과 피학을 파헤친 ‘가스등(1944)’, 데이비드 린치의 대표작으로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블루벨벳(1986)’ 등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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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영화의전당 제공 |
이중 유럽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욕망과 삶을 깨닫고 새롭게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피아노(1993)’도 인상적이다. 청각장애인이자 미혼모인 주인공의 동작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홀리 헌터의 연기가 감동적이다.
‘영화가 사랑한 시인들’ 섹션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시적인 상상력으로 시인이 겪는 창작의 고통을 아름답게 그린 장 콕토의 ‘오르페(1950)’, 오펜바흐의 오페라를 각색한 ‘호프만의 이야기(1951)’, 파스테르나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해 지바고의 삶과 사랑을 낭만적이고 비극적으로 그린 대작 ‘닥터 지바고(1965)’ 등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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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탈 이클립스’. 영화의전당 제공 |
할리우드의 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천재시인 아르튀르 랭보로 열연한 ‘토탈 이클립스’도 감상할 수 있다. 디카프리오의 미소년 시절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와 격정적인 감정표현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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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포스티노’. 영화의전당 제공 |
시인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하다 시인이 되어가는 한 우편배달부의 삶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그려낸 ‘일 포스티노’도 포함된다.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도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만 영화 음악과 이탈리아의 풍광이 잘 어우러져 더욱 감동을 준다.
오래된 극장 2020은 오는 21일까지로 매주 월요일은 상영이 없다. 관람료 일반 7000원, 유료회원과 청소년 및 경로는 5000원.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