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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 동행 <4> 북구 ‘꿈꾸는 예술터’ 무산, 누가 동행을 파괴했나

나라가 ‘문화예술 요람’ 키워준다는데, 제발로 걷어찬 지역정치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1-05 18:56:2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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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차원 지역 예술교육 거점

- 부산 북구 포함 전국 7곳 선정

- 국·시비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 구의회 어깃장으로 완전 무산

- 2020 지역 문화계 최악 사건


- 비용 감당할만한 구비 있었고

- 주민·공동체 수요 충분했지만

- 구·의회 소통 부재로 날린 셈

- 박탈당한 기회 누가 책임지나


정부-부산시-북구청 협업으로 부산 북구에 들어설 예정이던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공 공간 ‘꿈꾸는 예술터’가 사라졌다. 정부가 주는 국비와 부산시가 내는 시비의 집행이 확정된 상태에서, 북구가 내놓겠다고 배정한 구비를 북구의회가 전액 삭감하면서 꿈꾸는 예술터 건립사업이 지난달 31일 완전히 무산됐다. 이 사태는 2020년 부산 문화계 최악의 사건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부산 북구가 ‘문화적으로’ 도약해 전국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국가 차원 사업을 날렸다. 둘째 국가 문화정책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예술문화교육 지원 강화로 가는 상황에서 북구 어린이·청소년(미래세대)이 그 혜택을 우선 받을 기회를 봉쇄했다. 셋째 북구와 부산의 문화예술교육 체계를 앞서서 구축·가동·점검·혁신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넷째 문화체육관광부(정부)가 주관하는 국비 지원 사업에 앞으로 북구가 선정될 가능성을 현저하게 끌어내렸다. 다섯째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은 개별 시설보다 거점 또는 연결선이 더 중요하다. 그런 거점·연결선 기반을 날렸다. 여섯째 부산 문화정책 결정 구조(당·정·시·구) 한쪽이 무너져있음을 드러냈다. 일곱째 거의 어떤 이익도 생기지 않고 다수가 손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 결정이 이뤄졌다.

   
지난달 28일 오전 꿈꾸는 예술터 건립을 촉구하는 북구 주민이 부산 북구의회 앞에서 ‘꿈꾸는 예술터 무산 철회를 위한 시민예술행동’을 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전주·성남은 먼저 개관

사태를 간추리면 이렇다(국제신문 지난달 10일 자 6면, 22일 자 8면, 올해 1월 1일 자 15면 참조). 꿈꾸는 예술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마련하고자 시행한다. ▷기존 예술창의교육 ▷학교 연계 문화예술교육을 통합하고 미래형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이를 맡을 지역 예술교육 거점(꿈꾸는 예술터)을 육성하는 전략이다.

여기서 국가 차원 정책이 새 형태 문화예술교육 지원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흐름에 빨리 올라탄다면 앞서가게 된다는 뜻이다. 문체부는 꿈꾸는 예술터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를 공모했다. 시범사업자로 전주시와 성남시가 먼저 선정됐고 2020년 공모에서 부산 북구, 밀양시, 강릉시, 청주시, 전북 장수군 등 5곳이 지난해 3월 뽑혔다. 이 사업은 건물 신축이 아닌, 유휴 시설 등 있는 공간을 사들여 재단장해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개관한 성남과 전주 꿈꾸는 예술터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 어떤 구실을 할지 짐작할 수 있다.

북구는 덕천동 옛 한국환경공단 부울경지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웠다. 구가 잡은 총사업비는 77억 원으로 부지매입비 35억 원, 사업비 42억 원이다. 사업비 42억 원 중 26억 원(국비 10억 원, 시비 16억 원)은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예산 과다와 주민 수요’라는 이유

   
지난달 10일 개관한 성남 꿈꾸는 예술터.
북구의회는 지난달 9일 북구가 제출한 꿈꾸는 예술터 사업비 51억 원(총사업비 77억 원 중 국·시비 26억 원 제외 분) 전액을 삭감했다. 이 결정은 끝까지 이어져 지난달 31일 북구 꿈꾸는 예술터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국비는 반납해야 한다. 북구의회가 내세운 전액 삭감 이유는 크게 보면 ▷구비 부담이 너무 크고 ▷(체육시설 등)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점으로 요약된다. 이는 앞선 국제신문 기사에서 거론됐다. 예산 삭감에 앞장선 한 구의원은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집행부)가 구의회에 내놓은 답변도 밝혀둔다. ▷부지매입비 35억 원은 환경부와 협상해 5년간 나눠 내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사들인 건물은 북구 자산이 된다. ▷사업비 42억 원 중 국·시비로 이미 확보한 26억 원을 제외하면 구비 부담은 16억 원이며 이 또한 특별교부금(세)으로 충당하면 구 재정 부담은 줄일 수 있다. ▷사업비 중 운영비 4억 원은 해마다 들어가는 비용은 아니고, 최초 프로그램 개발비로 이렇게 개발한 프로그램을 향후 적용한다 ▷연간 운영비 또한 초기 5년간은 시와 구가 50 대 50으로 분담하며, 앞으로 공모사업비 등을 확보하면 구비 부담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즉, 따져보면 북구가 감당할 만한 계획을 짤 수 있다는 답변이다.

■만약 ‘소통’이 문제였다면

‘주민이 원하는 용도가 아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서도 대립하는 주장이 있어 써둔다. 김평수 북구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은 이번을 위해 북구 주민이 긴급히 결성한 꿈꾸는예술터무산철회연대 공동대표다. 그는 “우리 센터는 최근까지 북구의 많은 아파트단지와 공동체를 다니며 의견을 듣고 매우 다양한 문화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를 연구보고서로 썼다”고 먼저 말했다. 이어 “꿈꾸는 예술터가 지역 주민이 원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 직후 덕천동 일대 공동체와 주민을 만나 ‘꿈꾸는 예술터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무산철회연대’가 지난달 28일 북구의회 앞에서 ‘무산 철회 시민예술행동’을 열었을 때 북구 주민공동체 대표 등 30여 명이 모였다.

이쯤에서 이상한 점이 보인다. 꿈꾸는 예술터를 만든다 해서 피해나 손해를 보는 북구 주민은 거의 안 보인다. 무산시킨다고 이득을 보는 주민도 찾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북구의회는 ‘구 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이미 확보된 국·시비를 반납’하게 하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 것이다. 북구의회와 북구가 소통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만약 그것이 이유라면, 더 참담하고 뼈 아프다. 꿈꾸는 예술터는 그런 이유로 날려버리기엔 정말 아까운 국가 차원 정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문제였다면, 왜 주민을 위해 해결하지 못했나?

■‘문제해결’의 지역정치는 어디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북구가 기업·공장을 유치해 경제지표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침 국가 정책이 창의융합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면서 북구와 같은 지자체가 문화·교육으로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주목받을 드문 기회가 왔는데, 날렸다(앞서 제시한 ‘이유’ 가운데 첫째에 해당). 부산 문화예술은 줄곧 가파른 하락세다. 새 문화예술교육 체계 구축과 실험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북구에서 보였는데, 무산됐다(셋째). 덕천여중이 폐교해 디지털 도서관을 포함한 미래교육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근처에 꿈꾸는 예술터가 생겨 연결되면 전국 관심을 끌 미래형 교육·예술 연결망을 이룰 수 있었던 점도 안타깝다(다섯째 ). 국비 반납 페널티로 앞으로 문체부 사업에 뽑힐 가능성도 줄었다. 북구가 2021년 계획한 문체부 문화도시 응모(예산 200억 원 규모)부터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넷째).

시대 흐름을 읽고(통찰), 새 가능성을 발굴해(비전), 협력으로 문제를 풀고(문제해결), 주민과 미래세대에게 희망과 이득을 주는 것이 지역 정치가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청소년에게 줄 수 있었던 기회가 날아간 점(둘째)이 가장 아프다. 기성세대에게는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선사할 의무만 있을 뿐, 그것을 뺏을 권리는 없다. 성남 꿈꾸는 예술터 개관 영상을 보면 문체부 차관,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 의장, 시의원, 담당자가 모두 출연해 개관을 자축한다. 부산 시민은 그런 협력과 소통 장면을 부럽게 쳐다봐야 하나.

   
기초지자체 난맥이 부산 차원 문제와 과제를 드러낸 이 사태를 2020년 부산 문화계 최악의 사건으로 꼽는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문화정책 과제는 ‘지역과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시대’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협력취재=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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