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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의 판타스틱 TV <35> 이 시대가 김순옥을 받아들인 이유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씁쓸한 신드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06 19:09:3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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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집값 1번지, 사교육 1번지인 강남 8학군 69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모델로 상류사회 욕망을 그린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청률 28.8%를 기록한 채 종영했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요즘, 지상파 시청률 28%는 이 시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스카이캐슬’ ‘품위있는 그녀’등 상류층의 추악한 민낯과 피라미드 상위층으로 가려는 중산층의 처절함을 묘사한 드라마는 대중 공감을 얻어왔다. 이번 ‘펜트하우스’는 뭔가 결이 다르다. 과거 ‘아내의 유혹’‘왔다, 장보리’‘황후의 품격’의 작가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김순옥 작가는 지금도 회자되는 ‘점 하나를 찍고 아내에서 애인이 된’ 실소를 유발케 하는 오브제를 작품 곳곳에 배치하고 때론 화가 나고 어이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묘한 재주로 드라마를 포장해낸다.

안동대 김공숙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김순옥 작가가 신화와 민담과 같은 고전 플롯도 융합한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 막장 드라마의 대문호’라고 평했다. 불륜, 살인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배신과 욕망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김순옥 드라마가 화제인 이유는 시즌제란 점도 한몫한다. 이는 넷플릭스 대표 시스템으로,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 효과를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사용한다. 국내 지상파의 시즌제는 ‘낭만닥터 김사부’나 ‘검법남녀’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멜로,복수극을 표방한 드라마에서 파격적으로 시즌3까지 제작·편성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펜트하우스’는 자본주의 바벨탑 같은 맨 꼭대기 층, 그중에서도 최상위층 욕망이 자리하는 공간이다. ‘헤라 팰리스’란 이름이 상징하듯 모든 주인공은 질투의 화신으로 철저하게 욕망을 좇는다. 과시욕, 구별 짓기, 어긋난 모정, 부의 대물림. 시즌 1 20화는 결국 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맺었지만, 김순옥식이라면 시즌 2에서 이들이 부활할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시대, 김순옥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렇듯 선악 경계에 다다른 우리 영혼이 너무나 피폐하고 지쳐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서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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