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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26> 포항 등푸른막회, 물회

갓 잡은 잡어 숭덩숭덩 썰어 고추장 쓱쓱…선상 별미가 소울푸드로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1-12 19:49:0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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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은 동해 수산물 총집산지
- 뱃사람들 제철에 잡은 고기 중
- 값싼 놈 막 썰고 채소 곁들여
- 매콤하게 버무려 즐기던 음식

- 오징어는 물론 청어·꽁치 등
- 등푸른 생선도 재료로 많이 써

- 찬물 넣고 밥과 말면 물회요
- 술안주로 비벼 먹으면 막회요

- 어민 음식을 좌판서 팔기 시작
- 지금은 포항을 대표하는 맛

동해여행을 자주 다닌다. 거칠고 남성다운, 온전한 바다여행의 묘미를 동해가 갖고 있기에 그렇다. 특히 겨울이면 원시의 바다 풍광이 거칠 것 없으면서도, 별미의 바다 식재료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지기에 그렇다.
   
막회를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친 물회.
동해를 오갈 때면 늘 중간 기착지는 포항이다. 포항은 일제강점기부터 동해 수산물의 총집산지이자 소비지였다. 그래서 동해의 온갖 수산물이 넘쳐흐르고 이들을 모두 맛볼 수가 있다. 특히 생선회는 동해에서 가장 다양한 생선으로 장만하기에 더욱 기껍다. 때문에 이곳 포항에 들르면 간단한 식사는 늘 ‘물회’요, 소주 한 잔 할 요량이면 ‘막회’를 맛본다. 포항은 생선회와 더불어 ‘물회’와 ‘막회’가 잘 발달한 도시이다. 이 모두가 항구도시에서 활동했던 어부들의 음식에서부터 유래되었기에 그렇다. ‘물회’는 생선회를 육수나 냉수에 부어 ‘냉국’ 형태로 먹는 음식이고, ‘막회’는 생선회를 야채나 해초와 함께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쳐서 먹는 ‘무침 회’ 음식이다.

‘물회’는 뱃사람들이 선상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 중 허드레로 잡히는 놈들을 채 썰 듯이 썰어 갖은 채소와 고추장 등속으로 버무려 먹었다. 밥이 있으면 밥과 함께, 여름에는 찬물을 부어 훌훌 들이켜듯 먹었던 음식이다. ‘막회’ 또한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손에 잡히는 생선을 뼈째 숭덩숭덩 막 썰어 고추장에 비벼먹은 데서 유래한다. 제철 생선을 여러 야채와 함께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먹는다. 이 모두 고된 뱃일 속 잠깐 쉬는 시간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던 노동음식이었던 것.

이것이 ‘어부의 집’들이 모여 있는 해안마을의 일상식이 되고, 뱃일 마치고 온 어부들의 막소주 한 사발의 안주가 되었다가, 뱃일 나가기 전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음식으로까지 널리 소용되게 된 것이다.

■‘막 썰어’ 장만하는 서민 생선회

   
꽁치, 방어, 청어 등 등푸른 생선을 썰어 내는 ‘등푸른 막회’.
물회나 막회 모두 생선회를 투박하게 숭덩숭덩 막 썰어 장만하는 음식으로 소용되는 생선은 각 지역마다 다르다. 공통적인 특징은 그 지역에서 제철에 많이 잡히는 흔한 생선으로 가격이 싼 잡어들이 활용된다.

다양한 제철의 생선으로 장만하기에 그 맛이 신선하고, 입안에서 야채, 해초 등이 적당히 섞여 어우러지기에 유쾌한 식감 또한 좋다. 그러나 값싼 잡어로 장만한다는 의미 때문에 고급 생선회로서의 개념은 아닌, 친 서민적인 생선회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수산업이 발달한 포항은 다양한 물회와 막회가 존재하면서도 일상음식으로 즐겨먹는 곳이다. 미주구리(기름가자미), 오징어를 비롯해 횟대, 달갱이(성대), 숭어 등과 등 푸른 생선인 청어, 방어, 전어, 꽁치로도 만들어 먹는다. 그만큼 물회와 막회는 포항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대표적인 음식이다.

물회가 주로 끼니로 먹는 음식이라면, 막회는 술안주로 소용이 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막회와 물회의 경계는 모호하다. 막회나 물회나 채 썬 생선회에 각종 야채, 해초 등을 얹어 제공을 하고, 이를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에 버무리는 것도 같기에 그렇다. 비벼먹으면 막회, 말아먹으면 물회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굳이 따지자면 막회는 안주용 생선회 개념이기에 주로 생선회 접시에 장만한다. 물회는 식사 개념이기에 1인분 중심으로 사발에 장만을 한다. 그러나 먹는 방법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채 썬 생선회를 다양한 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에 비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밥에 비벼서 먹을 수도 있다. 물회는 물이나 육수에 훌훌 말아서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른 셈이다.

이들 막회, 물회 중에서도 포항·영덕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등 푸른 생선을 활용한 막회와 물회이다. 포항·영덕을 중심으로 동해는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등 푸른 생선인 청어, 꽁치가 많이 났다. 때문에 이 등 푸른 생선으로 물회를 만들어 먹거나 초고추장에 무쳐서 먹고 젓갈과 밥식해 또한 담가서 먹었다.

등 푸른 생선 물회는 다른 지역에서는 여간해선 보기 드문 음식이다. 장만을 잘못하거나 싱싱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막회도 만찬가지다. 여수 등지에 전어무침회가 소울푸드이긴 하지만 거의가 등 푸른 생선은 굽거나 조리거나 활어회로 먹는 것이 당연시 된다.

■영일대 북부시장 등푸른막회 거리

포항에서 영일대 북부시장에는 이 등 푸른 생선으로 물회와 막회를 파는 음식점들이 다수 있다. 일명 ‘등푸른막회’ 거리. ‘등푸른막회’는 최근 포항시에서 포항 향토음식으로 지정을 했는데, 현재 영일대 북부시장에 5개 남짓 음식점이 지정되어 있다.

원래 이곳 시장에는 막회를 썰어 팔던 반 평 남짓한 난전들이 성업을 했었다. 지금도 30~40년 장사를 한 여인네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물회와 더불어 막회 대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등푸른막회’는 청어, 꽁치, 전어, 방어 등의 제철 ‘등 푸른 생선’을 활용해서 제공하는 무침회 메뉴이다. 계절 따라, 그리고 어선의 조황에 따라 다양한 ‘등푸른막회’가 제공이 된다. 때문에 여러 가지 ‘등 푸른’ 어종의 회가 썰어져 나오고 계절마다 제철 생선을 사용하기에 맛과 식감이 흔쾌하고 재미나다.

“식당마다 물회 양념으로 고추장과 냉수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얼음육수에 초고추장을 내는 곳도 있습니다. 막회 또한 생선회 위에 양파나 쪽파를 고명으로 올리는 곳과 미역 등 해초류를 얹은 곳 등 서로 다른 장만 법 또한 재미나지요.” 포항특미물회 황용득 대표의 말이다.

이 식당은 물회를 주문하면 ‘등푸른막회’ 한 접시를 공짜로 제공한다. 때문에 물회와 막회를 함께 맛볼 수 있어서 좋다. 겨울에는 주로 청어로 막회를 낸다. 막회 위에 초고추장을 넉넉하게 얹어 미역, 양배추, 파, 고추 등과 함께 버무려 먹는다.

청어의 고소한 맛에 야채의 아삭함,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함이 겨울의 입맛을 돋운다. 물회 또한 그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남다르다.

   
포항 사람들에게는 일상음식인 막회와 물회. 특히 서민들에게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음식이기도 하다. 하물며 값싼 등 푸른 생선으로 시장 좌판에서 먹었던 음식이었기에 더욱 정이 가고 마음 따뜻해지는 음식이기도 하다.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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