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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 동행 <5> 사진가 김홍희 ‘택리지’ 프로젝트

집단감성은 내 사진 철학 … 21세기판 ‘택리지’ 작업 동행자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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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스타 사진가로 활발한 활동
- 일반인과 ‘500인 500작’전 기획
- 연말엔 1000인 전시회도 목표
- 전국구 사진집단 ‘일우’도 운영
- 카메라 매개로 소통하고 기록

- 6월 사진집 ‘택리지 1편’ 낼 예정
- 1월 말부터 신청자 3명과 출사
- 인터넷펀딩 300명에 판매 계획

사진가 김홍희(62)는 1999년 개인전 ‘세기말 초상’을 열었다. 부산 포토갤러리 051에서 시작한 이 전시는 서울과 대구를 거쳤고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그때 김홍희 사진가는 40세였다. 백일 전후 아기부터 90세 어르신까지, 동네 이웃부터 예술가까지 365명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 독특한 사진전 덕분에 세기말이던 1999년 한국의, 부산의, 우리의 초상화가 남았다.
   
김홍희 사진가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작업실에서 2021년에 펼칠 ‘택리지’ 기획에 관해 설명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그때 ‘세기말 초상’ 전시를 전한 기사나 글을 보면, 김홍희 사진가는 ‘시간’에 관심이 많다. “세기말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은 천년 후 후손에게 어떻게 비칠까?”(1999년 8월 24일 자 국제신문에 조해훈 기자가 쓴 전시 기획 의도) “나는 (주점 벽에 걸려 있던, 부산 풍경을 담은) 그 낡은 사진들에서 시간을 동결하는 힘, 그리고 그 힘은 결국 자신의 원형질을 기록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김홍희 사진가가 2005년 블로그에 쓴 ‘세기말 초상’ 관련 글)

그의 통 큰 시간관은 여전했다.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있는 작업실에서 김홍희 사진가를 만났다. “나는 2020년 1월 ‘100인 100작’ 사진전을 기획해 열었습니다(서울 충무로 비움갤러리). 선착순 100명 조건으로 누구나 사진을 출품할 수 있는 형식이었죠. 다만 ‘착한 사진은 버려라’는 원칙은 분명했고, 남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사진을 낸다는 기획의도를 적용했죠.” 이는 2020년 12월 ‘500인 500작’ 사진전(서울 인사아트갤러리)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1000인 1000작 사진전을 열 겁니다. 그런 1000인 전시회를 10년 하면 만인전, 다시 말해 ‘만인보’가 되겠죠.” 그렇게 ‘사진 만인보가’ 태어나면, 그 전시에는 생명력이 생겨 100년쯤 이어지고 1000년쯤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을까?
   
김홍희 사진가는 ‘청춘 방랑’ ‘몽골 방랑’ 등 방랑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 ‘택리지’도 방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사진 ‘오대산 북대 미륵암’. 김홍희 제공
■100인전, 500인전, 1000인전…

그런데 김홍희의 이력을 면밀히 살피면(홈페이지 hongheekim.com 등 참조), 다른 결을 찾을 수 있다. 그가 사진예술을 매개로, 뭇사람과 끊임없이 ‘동행’하는 통로를 뚫어온 점이다. 여기서 많은 사진예술가와 달라진다. 그는 이를 “집단지성·집단감성을 활용하고 가꿔 이 시대를 기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홍희는 중진·스타 사진가이다. 전업 작가로서 치열했고, 부산에서 비중이 큰 전국구 예술가다. 1988년 일본에서 개인전을 시작해 눈길 끈 개인 전시를 수십 번 열었다. 단체·기획전은 더 많다. 산문집과 사진집을 많이 펴냈으며 경허·법정·수불·현각 스님, 박찬욱 정찬주 구효서 조용헌, 피천득 등과 관련된 책의 사진을 맡았다. 방송 출연, 칼럼 연재, 유튜브 채널(‘착한 사진은 버려라-김홍희 채널’) 운영 등으로도 바쁘다. 그리고 사진집단 일우가 있다.

김홍희 사진가가 주도해 2002년 사진집단 일우가 창립된다. 법화경의 ‘조천일우(照千一隅)’에서 이름을 땄고 ‘한 모퉁이를 비추는 빛’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동호인을 모아 사진 수업을 하고, 인문학 공부를 하는 전국 모임이다. “일우에서 시작해 좋은 사진가가 된 분이 꽤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오래 전 일우 회원들이 같은 날 부산 전역으로 퍼져 같은 시각 부산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낸 적이 있는데, 인상 깊은 작업이었다.
   
‘고비 사막’. 김홍희 제공
■함께하는 사진예술 영역 개척

사진가 김홍희의 예술론·작가론을 물었다. “혼자 살아라, 뭉치면 죽는다, 고독을 이겨내는 고독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그는 답했다. “작가 찰스 부코스키가 그랬지요. 내면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작가가 되지 말라. 내면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도록 기다려야 한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 작품론을 물었다. “폭발하려는 막강한 에너지와 이것을 제어하려는 막강한 절제 에너지가 서로 쥐어짜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삐져나오는 것, 그것이 작품이어야 하죠.” 모두 ‘개인’ 바탕이다. 그렇다면 모임인 일우는 어떤 뜻에서 생겼을까?

“집단지성·집단감성으로 할 일이 있고, 개인으로 할 일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일우는 개별화된 개인의 모임이죠.” 여기서 우선 ‘집단감성’을 짚어야 한다. ‘집단지성’만 유행어일 뿐 집단감성은 낯선데, 숱한 개인의 개별성이 기술을 기반으로 ‘초연결’되는 지금 세상에서는 이것이 어떻게든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점이 21세기 예술의 한 특징이다. ‘평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대등한 개인이 대등하게 예술에 참여해 즐기고 배우고 좌절하면서 성장하는 것. 이는 첨단기술이 뒷받침하는 21세기 예술의 한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은 ‘동행’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 1999년의 ‘세기말 초상’ 전시부터 일우 활동, 100인전, 500인전, 1000인전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동행 관점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일우 회원은 약 1000명이다.

■조국 산천 주유하는 사진 프로젝트

김홍희 사진가는 2021년 ‘택리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월 말 첫 여정에 들어간다. “조선 시대 이중환 선생이 쓴 ‘택리지’ 속 인문정신에 자극받았습니다. 조국 산하를 담고 사람을 만나며 21세기 상황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기획입니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백두대간을 두루 다닐 계획이다. 모두 3단계로 진행한다. 이 기획에도 동행이 있다.

예컨대 1단계 계획을 살펴보자. 출판사와 ‘택리지 제1편’ 사진집을 한정판으로 300권만 내기로 계약한 뒤, 인터넷을 통해 300명에게서 펀딩을 받는다. ‘택리지’ 촬영을 다니는 동안에는 별도로 신청한 동호인 또는 일반인 3명과 동행한다. 동행은 유료다. 주중 15만 원, 주말 20만 원 비용을 받는다. 현장에서 김홍희 사진가는 동행한 동호인에게 강연과 원 포인트 레슨을 제공한다.

   
이렇게 제작비와 구매자를 확보한 뒤 진행해 오는 6월께 제1권을 낸다. 수준 높은 한정판 사진집을 구매자에게 제공하고, 동행하는 동호인과 경험을 공유하며 역량을 전수한다. 3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형편이면서도 김홍희 사진가는 “겨울에는 자동차로, 여름에는 오토바이로 이동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 별난 프로젝트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는 사진을 매개로 사람과 함께 간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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