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음악 등으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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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포 선 라이즈’의 제시와 셀린은 앨범가게에서 음악으로 교감하며 가까워진다. |
영화를 추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설가 오성은(사진)은 그 여러 방법 중에 영화의 ‘소리’를 택했다. 그가 최근 펴낸 ‘사랑 앞에 두 번 깨어나는’은 영화 음악을 주제로 한 에세이다. 음악을 파고들었다기보다 영화 속 음악을 통해 같은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식의 역감상평이랄까.
‘비포 선라이즈’ ‘베티 블루’ ‘만추’ ‘에이미’ ‘라 비 앙 로즈’ ‘퐁네프의 연인들’ ‘그녀’ ‘스토커&박쥐’ ‘이터널 선샤인’ ‘쉘부르의 우산’ ‘아이즈 와이드 셧’ ‘토니 타키타니’ ‘리플리’ ‘택시 드라이버’ ‘그녀에게’ ‘길’ ‘아비정전’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라라랜드’…. 글의 소재가 된 작품의 제목만 들어도 음악의 일부가 자동재생되면서 영화 속으로 순식간에 소환된다. 그만큼 음악의 역할이 강력한 영화들이기도 하고, 누구나 음악 한 소절에 추억 한 자락 가지고 있을 만큼 감성적인 영화들이기도 하다.
짧게 짧게 내쉬는 한숨 같기도 한 탕웨이의 노래가 듣는 이를 늦가을 시애틀로 데려다 놓는 영화 ‘만추’를 오 작가는 이렇게 기억한다. ‘내게는 만추가 늦은 사랑이나, 늦은 깨달음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늦어도 괜찮다는 가녀린 속삭임으로도. … 손성제의 원곡 ‘멀리서’는 탕웨이의 목소리에 의해 늦은 가을이 된다. 느리고 섬세한 통기타의 아르페지오가 길고 긴 그 가을을 소환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남녀가 하루 만에 사랑에 빠져드는 로맨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설렘 뒤에도 사실은 음악이 있었다. ‘턴테이블에는 검은 바이닐 한 장이 돌아가고 있다. 셀린이 조심스레 톤 암을 내려놓으면 바늘은 소릿골을 부드럽게 긁어댄다. … 좁은 청취실의 공기는 조금씩 달아오른다. 서로의 눈빛을 살피던 제시와 셀린은 노래의 가사처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어떤 바람을 감지한다’.
영화보다 노래가 훨씬 더 먼저 나왔지만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본 사람이라면 노래 ‘빈센트’가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나 착각할 법 하다. ‘서정적인 통기타 연주와 함께 ‘Starry, starry night’이라고 읊조리고 나면 거짓말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숨어 있던 별들이 총총하게 솟아오른다’.
오 작가는 “보통 영화는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듣는 영화도 무척 매력적이고 영화와 예술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2018년 중편소설 ‘런웨이’로 등단한 오성은 작가는 TV와 라디오 등에서 여행, 영화음악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단편영화 ‘향수’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직접 만든 노래를 직접 불러서 EP앨범 ‘This is my’를 냈다. 여행감성 충만한 에세이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와 ‘여행의 재료들’을 출간했다.
신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