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맛있는 음식 먹으며 TV로 특선 영화를 보는 게 최고다. 올 설 연휴는 주말을 제외하곤 이틀밖에 되지 않아 짧게 느껴진 데다 코로나 상황으로 세뱃돈 쓰러 나서기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이리저리 리모콘을 돌려보다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에 눈길이 멈췄다. 토요일 오후 5시. 출출해지는 타이밍에 맞춰 생방송이 시작한다. 주방에서 막 요리를 시작하거나 뭘 먹을지 고민할 시간이다. 안 그래도 명절 음식에 물려 집 앞 분식집 매운 떡볶이나 먹을까 하던 내 마음을 어찌 읽었는지 백종원은 설날 떡국 떡으로 떡볶이를 해보잔다. 뭔가에 홀리듯 따라 하다 보니, 냉장고 속 재료 재활용 얼큰 떡볶이 완성!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방송 콘텐츠 시장 변화는 먹방 예능 유행도 바꿔버렸다. 지상파, 종편, 1인 미디어가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어떻게 소비하는지 보여주던 ‘잘 먹고 잘 사는 법’ 대신 매일 먹는 밥을 어떻게 먹을지, ‘현명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일반인이 주체가 되는 방송이 각광받는다. 거기에 이웃집 아저씨의 편안함으로 소통하는 백종원과 대화하고 질문하는 90분 생방송 요리쇼는 애초 우려를 딛고 6개월 넘게 평균 3.5% 이상 시청률을 보이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골목 상권을 살리려고 창업·경영 노하우를 전하거나, 요리 초보자에게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던 해결사에서, 요리란 그냥 일상의 한 모습임을 깨닫게 해준 카운슬러로서 백종원의 저력이 통했다.
어린 딸과 함께 요리하는 젊은 아빠, 미국 태국 브라질 등에서 연결한 신혼부부, 엄마를 일찍 떠나보낸 딸과 아버지, 약혼자에게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 프러포즈하고 싶은 예비 남편 등 음식 만들기에 진심을 다하는 이 요리 인류의 열정은 다시금 우리에게 작고도 소중한 교훈을 준다. 진심을 담은 요리는 상대를 감동시키는 최고 선물이자, 나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 될 수 있음을. 어젠가부터 먹고사니즘이 가장 중요해진 이 시대, 우리에게 요리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대화와 소통이다. 수다스럽고 분주하고 정신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힘들고 답답한 이 시대 최고 위안이자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동서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