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13시간 러닝타임·즉흥연기…누벨바그 거장 자크 리베트 소환하다

다음 달 10일까지 영화의전당, ‘미친 사랑’ 등 대표작 18편 마련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21-02-23 19:44:3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상영시간 긴 ‘아웃원’, 4부 나눠
- 관찰자 입장서 실험적 작품 특징

“골통 예술가가 던져주는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합니다.”
   
자크 리베트의 영화. 1 ‘잔 다르크’ 2 ‘미친 사랑’ 3 ‘북쪽 다리’ 4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스틸 컷.
누벨바그 영화에서도 가장 난해하고 까다로운 감독으로 꼽히는 자크 리베트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18편을 상영하는 그의 회고전에서는 기존 서사 영화의 틀을 벗어나 관객과 배우에게 ‘창작 권력을 이양’한 실험적 영화 세계를 선사한다.

리베트는 1950,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 시대를 이끈 감독 중 가장 늦게 이름을 알렸다.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클로드 샤브롤 등과 함께 누벨바그 기수로 꼽히는 리베트는 장뤽 고다르와 함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고다르가 작품의 내용과 제작 방식에 진보적 정치 성향을 담으려 했던 것과 달리 리베트는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 내기를 절제하고 관찰·기록자의 입장을 유지했다.

리베트 영화의 도드라진 특징은 끊임없이 픽션(연극 소설 영화 등 허구적 작품) 만들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무려 13시간의 긴 러닝타임 탓에 이번 회고전에서 4부에 걸쳐 상영되는 ‘아웃원’이다.

작품에서 감독은 저마다 다른 형식과 내용의 연극을 만드는 세 집단의 작업 과정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를 본 관객은 영화 속 연극의 내용은 물론, 이런 작업을 하는 감독의 궁극적인 의도도 헤아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회고전을 기획한 허문영 프로그램디렉터는 “리베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끊임없이 허구 작품을 만드는 인간의 활동이다. 특히 연극 만들기가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데, 감독은 어떠한 방식으로 연극을 만드는 지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림을 소재로 한 작품 ‘누드모델’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리베트 영화의 자유로움도 관객이 그의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1970년대 리베트 영화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주인공 행동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장면이 많은데도,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허구적 모험’을 즐기며 노는 두 여성 주인공의 자유로움과 발랄함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에게 정통 서사 영화의 쾌감과 다른 만족감을 주는데, 배우에게 최대한 상황을 창작해 즉흥 연기를 하도록 기회를 제공한 리베트의 독특한 작품 제작 방식이 있어서 가능했다. 감독이 시나리오 속 서사구조를 지배하는 권력을 포기하고 관찰·기록자로서 자신을 낮추는 순간 카메라 너머에서 자유롭게 노는 배우들의 쾌감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허 디렉터는 “리베트 작품세계에서는 기존 영화산업에서 중요하게 다룬 2시간 러닝타임과 배우의 연기력, 시나리오 모두 중요한 게 아니다”며 “관객은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 텅 빈 상태에서 영화를 체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오후 3시 ‘북쪽 다리’ 상영 뒤 임재철 평론가의 특별 강연도 열린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4. 4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10. 10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