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리모콘을 돌리다 오랜만에 괜찮은, 아니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났다. 일요일 밤 11시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올해 1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8회 차를 방송했을 뿐인데 화제성과 주변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학전소극장’과 ‘동아기획’편을 보고 1980~90년대 대중음악의 추억 속으로 젖어 들 수 있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의 출현에 반가움이 앞섰다.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는 1991~2021년 한국음악사 30년, 당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음악과 시대정신을 기록한다. 탐사보도와 다큐 프로그램의 강자 SBS답게 예능이 아닌 교양 마인드로 접근한다. 취재하고 복원하고, 재현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앞부분은 취재를 통해 모든 기록을 망라하고 후반부는 MC 성시경이 앞서 거론된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간만에 뭔가 꽉 채워진 편안한 느낌의 음악 프로그램에 눈과 귀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 음악의 뿌리가 무엇이며 왜 선택받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을 하는 프로그램은 부족했다.
2월 마지막 날 밤 방송된 ‘동아기획’편은 나의 10대와 20대를 바쳐 사랑했던 노래와 가수들을 기억 저편에서 선연하게 소환했다. 조동진, 들국화, 어떤날과 시인과 촌장, 박학기와 김현철, 장필순과 빛과 소금. 더 무슨 말이 필요하리. 지금도 내 CD와 LP 수납장에 빼곡히 꽂힌 그들의 노래가 있었기에 내 청춘은 조금 덜 고달플 수 있었다고, 그래도 조금은 무지개 빛으로 빛났다고 이제야 고백해본다. 고교 입학 후 교지 편집반과 방송반 사이에서 별 고민 없이 방송반을 택하고 지금의 아미 뺨치게 동아기획 가수들의 공연장을 쫓아다니다 성적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어도 동아기획 전속 작사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던 시절. 파이팅 넘치고 에너지 충만했던 십 대 때가 되살아난다. 오랜만에 듣는 장필순의 ‘제비꽃’은 이젠 떠나고 없는 원곡자 조동진도 생각나게 한다. 쓸쓸했던 그 목소리 참 좋아했는데….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잘 버텼다고 등을 토닥인다. 4050 세대에겐 구원이었고, 위로였을 그 선율. 전설의 무대는 그렇게 또 사람을 울린다. 고마워요, 너무 늦지 않게 찾아와줘서.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