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진의 판타스틱 TV’에서 매주 목요일 ‘우리 인생의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국 첫 방송국 HLKZ-TV가 1956년 개국한 뒤 방송된 15분 길이의 한국 최초 드라마 ‘천국의 문’부터 2021년 현재 방영 중인 SBS ‘펜트하우스’까지, 그 70년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은 수월치 않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궤적을 훑어보는 자기 민족지적(Auto-ethnography) 수행이면서 우리 삶을 기록하는 또 다른 아카이브 작업이 될 것이다.
드라마 ‘천국의 문’은 도둑 두 명이 죽어 천국의 문 앞에서 만나 인생을 돌아본다는, 파격적이고 환상성 강한 내용이다. 김환표는 ‘TV 드라마, 현대사를 말하다’에서 첫 방송 날 세트 배경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케이블을 몸에 감아 카메라를 움직이며 1인 3역을 한 스태프들 모습을 전한다. 또한 대본을 손으로 써서 연출한 최창봉 PD와 천국을 상징하는 구름 장면을 통해 최초 특수효과까지 만들어낸 감회를 생생히 묘사했다. 오명환은 첫 드라마로 ‘천국의 문’이 선택된 것에 대해 등장인물이 많은 복잡한 작품보다 간결하고 예술성이 있으며 한국 정서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년 뒤 서울 종로구 관철동 296, 속칭 종로방송국으로 불리던 HLKZ-TV는 전기 과열에 따른 화재로 밤 사이 소실되면서 1961년 KBS에 채널 9번 운영권을 뺏기고 5년의 짧은 역사를 남긴 채 사라진다. 그 첫 드라마가 사후세계 판타지였다는 사실은 드라마의 속성이 인간 탐구이자 현실세계 반영인 점을 넘어 당시 한국 사회가 갈구한 욕망을 보여준다. 좀도둑이 횡행했던 당시 한국 사회를 결국 ‘착하게 살자’는 권선징악 정서로 계몽하고, 국가 재건 희망을 TV 드라마라는 서구 매개물을 통해 표출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리더가 된 1950년대 그들이 꿈꾼 유토피아에 대한 염원이 우리 첫 번째 드라마 안에 고스란히 내재한 셈이다.
이미 70여 년 전 TV는 후대에 벌어질 범세계적 판타지 유행을 예견한 걸까. 2021년 TV 속에서도 이 땅의 한 맺힌 영혼들의 해원(解冤) 서사가 지배한다. 우리 드라마 역사가 판타지로 시작됐다는 점은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변화를 통찰할 계기를 준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