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생 40주년, 부산 개막공연
- 고양이 분장·몸짓 재미 더해
뮤지컬 ‘캣츠’의 명성은 이 작품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가장 유명한 넘버인 ‘메모리’ 한 구절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고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로 무대가 채워진다는 정도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기자도 이미 10년 전쯤 본 작품이지만 언제든 다시 볼 만하다는 기대감으로 지난 5일 시작해 다음 달 4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열리는 캣츠 탄생 40주년 내한공연의 개막공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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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4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오리지널 캐스팅 뮤지컬 ‘캣츠’.
드림씨어터 제공 |
도시 뒷골목의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한 만큼 낡은 옷 더미, 폐타이어, 고장나 버려진 오븐, 하수구 파이프 등으로 꾸며진 무대가 아기자기하다. 공연장 특유의 매캐한 스모그 냄새까지 반가웠다. 제목에 어울리게 등장부터 고양이스러웠다. 하수구 파이프에서 미끄러지듯 기어 나오거나 버려진 물건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실제 고양이를 떠올리게 했다. 배우들은 마치 발레 무용수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점프나 턴을 소화해내며 고양이 특유의 탄성을 표현한다. 누군가의 말에 집중할 때도 고개를 살짝 비틀거나 귀를 흔들고 어깨를 움직여 고양이의 몸짓을 재현한다. 그리고 캐릭터에 맞춰 표현된 털의 질감이나 다양한 얼굴 분장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2막 시작에서 캣츠의 대표 넘버 메모리를 젤리클 고양이들이 다 함께 우리말로 부르는 대목에선 가장 큰 박수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조금은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열심히 연습한 듯한 한글 가사의 메모리가 색달랐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감사의 표현처럼 보여 관객들이 더 좋아한 듯 했다.
캣츠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면 중 하나인 그리자벨라의 넘버 메모리는 남달랐다. 한 때는 누구보다 매력적이었던 그리자벨라가 지금은 남루한 차림에 몸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춤도 추지 못한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에서 누가 다시 한번 천국으로 가서 새 생명을 얻을지 기다리는 가운데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른다. 가사 “Touch me, it’s easy to leave me”의 클라이막스에서 성량이 폭발하는 대목에선 깜짝 놀랄 정도의 음량이 나와 압도됐다. 그리자벨라의 절박함이 전해져오는 장면에선 울림이 전해졌다.
캣츠는 넘버도 아름답지만 젤리클 캣으로 완전히 변한 배우들의 움직임과 분장을 보내는 재미가 무엇보다도 쏠쏠하다. 온 몸을 감싸는 타이츠를 입고 얼굴엔 고양이 같은 표정의 분장을 하고 귀와 털이 달린 가발을 썼는데도 이상해 보이기는커녕 고양이처럼 보이는 건 고양이의 몸짓을 잘 관찰해 표현해서다. 그리고 음악과 함께 기예에 가까운 움직임과 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특히 맥커비티에서 납치됐던 올드 듀터로노미를 되돌려 놓고 꺼진 조명도 다 켜지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무대 전체를 사용하여 원을 그리고 크게 한 바퀴 점프하며 도는 ‘주떼 마나쥬’ 동작을 아주 가볍고 날쌔게 해내며 발레리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올드 듀터로노미의 선택을 받아 폐타이어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그리자벨라를 바라보며 캣츠는 마무리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마침내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메시지와 메모리를 안고 공연장을 떠났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e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