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도시 배경의 범죄 추리극
- 6화서 범인 대놓고 폭로하며
- 그 이후의 이야기 기대하게 해
- 주연배우 신하균 열연에 박수
jtbc 드라마 ‘괴물’의 주인공 이동식(신하균) 경사는 더는 누구도 살인마에게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이동식은 반장에게 말한다.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이 되는 수 밖에 없다”고. 그런데 회가 거듭될 수록 누가 괴물인지 곱씹게 된다. 범인이 아닌데도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범인으로 몰려 동네에서 멸시당하는 걸 꾸역꾸역 견뎌내며 범인을 추적하는 이동식이 괴물인지, 이동식이 범인이라는 확신으로 불법체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함정수사를 진행하는 한주원(여진구) 경위가 괴물인지, 자신의 출세길에 걸림돌이 될까 사건 담당 검사로부터 수사 자료를 빼돌리고 수사방향을 지시하는 고위경찰 한기환(최진호)이 괴물인지, 거기에 붙어서 아부하는 검사 권혁(박지훈)이 괴물인지,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범죄자 취급을 하며 소금을 들이붓고 눈총을 보내는 소도시 시민들이 괴물인지. 어느 누구도 괴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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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괴물’의 한장면. jtbc 캡처 |
이 드라마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동네에 사는 이웃 모두를 의심스러워 보이게 하는 연출이다. 드라마의 배경인 문주시 만양은 “누가 뭘 하는지 누군가는 다 봐. 여기는 비밀이 없어”로 설명되는 작은 곳이다. 소도시 특유의 형님동생 하며 너나들이 하는 정서가 스릴러 장르에 더없이 어울린다. 서로 뱃속까지 다 아는 사이니까 어떤 나쁜 일이든 다 감춰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동식의 친구인 오지화(김신록) 강력계 팀장, 박정제(최대훈) 모두 동식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렇게 믿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그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한다. 동식은 그런 의심에 기름이라도 붓듯 “민정이는 돌아오지 않아. 시체도 못 찾아”라고 말한다. 마치 자신이 범인이라는 듯, 적어도 범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 이미 동식은 괴물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괴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6회에서는 갑자기 민정이 살해범이 바로 민정의 아버지인 슈퍼주인 강진묵(이규회)이라고 대놓고 폭로해 버린다. 진묵은 매일 달력에 그가 만난 사람들의 숫자를 기록하며 “머저리 같은 새끼들. 이래서 강민정 찾겠어? 어떡하니 아버지랑 영원히 살아야겠다”며 혼자 웃는다.
문제는 손가락을 제외한 민정의 사체가 없어 현재까지는 실종인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동식은 진묵과 한 공간에 있을 때마다 눈가 아래쪽이 빨갛게 물든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조차 힘들고 참을 수 없어보인다. 말을 더듬고 어눌하고 순진해만 보이는 진묵은 그런 척 할 뿐이다. 불쌍하고 몸이 불편하고 멍청한 척을 하며 용의선상에서 자신을 완벽히 제외시킨다. 그러고선 경찰 앞에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기색을 살피고 돌아서선 비웃기를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을 아는 동식은 그가 역겨워 미칠 지경이지만 분노를 꾹꾹 눌러 참는다.
마지막 장면, 동식은 참다 못해 실종된 민정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진묵에게 보낸다. “아빠, 나 좀 꺼내줘”. 동식은 범인을 도발하며 그가 스스로 본색을 드러내기를 집요하게 기다린다. 신하균의 열연은 칭찬의 말이 모자랄 정도고 누구 하나 연기 구멍이 없는 데다 대본까지 치밀해 보는 내내 숨이 막힌다. 이 기세로 마지막까지 밀고나가기만 한다면 웰메이드 스릴러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