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문화도시 사업지로 선정
- 2024년까지 총사업비 160억
- 문화도시센터 출범해 사업 주도
- 남녀노소·이주민 등 여러 계층과
- 소통하며 지역 문화적 토양 넓혀
- 올해 도시 브랜드 육성 등 시도
“지난해 9월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출범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무척 분주했는데요, 영도 주민을 직접 만나 문화 관련 욕구·의견·비판·제안을 듣고 영도문화도시 비전을 개선하는 데 반영하는 라운드 테이블도 중요한 과업이었습니다.”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영도문화도시센터에 들어서자 젊은 ‘크루’(crew·이곳 직원을 일컫는 말로 원래 선원을 뜻함) 12명이 내뿜는 열기가 심상치 않다. 부산 문화 현장 어디 간들, 이토록 젊고 다이내믹한 인상을 받을까 싶다.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영도 주민 라운드 테이블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초등생, 청소년, 청년, 4050세대, 어르신 그리고 이주여성, 장애예술인, 공무원, 해양신산업 종사자 등 그룹별로 6~10명이 참여한 라운드 테이블을 모두 18회 열었고 총 156명이 참여했습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의견과 제안이 많았어요.”
■ 세세하고 생생한 여러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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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도시센터 크루(직원)들이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예술마을안내센터(선착장)에 있는 ‘신기한 선박체험관’에 승선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한 상태에서 촬영 때만 잠깐 마스크 벗음. 서정빈 기자 photo@kookje.co.kr |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왜 영도에는 우리 수준에 맞는 ‘위험한’ 놀이공간이 없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유아·유치원생은 유아원·유치원 같은 놀 곳이 있고, 형·언니들은 또래끼리 갈 곳이 있는데 초등 고학년이 속마음 탈탈 털어가며 푹 빠졌다 나올 만한 데는 왜 없냐는 거다. 센터 측은 아이들이 말한 ‘위험한’ 놀이공간을 ‘역동성 높고 생기 넘치는 체험의 장’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 번 휙 지나가는 박람회 형식 이벤트보다 노래가 됐든 물건이 됐든 아이들이 만들고 체험하고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문화도시비전’에 반영할 방침을 잡았다.
청소년은 ‘우리 갈 곳’에 목말라했다. 영도의 도시·문화·복지 시책이 아무래도 노년층과 어른 중심으로 짜이다 보니 곳곳에서 떠밀리는 느낌을 받고, 심지어 학교 갔다 학원 가는 길에 잠깐 들러 쉴 만한 ‘점핑 공간’도 드물다고 했다. 고 센터장은 “영도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나 공공형 자활 카페를 청소년이 편하게 활용하거나 청소년이 직접 축제·행사를 만드는 방향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2030 청년층은 ‘해가 져도 할 게 있는 살롱문화’를 희망하는 한편 영도에서 창의적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게 네트워크와 협업을 요청했고, 노년·장년층은 영도의 소중한 자연환경·문화자산을 소중하게 가꾸면서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중요하게 봤다.
■ 도시를 ‘문화적으로’ 운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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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윤정 센터장 |
여기서 주목할 건 ‘방향’이다. 행정기관이나 형식적인 자문위원회가 주도하는 대단위의 회의에서는 이렇게 생생하고 생기 있는 발언이 나오기도, 반영되기도 어렵다. 작은 사례이지만, 21세기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이 창의성·다양성·문화·주민·시민 중심임을 거듭 떠올리게 한다. 이쯤에서 ‘문화도시’ 또는 ‘영도문화도시’에 관해 알아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12월 법정 ‘문화도시’ 7곳을 처음 지정했다. 부산 영도구는 이 가운데 유일한 구 단위 자치단체로서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사업기간은 2020~2024년 5개년이며 총사업비(국비·시비·구비)는 160억 원이다. 사실, ‘문화도시’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할 만큼 새로운 정부 차원 시도여서 간단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 영역을 중심으로 주민·행정·전문가·활동가의 폭넓고 강력하고 열린 거버넌스(협업) 체계 구축해 ▷지역의 문화 욕구·수요·자원을 파악·발굴·연결하며 ▷지역문화를 살리고 ▷주민과 손님이 원활히 향유하는 문화 환경 조성 ▷문화 인력 양성·프로그램 개발 ▷이를 통한 도시 매력 증진·정체성 확립·관광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을 요체로 꼽을 수 있다.
■ 영도에서 새로운 시도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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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영도문화도시 행사에서 김철훈(오른쪽) 영도구청장이 축사하고 있다. |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여러 자리에서 “문화도시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영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면모를 잘 갖춰 주민 모두 좋은 문화를 향유하는 해양문화중심도시가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고윤정 센터장은 “문화도시사업은 문화적 도시재생 등의 문화정책 범주를 넘어 다양한 도시 정책 전반에 문화적 관점이 녹아들게 해 삶의 질과 도시 품격을 높이는 일이며, 이를 위해 시민과 함께 노력한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의 문화도시 지정 정책은 관점·방식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익숙한 문화정책 형태를 넘어서는 점이 분명히 느껴진다. 지역의 예술·문화·인문·자연 자산을 중시하면서도, 지역주민과 맺는 거버넌스(협업) 체계를 매우 강조하고, 도시 운영과 도시정책 전반에 문화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변변한 안내판도 없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영도문화도시센터로서는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 “올해는 더 체계 있게”
지금까지 센터가 보여준 노력은 인상 깊다. 지난해 9월에야 영도문화도시센터를 발족한 상황에서도 ▷비전 개선을 위한 주민 라운드 테이블과 복지 관계 종사자 간 만남을 비롯한 기반 활동 ▷3개월간 영도문화학교를 열어 수료생 67명 배출(이 가운데 영도 주민 20여 명은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 브랜드 창출을 위한 원 라인 영도 그리기 행사 등 개최(영도문화도시센터 유튜브 참조) ▷무장애 예술여행 등 새로운 여행 코스 발굴 작업 ▷웹진 발행 ▷추진위원회 발족 ▷예술작품 공모 ▷조직 구성 등 많은 일을 했다.
올해는 더 체계 있게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 브랜드(특정 장소나 명물이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영도 문화·인문 자산을 정리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창의공간 개소 등은 올해 마무리한다. 동마다 문화자치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주민 1만 명 멤버십과 1000명 메이커스 모집 등 길게 보고 올해부터 시작하는 사업도 많다. 행정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영도구청 관련 부서와 행정실무협의회를 꾸리거나, 문화정원벨트와 아트 스트리트를 조성하는 등 세부 항목도 있다.
■ 젊고 쟁쟁하고 밝은 조직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분투하며 가야 하는 고 센터장이 이렇게 말했다. “조직 문화를 잘 가꾸려고 모두 노력하는 점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있고, 30대 후반이 가장 많은 크루들은 ▷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회의 ▷10분 워크숍 ▷수시로 게임하기 등이 생활화됐고 같이 성장한다는 원칙을 공유한다. 영도에 사는 크루가 5명 있고 센터에 들어오면서 영도로 이주한 이도 있어 ‘커뮤니티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센터는 지난해 말 전문기관에 의뢰해 인지도 조사를 했다. 신뢰도 95% 수준에 응답자 25%가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안다’고 답했다. 매우 높다. 크루의 분투 덕분이었을 것이다. 고 센터장은 “앞으로 인지도가 아니라 ‘주민참여도’가 매우 높게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