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 동행 <9> 영도문화도시센터 분투기

젊은 문화선장과 크루들, 주민 속마음에 귀 기울여 영도 바꾼다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3-16 19:30:57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문체부 문화도시 사업지로 선정
- 2024년까지 총사업비 160억
- 문화도시센터 출범해 사업 주도

- 남녀노소·이주민 등 여러 계층과
- 소통하며 지역 문화적 토양 넓혀
- 올해 도시 브랜드 육성 등 시도

“지난해 9월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출범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무척 분주했는데요, 영도 주민을 직접 만나 문화 관련 욕구·의견·비판·제안을 듣고 영도문화도시 비전을 개선하는 데 반영하는 라운드 테이블도 중요한 과업이었습니다.”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대평로 27번길 영도문화도시센터에 들어서자 젊은 ‘크루’(crew·이곳 직원을 일컫는 말로 원래 선원을 뜻함) 12명이 내뿜는 열기가 심상치 않다. 부산 문화 현장 어디 간들, 이토록 젊고 다이내믹한 인상을 받을까 싶다.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영도 주민 라운드 테이블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초등생, 청소년, 청년, 4050세대, 어르신 그리고 이주여성, 장애예술인, 공무원, 해양신산업 종사자 등 그룹별로 6~10명이 참여한 라운드 테이블을 모두 18회 열었고 총 156명이 참여했습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의견과 제안이 많았어요.”

■ 세세하고 생생한 여러 목소리

영도문화도시센터 크루(직원)들이 지난 11일 부산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예술마을안내센터(선착장)에 있는 ‘신기한 선박체험관’에 승선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한 상태에서 촬영 때만 잠깐 마스크 벗음. 서정빈 기자 photo@kookje.co.kr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왜 영도에는 우리 수준에 맞는 ‘위험한’ 놀이공간이 없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유아·유치원생은 유아원·유치원 같은 놀 곳이 있고, 형·언니들은 또래끼리 갈 곳이 있는데 초등 고학년이 속마음 탈탈 털어가며 푹 빠졌다 나올 만한 데는 왜 없냐는 거다. 센터 측은 아이들이 말한 ‘위험한’ 놀이공간을 ‘역동성 높고 생기 넘치는 체험의 장’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 번 휙 지나가는 박람회 형식 이벤트보다 노래가 됐든 물건이 됐든 아이들이 만들고 체험하고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문화도시비전’에 반영할 방침을 잡았다.

청소년은 ‘우리 갈 곳’에 목말라했다. 영도의 도시·문화·복지 시책이 아무래도 노년층과 어른 중심으로 짜이다 보니 곳곳에서 떠밀리는 느낌을 받고, 심지어 학교 갔다 학원 가는 길에 잠깐 들러 쉴 만한 ‘점핑 공간’도 드물다고 했다. 고 센터장은 “영도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나 공공형 자활 카페를 청소년이 편하게 활용하거나 청소년이 직접 축제·행사를 만드는 방향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2030 청년층은 ‘해가 져도 할 게 있는 살롱문화’를 희망하는 한편 영도에서 창의적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게 네트워크와 협업을 요청했고, 노년·장년층은 영도의 소중한 자연환경·문화자산을 소중하게 가꾸면서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중요하게 봤다.

■ 도시를 ‘문화적으로’ 운영하는 것

고윤정 센터장
여기서 주목할 건 ‘방향’이다. 행정기관이나 형식적인 자문위원회가 주도하는 대단위의 회의에서는 이렇게 생생하고 생기 있는 발언이 나오기도, 반영되기도 어렵다. 작은 사례이지만, 21세기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이 창의성·다양성·문화·주민·시민 중심임을 거듭 떠올리게 한다. 이쯤에서 ‘문화도시’ 또는 ‘영도문화도시’에 관해 알아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12월 법정 ‘문화도시’ 7곳을 처음 지정했다. 부산 영도구는 이 가운데 유일한 구 단위 자치단체로서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사업기간은 2020~2024년 5개년이며 총사업비(국비·시비·구비)는 160억 원이다. 사실, ‘문화도시’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할 만큼 새로운 정부 차원 시도여서 간단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 영역을 중심으로 주민·행정·전문가·활동가의 폭넓고 강력하고 열린 거버넌스(협업) 체계 구축해 ▷지역의 문화 욕구·수요·자원을 파악·발굴·연결하며 ▷지역문화를 살리고 ▷주민과 손님이 원활히 향유하는 문화 환경 조성 ▷문화 인력 양성·프로그램 개발 ▷이를 통한 도시 매력 증진·정체성 확립·관광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을 요체로 꼽을 수 있다.

■ 영도에서 새로운 시도 한창

지난해 10월 영도문화도시 행사에서 김철훈(오른쪽) 영도구청장이 축사하고 있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여러 자리에서 “문화도시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영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면모를 잘 갖춰 주민 모두 좋은 문화를 향유하는 해양문화중심도시가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고윤정 센터장은 “문화도시사업은 문화적 도시재생 등의 문화정책 범주를 넘어 다양한 도시 정책 전반에 문화적 관점이 녹아들게 해 삶의 질과 도시 품격을 높이는 일이며, 이를 위해 시민과 함께 노력한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의 문화도시 지정 정책은 관점·방식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익숙한 문화정책 형태를 넘어서는 점이 분명히 느껴진다. 지역의 예술·문화·인문·자연 자산을 중시하면서도, 지역주민과 맺는 거버넌스(협업) 체계를 매우 강조하고, 도시 운영과 도시정책 전반에 문화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변변한 안내판도 없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영도문화도시센터로서는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 “올해는 더 체계 있게”

지금까지 센터가 보여준 노력은 인상 깊다. 지난해 9월에야 영도문화도시센터를 발족한 상황에서도 ▷비전 개선을 위한 주민 라운드 테이블과 복지 관계 종사자 간 만남을 비롯한 기반 활동 ▷3개월간 영도문화학교를 열어 수료생 67명 배출(이 가운데 영도 주민 20여 명은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 브랜드 창출을 위한 원 라인 영도 그리기 행사 등 개최(영도문화도시센터 유튜브 참조) ▷무장애 예술여행 등 새로운 여행 코스 발굴 작업 ▷웹진 발행 ▷추진위원회 발족 ▷예술작품 공모 ▷조직 구성 등 많은 일을 했다.

올해는 더 체계 있게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 브랜드(특정 장소나 명물이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영도 문화·인문 자산을 정리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창의공간 개소 등은 올해 마무리한다. 동마다 문화자치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주민 1만 명 멤버십과 1000명 메이커스 모집 등 길게 보고 올해부터 시작하는 사업도 많다. 행정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영도구청 관련 부서와 행정실무협의회를 꾸리거나, 문화정원벨트와 아트 스트리트를 조성하는 등 세부 항목도 있다.

■ 젊고 쟁쟁하고 밝은 조직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분투하며 가야 하는 고 센터장이 이렇게 말했다. “조직 문화를 잘 가꾸려고 모두 노력하는 점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있고, 30대 후반이 가장 많은 크루들은 ▷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회의 ▷10분 워크숍 ▷수시로 게임하기 등이 생활화됐고 같이 성장한다는 원칙을 공유한다. 영도에 사는 크루가 5명 있고 센터에 들어오면서 영도로 이주한 이도 있어 ‘커뮤니티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센터는 지난해 말 전문기관에 의뢰해 인지도 조사를 했다. 신뢰도 95% 수준에 응답자 25%가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안다’고 답했다. 매우 높다. 크루의 분투 덕분이었을 것이다. 고 센터장은 “앞으로 인지도가 아니라 ‘주민참여도’가 매우 높게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9. 9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