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시상자 나서 눈길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의미를 더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가 주인공이었다.
‘노매드랜드’는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중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자오(사진) 감독이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감독상을, 제작자이기도 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여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특히 감독상 부문은 지난해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 극장에서 촬영한 녹화 화면을 통해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노매드랜드’는 경제가 붕괴된 도시에 살던 여성이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유목민처럼 사는 이야기를 다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 결과를 보면 팬데믹 시대를 맞아 인물을 다룬 휴먼 드라마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강세였다. ‘노매드랜드’를 비롯해 치매를 앓는 노인과 가족 이야기인 ‘더 파더’(남우주연상 각색상), 흑인 인권운동가의 실화가 배경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남우조연상 주제가상), 청력을 잃은 드러머를 주인공으로 한 ‘사운드 오브 메탈’(편집상 음향상),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밴드가 등장하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상상 분장상), 한국 이민 1세대를 다룬 ‘미나리’ 등은 모두 우리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가 강한 영화들이다.
또한 수상자의 면모를 보면 동양계 여성과 노배우들의 연륜이 돋보였다. 클로이 자오 감독, 윤여정은 동양계 여성 수상자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고, ‘더 파더’로 ‘양들의 침묵’ 이후 29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83세의 앤서니 홉킨스는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리고 74세의 윤여정은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당시 77세), ‘하비’(1950)의 조지핀 힐(당시 74세)과 함께 고령의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는 코로나19로 외형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개최 장소가 할리우드에 있는 돌비극장에서 로스앤젤레스의 명소이자 유서 깊은 역사(驛舍)인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변경됐고, 3000명의 관객과 함께했던 지난 행사들과 달리 시상식 관계자만 참석해 차분하게 진행됐다. 진행 방식도 이전에는 시상식 중간중간 주제가상 후보들의 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졌으나 올해에는 시상만 진행됐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