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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 동행 <12> 교수직 그만두고 시골 학교행 거제 장목중 박상욱 교장의 꿈

밤 9시까지 열린 교실, 전교생 밴드 … “시골 작은 학교라 가능했죠”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4-27 19:28:5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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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생 20명 열악한 주변 환경
- 교육격차 해소에 앞장서고자
- 동의대 교수직 던지고 취임
- 마흔셋 젊은 교장 선생님 화제

- ‘지리적 약점, 혁신에 유리’ 판단
- 공교육 틀 안 ‘변화된 교육’ 노력

- 밴드 수업 등 예술 특성화 주력
- ‘메가스터디’ 교육기부도 끌어내
- 아이들 오래 머무는 배움터로

4월 28일은 이순신 장군 탄신일이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은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에 종종 나온다. 1592년 제2차 출정 때 네 번째 전투에서 거둔 율포승첩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순신 함대는 율포(현재 거제시 장목면 율촌리)에서 가덕도 쪽으로 도망치던 왜적의 큰 배 5척, 중간 배 2척을 쫓아가 이수도(장목면에 속한다) 앞바다에서 모조리 때려부순다(김종대 지음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 장목면의 외포리에서 태어났고,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이 외포리에 있다. 장목중학교는 1953년 개교해 올해 개교 68주년을 맞았다. 장목면과 장목중학교가 만만찮은 전통과 긍지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초점을 장목중에 좀 더 맞춰보자. 전교생 20명, 교직원 17명인 이 사립 중학교는 최근 여러 매체에 보도되면서 관심 대상이 됐다. 흔치 않은 일이다.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교정’을 가진 이 오래된 시골 중학교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는 걸까?
   
경남 거제시 장목중학교 박상욱(맨 뒤 드럼 자리에 앉은 이)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 20명이 함께하는 밴드 활동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 역사와 긍지 간직한 고장·학교

장목중은 요즘 변화·혁신에 관한 소식을 발신해왔다. 이런 소식이 들리면 기자들은 궁금하다. 장목중에서 들려온 소문의 중심에는 1978년생 박상욱(43) 신임 교장이 있었다.

‘마흔세 살’은 한국에서 교장이 되기에는 아주 젊은 나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 10년 동안은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로 일했다. 우리 나이 33세에 동의대 교수가 돼 부교수까지 지내며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을 가르쳤다는 그는 대도시 부산의 교수 자리를 그만두고, 인구 4800명 남짓(2019년 1월 현재)한 장목면으로 와 ‘시골 학교 교장 선생님’이 됐다. 2021년 3월이었다.

‘이 사람을 만나 봐야겠다’ 생각했고, 지난 6일 거가대교를 거쳐 장목으로 갔다. 부산서 장목까지 30~40분밖에 안 걸린다. 교정으로 들어서려는데, 교문 앞에서 운동장 쪽을 궁금한 듯 바라보는 20대 여성 두 명을 만났다. 박상욱 교장이 다가가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두 여성은 “장목중학교 졸업생인데 오랜만에 모교를 구경하러 왔다”고 했고, 박 교장은 “편하게 학교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시면 바뀐 모습을 더 많이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졸업생의 우연한 방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학교가 바뀌고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짐작도 했다.

박 교장은 올해 3월 취임한 뒤 ‘날로 새로워지다. 장목중학교’라고 쓴 큼직한 간판을 세련된 타공(打孔) 기법으로 만들고 새로 디자인한 교표를 얹어 학교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세웠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긍심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 도시 따라갈 수 없는 교육환경

   
거제시 장목중 박상욱 교장이 교육 기업 메가스터디와 힘을 모아 이 달 초 문을 연 공부방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그는 유수의 교육기업 메가스터디의 협력을 끌어냈다. 교육 환경 개선과 진로 교육에 관심이 높은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 등이 화답했다. 교내에 ‘장목중학교 & 메가스터디’라는 공부하는 공간을 짓고 카페처럼 꾸민 뒤, 손 회장이 후원한 태블릿 PC로 전교생 20명이 메가스터디의 다양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지난 5일부터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우리 지역은 도시보다 교육 환경이 안 좋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편하게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는 “섬인 이수도에 사는 학생들은 좀 더 일찍 하교해야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집에 가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 누구나 밤 9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게 됐다.…덕분에 제 퇴근시간도 늦춰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교 야간조명을 개선하자 주민(상당수가 장목중 동문이다)이 “동네 경관도 환해지고 저녁에 운동장에서 운동할 때도 도움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복도에는 학생이 자기 목소리를 활용해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기자재가 설치됐다. 전교생 20명이 참여하는 록 밴드 수업도 강화했다. 밴드 이름이 ‘JM(장목) & K 팝 밴드’다. “음악 밴드 수업은 더 강화해 제대로 해보려 합니다. 학생들 감성을 깨우고 숨은 재능을 발굴해 우리 학교를 더욱 특색 있게 가꾸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한 번은 학생들이 다가와 “교장선생님, 저는 밴드 수업이 재미있어서 학교 오는 거 아시죠?” “초등학교 6학년 내 동생도 우리 학교에 오라고 할 거예요” 하더란다.

■ “전교생 밴드 수업 더 강화할 것”

교복의 동복은 장만하지 않던 관행을 깨려고 학생들 스스로 좋아하는 디자인을 고르게 한 뒤 수소문하니, 학생 수가 적어 큰 업체는 모두 난색을 표했다. 박 교장이 나서서 알아봤다. 그러자 부산의 사회적경제기업 모락모락이 달려와 해결해줬다고 한다. 동복 장만 또한 “자긍심을 높이고 싶은 마음”에서 한 일이다.

물음은 ‘박상욱 교장은 왜? 어떤 계기로?’에 집약된다. 그는 왜 “오전 6~7시 출근해 학생이 교문을 나선 뒤 퇴근하는” 생활을 장목중에 와서 하는가? “공교육 틀 안에서 학생·학부모에게 지금보다 나은 성취와 더 좋은 성과를 선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장목중처럼 곱지만, 작고 동떨어져 환경이 불리한 학교라면 오히려 그런 조건을 뒤집어, 변화·혁신이 이뤄지게 할 수 있다는 ‘전략적 믿음’이 그에게는 있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계기가 왔을 때 잡았고, 안정돼 보이는 대학을 떠났다. “그래서 무엇보다 장목중 교직원이 저의 목표와 취지에 공감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교육 구조는 바뀔 겁니다. 중등학교(중·고교) 과정의 중요도는 높아지고, ‘실질적 변화’ ‘실용성’ ‘구체적 성취’를 중시할 것입니다. 거기 적응하지 못하면 학교 수명도 다할 겁니다. 우선은 실질적인 성과와 변화를 만들려 합니다.”

■ 학생들이 바다 청소하며 배운 것

학생들이 해변을 청소하는 활동을 관찰한 이야기를 그는 들려줬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았다. 학생은 절로 플라스틱 쓰레기 폐해와 환경문제를 토론하더란다. 교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로운 이유 1번, 2번, 3번 하는 식으로는 이제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그에게 교수 생활은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시대 변화에 안 맞고 둔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박 교장은 군 제대 뒤 무작정 영국으로 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런던 한 대학의 예비과정을 통과하고도 경제적 압박 등으로 진학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귀국한 그는 더 노력해 서울대 대학원 보건학 석사 학위, 연세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과정을 스스로 통과했다.

   
박 교장은 얼마 전 ‘제1회 날로 새로워지는 장목중학교의 미래교육’ 행사를 29일 장목중에서 연다고 알려왔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을 비롯해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KAPTS) 권위자·전문가들이 대거 전교생 20명 학교를 방문한다. NBA(미국프로농구) 올스타가 아주 작은 중학교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러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변화는 시작된 듯하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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