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 동행 <13> ‘우리 동네 큐레이터’로 뛰며 기획자 김미희 씨가 느낀 것

지역작품 걸고 싶은 곳 1년 빌려드립니다, 나는야 ‘그림 렌탈’ 전도사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5-11 19:26:18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북구 예술가팀 대표 맡아
- 정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
- 코로나로 어려운 예술인 도와

- 20대 신예부터 80대 원로까지
- 지역작가 발굴해 미술품 섭외
- 가정이나 일터 원하는 곳 대여

- 참여작가 35인 미술인회 결성
- 전시회 열고 주민교실도 개설
- 구포역사 옹벽 입체부조 설치

우리 일상에 예술은 어떻게 스며드는가? ‘조봉권의 문화 동행’이 사냥꾼이라면, 이 주제는 추적 1순위다.

최근 부산 북구의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구청 로비와 여러 사무실에 미술품 60점이 한 점 한 점 내걸렸다. 가정 두 곳도 포함된다. 지난 6일 미술 기획자 김미희(51) 씨 안내로 몇 군데 돌아봤다. 북구청 로비에는 1941년생 원로 김인환 화백의 ‘역사의 풍경’(145.5×112.1㎝)이 등불처럼 공간을 밝히고 있다.

“부산 출생으로 북구 금곡동 주민이기도 한 김인환 선생은 홍익대 서양화과와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그랑슈메르에서 공부했고, 1969년 혁 동인, 1998년 부산시립미술관 개관전 등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금곡동에 있는 공간 소두에서 화업 60주년 전시를 열었습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재조명해야 할 작가로 저는 봅니다.” 김미희 씨가 옆에서 옹골지게 설명한다. 로비에서는 차경복(77) 작가의 따뜻하고 독특한 그림 ‘봄날은 간다’와 ‘둥지’도 구청 방문객을 반긴다.
   
‘우리 동네 큐레이터’ 김미희 씨가 부산 북구청 로비에 ‘대여’ 방식으로 전시한 김인환 화백의 ‘역사의 풍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일터에 생기 보태는 렌탈 예술품

북구육아종합지원센터로 갔다. 밝고 깨끗한 이 공간의 복도에는 1995년생 이은정 작가의 발랄한 그림 ‘차이 없는 구별’(162.2×357.6㎝)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 이곳에는 김정희(60) 작가의 격조가 흐르는 시화 ‘자목련 블루스’를 비롯해 작품 8점이 생기를 보탠다. 손장희 센터장은 “이렇게 그림을 렌탈(대여)해 건 뒤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장희 센터장의 설명 가운데 ‘렌탈’이라는, 지역 예술계에서는 약간 낯선 말을 만난다.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 이를 알아보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을 살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여름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에 놓인 예술인을 지원하고자, 전국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총사업비 948억 원을 들여 시행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다. 예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예술·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예술 뉴딜’이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 3차 추경예산을 통해 확정된 사업이며, 부산에서는 16개 구·군이 참여해 각 평균 4억 원 예산을 쓸 수 있다.

참여 팀은 함께할 예술가 35명 이상을 모집해(대표 및 행정 각 1인 별도) 작품설치형을 비롯해 ▷문화적 공간 조성 및 전시형 ▷거리 편의시설 조성 등 도시재생형 ▷주민 참여 공동체 프로그램형 ▷사진 다큐멘터리 등 지역기록형 ▷다수 유형 복합추진형에서 선택한다.

■ 지역 상황에 맞는 방향 고민

   
김정아(가운데) 작가가 주민을 위한 수채화 실기 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 북구 공공미술 작가팀 제공
김미희 씨는 부산 북구 예술가팀 대표를 맡아, 선정 절차에 응모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우리동네 미술’에 참여하게 됐다. “제 경우는 북구가 주체가 돼 참여 작가를 먼저 모집한 뒤에 기획자로 결합한 형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일단 참여 작가 구성과 특징부터 잘 살펴야 했다. “북구에 살거나 북구에 작업실이 있는 작가가 많고, 1941년생 80대 원로부터 1997년생 20대 신예까지 연령대가 다양해 20·30대 10명 40·50대 15명 60·70·80대 10명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회화 분야 작가입니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다수 유형 복합추진형’으로 유형을 잡았다. ‘작가주의에 치우치지 않겠다’ ‘공감과 공통감을 중시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를 거쳐 ▷주민 실기 ▷작품 대여(렌탈) ▷창작 전시 ▷설치로 이뤄진 세부 프로그램을 추출했다.

다른 지자체는 대체로 랜드마크 성격의 조형물 창작·설치가 많은데, 북구는 주민 참여형이나 주민-작가 교류형의 비중이 한결 커 보인다. 이는 참여 작가가 모두 회화 분야인 점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공공미술은 방식이 다양하므로 꼭 조형물 설치 중심일 필요는 없다는 기획자 김미희 씨의 생각이 반영된 듯했다. 게다가 북구 팀이 조형물 창작·설치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주민 참여나 주민-작가 교류를 기본에 놓고 공공미술 작업을 펼친다는 것은 한 가지 절대 조건을 필요로 했다. 바로 ‘기획자가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 구체적으로 원활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기획자 김미희 씨가 ‘우리동네 큐레이터’로 거듭난 순간이다.

■ 발바닥 땀나도록 다니며 연결하다

“참여 작가 35명의 작품을 모으고, 주민·기관의 신청을 받아 1년 정도 대여해, 미술을 삶터에서 좀 더 가깝게 느끼게 돕고, 작가에게 유무형 도움도 주자는 게 작품 대여 사업 취지입니다.” 그는 “작품 대여 신청이 들어오면 현장부터 일일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덕천3동 행정복지센터에 중진 류명렬 작가의 100호짜리 소나무 그림이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는데, 적당한 공간이 더 많이 보여 3점을 걸었고, 만덕3동에는 4점을 대여했죠.” 그렇게 60점이 주민 곁으로 갔다.

주민 실기 프로그램(아트클래스)을 마련하고, 전시회를 준비하려면 모이고 만나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작가들 작업공간이나 집으로 일일이 조심조심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밤에 작가의 아파트 앞에서 만나 이야기하기도 했다. 북구의 작가와 작업 판도가 차곡차곡 파악됐고, 작가들과 공감대도 형성됐다. “주민을 위해 8회(회당 2시간 이상)짜리 실기수업을 요청하자 작가 19명이 강사로 나섰고 주민 53명이 수강했는데, 코로나19로 신청인을 다 수용하지는 못했어요.”

참여 작가들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주간 도시철도 구포역사 내 감동진갤러리에서, 수강생들은 같은 날부터 2주간 북구 문화예술플랫폼 내 만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젊은 참여작가 김정아 허수빈 씨는 “북구에서 작업하면서 동료 작가와 만나 교류하고 주민과 함께 호흡한 점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전시회장에서 참여 작가 35인은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업의 숨통을 튼 것을 계기로 북구미술인회를 창립해 오는 9월 창립전을 열겠다”고 밝혔다. 어떤 ‘연결’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 공공미술, 찬찬히 평가되길

현재 북구 예술가팀은 도시철도 구포역사 아래 옛 구포다리 가는 길 옹벽에 중진 조영재 작가의 이미지를 활용한 40m 길이 입체부조를 설치하는 작업과 철도 구포역 육교 광장에 신진 이은정 작가의 아트벤치 4개와 디자인 작품을 이달 말까지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다. 김미희 씨는 “이 사업에 응모해 심사를 받을 때 구포역 육교 광장에 조형물을 만들 경우, 이곳 노숙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해보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애초 이를 수용할 여건이 되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심사 과정에서 ‘왜 주(主)작가와 보조작가 구분이 뚜렷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몇 번 나왔다. 그는 이 지적 또한 단호히 거부했다고 한다. “‘우리는 보조작가 없습니다. 모두 주작가입니다’고 답했죠. 저는 이 표현을 예술인 개인에 관한 존중의 문제로 받아들였거든요” 그런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본 정명희 북구청장이 지난 2월 말 전시회를 보고 난 뒤 이런 말을 했다고 김미희 씨는 떠올렸다. “이런 게 공공미술이 할 일 아니겠어요?” ‘우리동네 큐레이터’가 할 일은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현재 부산 등 전국에서 펼쳐지는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관해 너무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고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3. 3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