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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의 대안 모색 <3> 도시 속 ‘변수’, 공공미술

호기심과 불편함 사이…저 솥·화분·바구니 탑은 예술일까

  • 이대한 시민기자
  •  |   입력 : 2021-06-03 19:38:0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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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뚝선 조형물, 형형색색 벽화
- 예술로 도시 채우고 일상 환기
- 상당수는 외면 받고 사라지기도

- ‘초량천 예술정원’ 미술뉴딜 일환
- ‘살림숲’ 6m 높이 압도적 크기
- 현재는 시민 호평보다 볼멘소리
- 사업단 “7월 완성 후 얘기하자”

- ‘예술과 흉물’ 이분법에 아쉬움
- 공공미술 꼭 아름다워야 하나
- 왜 저 작품이 저 곳에 있을까
- 새 관점으로 접근, 논의 필요

사람들의 일상으로 가득찬 우리의 도시는 때때로 변수를 원한다. 하늘을 가리는 똑같은 건물이 아니라, 요란한 경적으로 시끄러운 자동차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엉뚱한데 한 번 더 보게 되고, 가던 길 멈춰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우연한 어떤 것, 일상에서 돌발적으로 마주치는 어떤 것 말이다. 그런 욕구에 답하듯, 예술이 거리로 나왔다. 예술을 통해 도시를 채우고, 일상을 환기하고자 ‘공공미술’이 도시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부산 동구 초량천 예술정원에 설치되고 있는 공공미술 작품 ‘초량 살림숲’을 최정화 작가가 안내하고 있다. 동구 주민 630명에게서 기증받은 살림도구를 차곡차곡 쌓아 우리네 삶의 고단함과 소중함을 환기한다.
하지만 공공미술은 크고 작은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거대한 빌딩들 사이에 우두커니 세워진 조형물로, 광장에서 웅장한 자태를 나타내는 역사 속 위인으로, 낡은 시멘트 벽에 그린 각종 벽화로 형상화된 공공미술 작품 상당수는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하곤 했다. 일부 작품은 호평받으며 자리 잡는 가운데 외면받는 작품도 많다. 공공미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되는 이유다.

■ 동구 초량천 ‘초량 살림숲’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미술 뉴딜 사업 ‘우리동네 미술’이 지난해 9월부터 전국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으로 시행됐다. 부산은 16개 구·군에서 17개 팀 570여 명 예술가의 참여로 진행됐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바닥에 거리두기 콘셉트를 적용한 그림으로 최근 부쩍 늘어난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고, 부산진구는 서면 전리단 갤러리를 중심으로 아트 벤치 등을 설치해 지역 특성과 예술의 상상력을 공공의 영역에서 소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미 시민과 만나고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정식으로 공개되기도 전부터 인근 주민의 ‘우려’를 산 현장도 있다. 동구의 ‘초량천 예술정원’은 새롭게 조성되는 초량천을 중심으로 미디어 아트 작품과 조형물 13점이 설치된다. 현재 대부분의 작품이 설치는 완료되었지만, 인근 조경공사와 초량천 생태 공간 조성 공사가 남아있어 7월이 되어야 모든 작품이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중 먼저 눈길을 끈 작품은 많은 시민이 기증한 냄비 바구니 등 살림살이를 켜켜이 쌓아 올려 제작한 최정화 작가의 ‘초량 살림숲’이다. 6m 높이의 압도적인 크기를 선보이며 시민의 바쁜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이 작품은 한편으론 ‘낯설고 난해한’ 모양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작품을 보는 시민의 표정은 현재의 공공미술을 어렵고도 불편하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도 교차되어 읽힌다.

■ 낯섦과 불편함 사이에서

초량천 현장을 가보았다. 어수선한 공사장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여러 가지 탑이 즐비했다.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레 주변을 거닐어 보았고, 가까이서 자세히 보다가 멀찍이서 관망도 했다. 작품을 둘러싸고 반응이 시끌시끌할수록 궁금증은 더 커진다. 익숙하게 우리가 쓰던 물건들을 커다랗게 쌓아놓은 것일 뿐인데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기 쌓여 있는, 어릴 적 우리 집 부엌에 있었던 것만 같은 저 냄비 화분 바구니들은 ‘예술’일까.

현장에서는 작품에 눈을 돌리는 시민이 자주 포착됐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했다. 지나는 시민은 일상에서 생긴 이 ‘변수’를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했고, ‘뭘 저런 걸 저렇게 쌓아놓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곳을 일상처럼 지나는 회사원들, 인근 시장의 상인들, 주변 벤치를 쉼터 삼아 앉아있는 어르신들은 갑자기 생겨난 이 일상의 변수가 낯설거나 불편한 듯했다. 실제로 여러 민원으로, 사업을 총괄·기획하는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대안을 마련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우리를 먹여 살린 살림 도구들

“작품에 대한 논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작품이 전부 조성되기 전이고, 현재 설치된 작품들도 계속 수정 중에 있다. 작품이 모두 완성된 이후에 공공미술을 보는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은 현재 초량천 예술정원과 관련한 작품 소개 영상과 작가 인터뷰 영상 등을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작품 안내판을 추가로 현장에 세우고 시민에게 ‘조금 기다려 달라’는 당부를 전한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최정화 작가의 ‘초량 살림숲 ? 온나 온나, 모다 모다’ 소개 영상에서는 동구 주민 630여 명에게서 살림살이를 기증받았고, 우리 생활 가장 반가운 인사인 ‘밥 먹었니?’ 부산 사투리로는 ‘밥 뭇나?’라는 인사에서 출발해 내가 먹던 그릇, 누군가를 먹이던 그릇을 소재로 탑을 쌓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 잘 살고 잘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 다양한 시선 담을 그릇의 필요

공공미술 논란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7년 도시재생 프로젝트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추어 서울역 광장에 설치됐다가 논란에 휩싸인 ‘슈즈트리’가 대표적이다. 3만 켤레 폐신발을 소재로 우리 사회 소비 문화를 되돌아보자며 설치한 작품이 경관과 안 어울리고, 불쾌감을 유발한다며 민원이 제기됐고, 논란이 확산됐다. 미술평론가들을 중심으로 ‘공공미술은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왔지만, ‘흉물’이라는 기준의 모호함만 남긴 채 결국 작품 철거로 일단락됐다. 작품 자체 이야기를 살리지 못한 채 예술과 흉물의 줄다리기 속에서 해프닝으로 소비된 사건으로 전락해 아쉽다.

공공미술은 일종의 정책이다. 예술가와 도시를 연결하고, 점차 기형적으로 변해가는 도시의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유도하는 다소 낯선 정책이다. 정책은 상대적이다. 정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기도 하다. 따라서 공공의 기획을 할 때 까다롭게 진행하며, 이 정책에 관한 호와 불호를 따지는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과 판단을 적절히(성급하지 않으며 폭넓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공공미술 작품에 대해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의 입장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현재의 공공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술과 흉물’ 이분법으로만 나뉘어 있는 것은 아쉽고 안타깝다. 또한, 예술작품이 설치되기까지의 과정과 작품 설치 이후 주변의 변화상 등에 대한 분석 등도 시도하면 좋겠다.

■ 더 많은 논쟁 기다리며

초량천을 그 뒤로 두어 번 더 방문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이 장소를, 이 환경을 나름대로 중심과 관점을 갖고 바라보고 싶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뜨겁다. 최근 거리 조형물을 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좋다 또는 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부산 내 16개 구·군의 17개 팀이 ‘우리동네 미술’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편적인 기사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느 날 갑자기 거리에 나타난 ‘무언가’를 통해 처음엔 불편함을 겪어보기도 하고, ‘왜 저 작품이 저곳에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쳐다도 보고, 의견이 다른 사람과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일상의 유쾌한 ‘변수’로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단절이 일상화된 요즘 사회에서 미약한 연결을 도모하는 누군가의 시도를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 무너진 일상 회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이대한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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