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극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이 부산시립극단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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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극단 단원들이 29일 부산문화회관 다듬채에서 체호프 연극 ‘벚꽃동산’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
부산시립극단은 오는 1~3일 제 70회 정기공연으로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체호프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창작한 장막극으로 그의 작품세계에서 정점으로 평가받는 명작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극단 누리에 강성우 연출가가 맡았다. 지난 4월 공연하려다가 코로나19로 무산된 것을 이번에 무대에 올린다.
극 중 거대한 장원인 벚꽃동산의 지주 라네프스까야는 5년 간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백야가 한창인 5월 러시아로 돌아온다. 당시 러시아는 농노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많은 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평민이 신흥 재벌이 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큰 시기였다. 라네프스까야도 빚을 갚지 못해 벚꽃동산이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성대한 파티를 벌이는 등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주변에도 기분에 휩쓸리고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강 연출은 “체호프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크게 담겨 있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은 몰락하고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부질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 때는 풍요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라네프스까야와 오빠 가예프는 지금은 무능력하고 판단력이 결여된 인물이다. 이 연극이 나온 당시 몰락한 귀족의 모습 그 자체다. 게다가 늙은 하인 피르스는 농노해방 전의 신분사회를 추억하며 당시에 머물러 있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벚꽃동산의 옛 주인을 잘 보살피고 장원의 살림을 꾸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 하녀 두냐샤는 모든 관심사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만 쏠려있는 가볍고 가여운 캐릭터다.
강 연출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려 정말 저런 사람이 존재하는 듯이 진실하고 신뢰성 있게 묘사하는 게 체호프의 특징”이라고 했다. 설명적이기보다는 서정적이고 간결한 대사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도 체호프의 장기다.
대학생 뜨로피모프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대단히 개혁적이고 새로운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지만 실은 말만 번지르르하다. 자신의 미성숙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청년다운 패기는 있어 확신에 찬 어조로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의 긴 독백대사는 연기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입시 작품으로도 많이 쓰일 정도로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로빠힌은 농노 출신으로 지주 라네프스까야를 동경하고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정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이전엔 바라볼 수도 없었던 귀족이 지금은 몰락해 자신이 경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서게 되자 그 위화감에 불편해 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덕에 장막극이지만 극의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5시.1~2만 원.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