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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대한의 대안 모색 <4> 한 명의 기획자를 만들기 위해

문화기획자 양성 교육, 다양한 시도 빛났지만 일자리 매칭 등 숙제

  • 이대한
  •  |   입력 : 2021-07-01 19:17:2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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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밀착형·신개념 캠프형 등
- 부산 여러 형태 아카데미 선봬
- 문제는 교육생과 현장 간 괴리
- 문화예술 생태계 관한 고민 등
- 교육제도 보완 노력 기울여야

내가 하는 일의 정의를 정확히 내리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축제 공연 등의 영역에서 시작해 마을을 만나고, 연구를 수행하고, 시민 공동체를 꾸리는 일까지 했다. 지금은 기획을 넘어 밴드 소속 뮤지션으로 무대에도 종종 오르게 되었다. 간혹 나를 소개해야 할 때, 이름 앞에 ‘문화기획자’라는 명칭을 곧잘 붙이지만, 여전히 어딘가 어색하다. 문화와 기획, 무게감이 남다른 두 단어가 만나 결합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6월 시작한 ‘영도 기획자의 집’에서 시행하는 여러 프로그램 모습이다. 부산 영도구를 무대로 하며, 참가자들은 실험·생태·모두의 여행·아카이브·디자인 기획 분야의 문화기획 일을 접할 수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문화기획은 축제 공연 출판 미술 등 영역에서 일상의 문화를 전파하고, 문화 향유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직업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기를 지나 청년·생태·도시재생·디자인 등 그 영역을 세분하고 있는 문화기획은 본격적인 인력 양성을 통해 체계화되면서 확장하는 모양새다.

■ 확장의 시작 ‘아카데미’

문화기획이라는 생소한 영역을 직업 관점에서 보게 된 출발점은 ‘문화기획자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일 것이다. 인력 양성이라는 기조 아래 문화기획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각을 커리큘럼을 통해 소개했고, 공연·축제 기획보다 더 넓고 큰 시각으로 지역을 보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영역이 아닌 점 ▷시민이 일상에서 충분히 향유하면서, 스스로 주체가 돼 우리 동네만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일깨웠다.

‘규모’가 생김에 따라, 충분한 정보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이어오던 기획자들은 꾸준히 함께 과제를 수행할 동료를 원했고, 정부 주도 대규모 문화사업들과 함께 경쟁적으로 ‘문화기획자 아카데미’가 개설되는 중이다. 문화기획 아카데미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졌고, 세분화·전문화하면서 현재도 발전하는 중이다.

자신들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문화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팀들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문화기획 인력 양성 시스템의 보완 방향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지역 밀착형 ‘기획자의 집, 영도’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라는 슬로건 아래 영도 고유 자산과 거버넌스 체계를 바탕으로 문화적 도시 발전을 모색하는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올해 ‘영도 기획자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밀착된 기획자 양성의 출발을 알렸다. 문화기획자의 역할·태도·요건에 대한 기본교육부터 직접 프로젝트를 실행할 단계까지 익힐 수 있는 기회는 매력적이다. 더불어 ‘영도’라는 직접적인 무대가 설정돼 있어 문화기획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는 ‘지역’에 대한 고민도 심화할 수 있게 섬세하게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실험·생태·여행·아카이브·디자인 등 영도의 지역 특성을 기획으로 발전시키도록 영역을 구분했는데, 기존 문화인력 양성 과정보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문화도시 영도’ 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데 무게를 둔 점이 독특하다. 영도 기획자의 집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영도문화도시센터 전소영 크루는 “‘영도기획자의 집’은 실험·생태·모두의 여행·아카이브· 디자인 등 5개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화·도시·생태·사회 등으로 다변화된 현장에서 기획자 역할이 다양해지는 지금, 참여자들이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도록 과정의 ‘다양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를 통해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의 영역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문화적 취향과 신념을 가진 청년들이 영도에서 자유로운 실험을 통해 성장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2021 청년 University 공통과정

부산문화재단이 주최·주관을 맡고 청년문화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2021 청년 UNIVERSITY 공통과정-문화상태 유기체’는 청년문화 아카데미 일선에서 활동해온 20·30대 젊은 강사진이 무겁지 않게, 또래 기획자가 전해주는 형식의 생생한 이야기에 중점을 둬 기대를 모은다.

오는 21일 시작한다. 문화예술 기획의 개괄적 이해를 시작으로 문화예술 기획을 생업 관점에서 보는 시선, 또래 기획자들의 기획 사례 등을 공유하며 올해 9월 중순까지 이어간다. 강사와 수강생의 동료 기획자로서 지역과 문화를 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청년반상회’라는 네트워킹 시간을 마련해 젊은 문화기획자의 고민과 관점을 나눌 예정이다. 커리큘럼을 기획한 청년문화로협동조합 이지안 기획자는 “그간 청년문화 인력 양성 아카데미를 체험했고, 이후 활동하면서 늘 동료의 중요성을 느낀다. ‘교육’이라기보다 친구 만들기, 즉 네트워킹에 무게를 두고 함께 만들어가는 아카데미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 신개념 캠프형 아카데미 출현

단 하루 만에 공연·워크숍·아카데미를 결합해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도 있다.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가 2021 부산시 청년프로그램 지원으로 진행하는 ‘Festival Academy Camp’는 오는 4일 오전 10시~밤 10시 12시간 동안, 축제가 사라진 시대의 축제 이야기를 주제로 캠프형 아카데미를 마련한다. 축제를 즐길 수 없는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기획했다. 차재근 지역문화진흥원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 김건우 대표의 ‘Track the system, Crack the system’, 나유타 카페 나까 대표의 ‘비거니즘과 지속 가능한 삶’ 등의 강연이 있고, 퓨처국악밴드 루츠리딤의 공연, 스트릿 댄스팀 킬라몽키즈의 힙합 기본 그루브 배우기 등이 진행된다.

행사가 열리는 재미난복수의 공간 ‘륜 플레이스’(부산 금정구 오륜동)가 종일 들썩일 것 같다. 청량한 여름 하늘 아래서 생태·문화·예술이 결합한 공간에서 공연·워크숍·강연을 망라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는 과감하고 기발한 시도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재미’ 또한 필수 요소임을 말해준다.

■ 양성, 그 이후

“배우긴 배웠는데, 일은 어디서 해야 할까요?” “‘빠릿빠릿’ 일 잘하는 사람 어디 없나?” 오늘도 열심히들 살아가는 현장에서 자주 듣는 양극단의 물음이다.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잘 매칭이 안 된다. 서로 존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실무 중심 교육을 받는다 해도 아카데미 수료 인력을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에는 고민되는 점이 많고, 현장에서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임을 전제로 어려운 서류 더미와 무분별한 업무가 맡겨지기 십상이니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문화기획 아카데미가 세분화돼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조금이라도 현장 고민을 담고자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점은 진일보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카데미가 단순히 취업만을 위한 용도는 아니며, 지역으로 순환돼 새로운 생각을 꾸준히 더해나갈 인재의 등장이 요구되기에 문화인력 양성 시스템은 보완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한 고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영역과 영역 간 유기적 연결이 중요해지고, 지역 문화를 몇 가지 이야기만으로 ‘퉁’칠 수 없기에 더욱 ‘순환 구조’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지금 지역에 가장 필요한 인력은 이러한 생태계 구조를 파악하고 시스템의 재설계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중에 한 단체의 문화예술기획 아카데미 강연 제안을 받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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